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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제 중학교졸업식

주말이에요 조회수 : 1,215
작성일 : 2018-02-09 11:05:27

 

 우리 뒷베란다에서

중학교가 보이는데, 어제가 졸업식이어서

운동장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있더라구요.

 

바쁜와중에도 잠시 틈을 내어왔는지

철물을 잔뜩 실은 트럭도 와있었는데

평범한 다른 차들사이에서 낡은 회색 그 철물트럭을 보는순간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구요.

평생 가난의 무게에 짓눌려 집한칸도 마련해보지 못하고

남의집 셋방살이만 하다가 암으로 저세상갔던 우리 아빠도 생각나고

 

졸업식날 혹여나, 낡은 옷차림새로 나타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맘졸이고

고등학교 졸업식날 변변한 한복도 마련하지 못해서

안가겠다는 저를

제가 원하는 색깔의 한복으로 사서 학교에 들고가겠다고해서

그 말믿고 먼저 학교에 갔더니

나중에 낡은 보풀코트차림의 부모님이  제게 주신 가방을 열어보니

눈이 팽이처럼 도는줄 알았어요.

 

그건 그건, 몇년전에 팔순을 치룬 언니네 시어머니가 입었던

낡은 한복이었던거에요.

색깔바랜 분홍색, 체념한 얼굴로 그 한복을 입으니

옷고름이 너무 삭아서 풀죽은 할미꽃처럼 고개숙이던 그 초라한 한복

 

그 생각이 떠오르면서 가난을 너무 일찍 알아버리고 놀림받는 것도 익숙해버린

그 지난날이 떠오르는데

화환을 들고 교문밖으로 사라지는 중학생과 가족들이 보이네요.

 

3년간의 졸업식을 축하해주려고 화환을 만들어 갖고오셨나보네요.

저렇게 축하해줄수도 있는거구나~

한편으론 웃음나면서도 어쩐지 가슴이 찡해지는 장면을

어제 뒷베란다에서 봤네요.

 

한편 부모님이 안오셨는지 혼자 졸업식을 맞은 몇명의 학생들은

금새 운동장 한켠을 달려 없어지고 그나마도 분주하던 운동장도 30분만에

단 한명도 없이 사라지고,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키큰 나무들만

호젓하게 서있네요. 부쩍 푸른 하늘에 흰구름만 눈부시게 빛나고..

 저혼자만 옛생각에 젖어 한참을 머물던 하루였어요.

IP : 121.184.xxx.16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뭐지...
    '18.2.9 11:07 AM (115.136.xxx.38) - 삭제된댓글

    ???
    철물점차를 보고 그런 아련한 감정이 생기나요?
    전 그냥 학교 행사차량 같은데...

  • 2. 원글
    '18.2.9 11:08 AM (121.184.xxx.165)

    철물점에 물건 갖다주는 그런 트럭이던데..
    또 뭔가 큰일났나요?

  • 3. ^^
    '18.2.9 11:49 AM (58.234.xxx.82)

    글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네요.
    아련한 원글님의 마음도 느껴지고.

    원글님 덕에 내 지난 졸업식들도 떠올려 봅니다~

  • 4. ..
    '18.2.9 12:00 PM (39.109.xxx.139) - 삭제된댓글

    ㅎㅎ 언니네 시어머니 한복이라니.. 진짜 당황하셨겠네요.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저도 우리집의 가난을 들킬까봐 부끄럽고 창피해 하면서 못 견뎌했던 시절이 있었네요.

  • 5. 원글
    '18.2.9 12:24 PM (121.184.xxx.215)

    가난은 참힘든거에요 그청소년기 사진속의 저는 늘 새옷을 별로입어본적이 없었어요 늘누군가에게 얻어입고 사정을 모르는애들은 킬킬웃고 저를향해 손가락질하면서 웃었어요 제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정류장에 나타났을때 푹웃던 어떤 애도 상처였어요 가난은 지독히도 절 사랑해주는 스토커같았어요 시속의 가난처럼 햇빛같이 청순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어요 현실속의 가난은 남루해서 사실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예의도 체념하게 해요ᆞ졸업식 앨범 그래서 버렸어요

  • 6. 흠...
    '18.2.9 2:02 PM (164.124.xxx.147)

    저도 님 글 덕에 그 분위기를 머리속에 그려보고 제 졸업식도 생각해봤네요 전 초등학교 졸업식날 어차피 못오실 부모님 미안하지않게 그냥 친구들하고 놀러가기로 했다고 거짓말 했어요 친구들에게는 엄마가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또 거짓말하고 혼자 도망치듯 그냥 집에 온게 기억이 나네요 ㅎㅎ 별로 많이 비참하진 않았는데... 저도 집이 무척 가난해서 ...전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렸던거같아요 그게 제 자신이 좀 가엷긴 해요 저도 가난이 정말 너무 싫고 힘들어요 하지만 지나고 되돌아보니 평생을 그렇게 살면 안되겠지만, 젊을때 인생의 한 시절을 가난하게 살아보는건 재산이 되는거같단 생각이 들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헤쳐나갈 뭐랄까 깡이 좀 생긴달까..ㅎ 님도 그 가난을 이겨내고 오셨기에 이렇게 생각도 깊어지시고 상대방 마음 헤아리는 능력도 뛰어나신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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