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잡화점을 하는 언니네 가게에 아침나절에 잠시 들렀더니,
절에서 오셨다는 분이 사주를 볼줄 안다는 말과 함께 제 사주도 잠시 봐주셨어요~.
그런데 저보다는 언니의 팔자가 세고 조상님들을 빌어주어야 하니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서 지난번에 이어
또 왔다고 하는거에요.
일찍 젊은나이에 남편을 잃고
혼자 두아이를 장사하면서 키워 온 언니는 그분이 원하는 금액에 맞춰 제사를 지낼돈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 마침 언니네 큰 시동생이 올해신수나 볼까 하고 들어왔는데
그 절에서 오신분이
"이집은 전부다 되는일이 없으니 뿌리에 영양을 주는 의미로 한번 올려줍시다~"
하면서 시동생의 사주및 아내사주, 아들사주까지 생년월일,태어난 시에 맞춰 봐주시면서
올해 큰일이 생기니 꼭 보자고 하시네요.
시동생은 안그래도 맘이 답답할때마다 점집과 철학관을 다녀봤는데
그때마다 굿을 하자, 부적을 쓰자는 말로 날 힘들게 했으니 조금더 생각해보겠다고 일어서려는데
"앞으로의 일은 지금 당장 문지방 너머 일도 모르는게 인생사죠"
하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시동생을 설득하는데 제가 지쳐서
먼저 나왔어요.
참, 시동생이 오기 바로직전에 그분이 제게 언니의 시댁을 위해 빌어달라고 했었어요.
졸지에 그 자리에 앉아있던 저로썬 멀쩡한 추녀끝이 날아오는 듯한 재수없는 날이 될뻔했는데
시동생이 오니, 그 간절한 염원이 바리바리 섞인 애원은 곧 그분의 사주를 한개씩 봐주면서 결국
시동생을 자리에 앉혀놓고 설득하고 있네요.
사주는 어찌보면 맞는것도 같은데,
좋은 말, 안좋은 말이 번갈아 왔다갔다 하니 사람맘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는
나이 오십을 목전에 둔 시동생도 정신없는것 같아요.
그분은 절에서 수련하고 공부를 많이 하고 오셨다는데
정말 피부는 너무 광채가 나고 표정도 맑고 고요하네요.
그래서 저도 처음엔 혹시 도를 아십니까에서 나온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절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딱하고 가엾은 사람들의 집을 몸소 찾아와
운세도 봐주고, 그렇게 해서 절에서 조상들을 위한 제도 지내준다는 스님도
있으신가본데
아무래도 오늘 거절당하면 내일 또 올것 같아요.
그런데, 언니네 시댁을 위해 저라도 대신 300만원정도 돈을 내고 제사를 지내달라는 그 스님,
정말 황당했어요.
82맘님들중에서도 오늘 같은 일 만나서 결국 제사도 지낸 본 계신가요?
집에 와 생각해보니, 돈의 액수를 들을때는
모두들 정신이 확 드는 표정들이던데,
그분은 결국 그렇게 가가호호 돌아다니면서 소위 (초값)을 모집하러 다니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