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서 산문집만 12권을 빌려와서 지금 열심히 읽는 중이에요.
김연수,백영옥, 이정하, 안도현, 나태주,정이현소설가의 산문집들을 일주일사이에 다읽었는데
역시 텍스트를 중요시하는 문장가들이어서 정갈하고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글들이 막상막하를 가릴수가 없네요.
게다가 어쩜 그리 지식은 그리도 많은지,
하나의 사물에 대해서도 꼬리를 잇는 저 수많은 단상들,
하나의 단어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고 문장이 모여 글들이 모이고 글들이 모여 글의 이랑을 이루고.
워낙 뛰어난 감수성들을 지닌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경주에서 고분을 돌아본뒤의 느낌을 적은 산문집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저절로 감탄이 나와요.
지금은 죽고 없는 신라시대의 영혼들을 바람이 부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는 순간이라든지
작은 절의 요사채에 부는 바람결에서도 그들의 영혼이 온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교감하는 그 글들은
정말 글쓰는 사람들이 아니면 절대 못느낄 감정들이에요.
갑자기 곤한 잠이 깬 이유가 그 고요한 정적이 머문 시간이 귓가에 들려와 그저 그자리에 서있었더니 백제시대의 계백
장군과 그 무리들이 나를 불러낸듯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이곳에 왔는가...
라는 글에서, 한결같이 예민하고 촉수높은 글을 직업으로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글쓰는 사람들이 놀랍더라구요.
그렇게 그런 예민한 감수성투성이의 글들을 한꺼번에 읽어대려니 제 맘도 어질어질하고
특히 젊은 작가일수록 할말도 많고 형용사,부사가 많이 들어가 글도 더욱 길더라구요.
그러다가 박완서의 노란집이란 산문집을 읽었는데
역시 노장은 다르군요.
겹겹의 꽃잎으로 치장된 장미꽃같이 여러 어휘를 사용하지않고도
충분히 전달이 되고 맘이 정화되는거에요.
지금은 가고 없지만 박완서의 여러 산문집,
하나하나가 참 빛나고 아름답고 생생하기까지 해서 개운하기까지 하네요.
너무 싱싱해서,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떠난 그의 자리는 차갑다라는
시처럼
그의 산문집은 이젠 그의 빈자리도 잊을만큼
충분히 따듯하고 온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