설날의 번잡스러움이 제게는 먼 얘기가 된지 이제 6년째인가봐요..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게되어 정말 모처럼만의 혼자의 시간이네요..
저는 이렇게 집에 혼자 있는 게 너무너무 좋아요.. 힐링도 되구요..
불규칙한 갱년기 수면장애 덕분에 새벽에 깼다가 아주아주 게으르게 늦잠을 자고..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를 한잔 내려마신후, 따스한 햇살이 참 좋아서 우리집 강아지와 산책을 나갑니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고 보니.. 저어기서 깜장고양이 한마리가 목이 빠지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네요.
남편이 흡연가라 담배를 피우러하루에 몇번씩 나가는데그 때 만난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뺏겨서
밥을 주고 있거든요... 오늘은 남편이 집에 없어 내려오질 않으니 오매불망 앉아서 기다렸나봐요.
에구!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배도 고팠을텐데.. 목도 마르고..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겠더군요.
다시 집에 올라가서 사료랑 따뜻한 물을 챙겨가지고 와서 주려고 보니
날이 많이 풀렸다 싶었는데도 물그릇의 물이 얼어있네요.. 따스한 양지볕에 주지 못하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주다보니 그곳이 그늘이라 더 추운가봐요...
기다리는 냥이는 화나서 가버렸는지 안보이네요... 어서와서 밥먹어라---
해주곤 햇볕을 찾아 우리 강아지랑 걸었지요...원래도 조용한 동네가 설날이라 그런지 더 쥐죽은 듯 조용하네요.
언덕배기 초등학교 정문앞에 가면 거기서 잠시 앉아서 쉽니다. 나는 나대로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멍때리는 곳이예요.
거기서 내려다보이는 집의 아주 작은 마당에 흰색 진돗개가 삽니다. 정말 짧은 목줄에 묶여서 대문을 바라보고 있지요.
그래도 집에다가 이불도 덮어주시고 , 주인께서 신경을 써주셨네요. 그래도 저 목줄은 너무 짧은데 말이죠..
그녀석과 눈을 맞추고 인사도 해봅니다. 이제 그래도 덜 춥지? 해가며..
다시 언덕길을 내려오면 아주 작은 골목틈새로 그녀석의 눈빛이 저를 따라오는 걸 봅니다.
아까는 내가 훨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았지만, 이 위치에서는 그녀석하고 나하고 같은 길에 서있는 거지요.
내일 또 만나자--- 하니 우리 강아지를 봤는지 컹하고 한번 짖네요..
또다른 양지볕을 찾아 해바라기를 하다 돌아와보니 깜장고양이가 식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까만 꼬리가 보이네요... 추운 겨울밤을 어디서 어떻게 견뎠는지... 기특하지요? 그래서인지 사료보다 따뜻한 물을 아주 좋아합니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인 것처럼 조용하고 적막하네요. 하지만 집안에서는 모두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죠?
새배도 하고 새뱃돈도 주고 덕담도 나누고.. 행복하기도 하고,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그런 설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