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북한이 나쁘다고 해도, 서로 만나 이야기도 하고 오해도 풀고 하는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
저들이라고 억울한 것이 없는 게 아니다.
가령 사례 하나를 들겠다.
우리는 금강산 관광 철수가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살해했기 때문이라고, 북한이 죽일 놈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1년 반전에 금강산에선 우리 국민도 북한 병사를 차로 깔아 죽인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시 음주운전 사고였는데, 1명이 죽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죽은 병사는 우리의 헌병에 해당하는 경무원이었다.
그때 남북이 만났는데, 북한이 보상금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했고, 우린 16만 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우린 북한이 터무니없이 요구한다며, 여객기 추락사고로 죽어도 20만 달러밖에 안 준다 등의 이유를 들이댔고, 결과적으로 쌀 등 현물 포함으로 20만 달러어치쯤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북한이 협상할 때 그랬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반대로 사고로 남쪽 사람 죽이면 너희도 이 정도만 받고 말거냐?”
우린 “그래, 당연하지. 오케이” 했다고 들었다.
북한 병사를 깔아 죽이고도 이 사람은 북한에서 감옥생활하지 않고 40일 만에 남쪽에 돌아왔다.
그런데 박왕자 피살 사건이 일어나자 우리말이 바뀌었다. “너희가 사고일 리가 없어. 고의적이야”로 몰아갔고, 이걸 구실로 금강산 관광을 현금 퍼주기라며 탐탁치 않았던 MB 정부는 관광사업을 전면 철수시켰고, 현대아산은 결과적으로 망했다. 북한하고 이야기하면, “우린 너희들에게 안기부 임무 받고 고의로 우리 병사를 죽인 사고라고 몰아가지 않았고, 좋게 조용히 처리했는데 너흰 왜 그러냐”고 억울하다고 항의할게 뻔하다.
개성공단도 우리가 절대 먼저 문 닫지 말자고 하고선 먼저 폐쇄시켰다.
그래서 북한이 핵을 안만들었나, 미사일을 안만들었나. 어차피 남쪽의 돈이 없어도 그 정도 만들 능력은 충분하다. 오히려 압박하니 개발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물론 북한이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이 훨씬 많겠지만, 항상 북한만 나쁜 놈인 것은 아니다. 서로 만나 이야기하면 앙금이 점차 풀리지 않을까 싶다.
서로 쳐 죽일 놈이라고 욕하고, 가만 두지 않고 죽이겠다고 해봐야 북한도 핵을 흔들며 협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고, 우리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서 경제까지 영향을 입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누군가.
한국에서 누구보다 김정은이 빨리 죽길 바라고, 내일이라도 당장 고향에 돌아가고픈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