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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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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때고 남은 재에 김구워 먹고 싶네요

추억 조회수 : 1,834
작성일 : 2018-02-01 11:17:54

산골마을에서 나고 자라

중1때까진 겨울에 산에서 나무해서 불때고 살았어요.

겨울이면 눈은 또 어찌나 많이 오던지

발목위로 푹푹 빠지는 눈 속을 걸어서

썩은 나무뿌리 캐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네요.

 

저녁때면 군불때서 방 데우고

그 와글와글 거리는 붉은 빛과 주황빛의 잔불 위에

들기름 참기름 섞어 바른 김을 한장씩 사르르 구워주면

아! 그 고소한 냄새.

 

하얀 쌀밥에 잘 구워진 김을 싸먹으면 얼마나 맛나던지..ㅎㅎ

 

엄마가 장에 다녀오시는 날에 고등어를 사오시면

그날 저녁엔 그 와글거리는 잔불위로 석쇠에 올린 고등어를

자글자글 고등어 기름이 떨어지게 굽는 저녁이죠.

 

잔불에 굽는 고등어는 또 어찌나 맛있던가요.

 

어떤날은 밤도 굽고

어떤날은 가래떡도 구워 조청 찍어 먹고

어떤날은 고구마 구워 먹고

 

이도저도 마땅한게 없던 날은

닭이 낳아놓은 달걀 꺼내가지고 와서

달걀물빼고  달걀껍질 속에 불린 쌀 넣어

사그라드는 재에 넣어두고 달걀밥 쪄서 먹기도 했는데...

 

항아리속에 분이 곱게 난 귀한 곶감도 어쩌다 한번씩 맛보고

흔하디 흔한 감또개 (감말랑이) 랑 감껍질도

항아리에서 꺼내다  질겅질겅 씹으면 달콤한 맛이 감돌던

겨울 간식이었고요.

 

이글이글 타오르던 그 불빛에 볼이 뜨거워지던

그날이 갑자기 그립네요 

IP : 121.137.xxx.231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47528
    '18.2.1 11:20 AM (223.62.xxx.166)

    정겹네요. 그시절 생각나요.

  • 2. 서울아줌마
    '18.2.1 11:25 AM (182.215.xxx.73) - 삭제된댓글

    시골에 살아본적 없지만
    아궁이도 장독대도 다겪어봤던 세대에요
    님 글 읽으니 저도 그시절에 함께 살았던
    동네 친구처럼 정감가네요
    잠시 따뜻해져 갑니다

  • 3. 쓸개코
    '18.2.1 11:26 AM (211.184.xxx.176)

    원글님 입안에 군침돌게 하시네요.ㅎ
    아주 어릴때 아버지 고향 큰아버지 댁에 방학때 놀러가서 저수지에서 잡은 조개
    부뚜막 아궁이에 구워먹던 생각도 나고요.
    참 그림처럼 묘사 잘하셨어요.

  • 4. 쭈글엄마
    '18.2.1 11:30 AM (221.155.xxx.177)

    달걀밥 너무 반갑네요
    감기 걸리고 아플때 울엄마 특별식이었어요
    그땐 그게 왜그렇게 맛있었는지
    원글님 글보니 울엄마가 너무 보고싶네요

  • 5. 원글
    '18.2.1 11:33 AM (121.137.xxx.231)

    겨울이면 더 추억에 젖는 것 같아요.
    참 추웠거든요. 눈보라 치고 눈도 참 많이 오던 곳이라.
    그래도 어렸을땐 참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겨울에 나무하러 산에 다니는 것도 즐거웠고
    볼이 트도록 눈바람 쐬면서 놀아도 즐겁고
    겨울산에 얼어죽은 비둘기 주우러 다니기도 했고
    산토끼 잡는다고 돌아다니기도 하고요.ㅎㅎ

    용돈이란 것도 없고 특별한 간식이란 것도 없고
    그냥 좀 춥고 그랬던 어린날 겨울인데도 늘 기억은 따뜻해요.

    쓸개코님은 말조개 잡아서 구워 드셨으려나요?
    저는 다슬기 잡으면서 큰 말조개 잡아도 말조개는 잘 안먹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양념해서 조리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저희 시골에선 말조개 잘 안먹었거든요.

  • 6. 쓸개코
    '18.2.1 11:38 AM (211.184.xxx.176) - 삭제된댓글

    아버지 고향이 함평인데요 친척언니들 따라 논길을 한참 걷다보면 저수지가 나왔어요.
    말조개는 아닌것 같고 무지개빛이 나던 예쁜 조개였는데
    아궁이 장작 사이로 조개를 얹어놓으면 익으면서 껍질이 탁탁 벌어졌어요.

  • 7. 쓸개코
    '18.2.1 11:39 AM (211.184.xxx.176)

    아버지 고향이 함평인데요 친척언니들 따라 논길을 한참 걷다보면 저수지가 나왔어요.
    말조개는 아닌것 같고 무지개빛이 나던 예쁜 조개였는데
    아궁이 장작 사이로 조개를 얹어놓으면 익으면서 껍질이 탁탁 벌어졌어요.

  • 8. 행인
    '18.2.1 11:43 AM (114.207.xxx.78)

    저 어렸을땐 김이 정말 귀해서
    겨울에만 먹는 별식이었죠.
    할머니까지 일곱식구였는데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김을 구워서 한장씩 배급하곤 했어요.
    그걸 얼마나 아껴 먹었나 몰라요. (잘라도 8장 ㅋ)
    조금씩 살림이 펴면서 기름 발라 구워서 접시에 올려 먹고 싶은 만큼 먹게 되었는데

    지금도 잔불에 구워서 먹던 그 김맛만큼 맛난 김은 잘 없죠...

  • 9. 현직
    '18.2.1 12:08 PM (117.111.xxx.110)

    다 정겨운 그림이예요
    명절 전이었던가 뜨거운 방바닥에 부스게 널어서 말려 솥단지에 불려 해먹던게 제일 생각나요 지금은 산자를 기름에 튀기더라고요
    나락 뻥튀겨서 빼서 부스게에 조청묻혀 발라서 겨우네 먹던 그맛이 제일 그리워요

  • 10.
    '18.2.1 12:19 PM (61.83.xxx.246)

    저도 어릴때 생각나네요 가래떡 고구마 구워먹던기억이나네요 그립네요

  • 11. 엄마 아버지는
    '18.2.1 12:30 PM (121.155.xxx.165) - 삭제된댓글

    고생 바가지셨겠네요.
    원글님에게는 돈주고도 못살 추억이 되고 ㅎ

  • 12. 원글
    '18.2.1 1:05 PM (121.137.xxx.231)

    시골은 다 그랬어요.
    정말 가진 재산이 많이 않으면 다 고만고만하게 살고
    다 고생하며 살았죠.
    저는 힘들었던 추억도 그냥 좋더라고요.
    같은 추억을 가져도 되돌아가기 싫다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고 그래요.
    가난도 지긋지긋하고 시골도 싫다고요.
    근데 저는 가난했어도 좋고 시골도 좋고...전 시골이 그렇게 좋아요. 지금도.

    저희 집도 너무 가난했어서
    저 4살때까지 초가집에서 살았어요. 산골오지였고요.
    그 초가집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현직님 추억처럼 저희도 명절 돌아오기 한달전부터 찹살반죽 방바닥에 말려서
    명절전이면 기름에 튀겨 산자만들고 강정 만들고..
    그 찹살반죽 튀겨 기름빼면 바삭바삭 고소한 그 맛이 진짜 과자 같아서
    저는 엿바른 것보다 맛있고 좋았어요.

  • 13. 회상
    '18.2.1 1:16 PM (218.51.xxx.247) - 삭제된댓글

    할머니댁이 서부경남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어요.
    방학이면 어김없이 할머니댁엘 갔었죠.
    따뜻한 부산에서는 눈 구경을 못하다가
    할머니댁에 있을 때 눈 오는 날은 제가 강아지가 되었어요.
    마당에 마른 감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달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눈이라도 오면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나 볼 법한
    그림같은 장면이 펼쳐지죠.
    장날이 되면 할머니는 하얀 엿가락을
    사와서 밀가루 단지에 묻어 두고 저만 먹으라 하셨었죠.
    원글속의 경험 저도 다 해 본것 같아요.
    소먹이는데 따라갔다가 고삐를 잠시 잡았었는데
    소가 움직여서 엄청 울었던 기억도 나고. ㅋㅋ
    가마솥에 눌은 누룽지 동그랗게 뭉쳐서 주시면
    밥 먹고 디저트로 누룽지를 먹었어요. 진짜 맛있었는데.
    엄마한테는 엄한 시어머니였지만
    저한테는 따뜻하기만했던 할머니였네요.
    아~~~오늘은 짱뚱이 시리즈 보면서 하루를 보내야 겠네요.

  • 14. 내일
    '18.2.1 3:06 PM (222.116.xxx.187)

    가끔 어릴때 얘기 애들과 함께하면 울딸이 아빠가 기영이였어?
    하며 놀리곤하네요
    짱뚱이도 검정고무신도 어릴적 기억은 이제보니 참 좋은시절이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저도 화로불 준비해주던 할아버지가 보고싶네요

  • 15. 하하하
    '18.2.1 4:13 PM (211.170.xxx.35)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돼지를 키웠는데, 어른들 다 농사일 하러간 사이 혼자 낮잠 자다 일어나보니 돼지가 우리에서 넘어와서 마당에서 막 뛰어다녀서 큰소리로 울었던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 ㅋㅋ

    저희 아이들은 시골 할머니댁이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 16. 저희
    '18.2.1 4:45 PM (121.137.xxx.231)

    시골은 마을에서 끝집에다 집 뒤로 산이 있어서
    아직도 가끔씩 다람쥐가 내려와서 담 위를 돌아다녀요.ㅎㅎ
    작년 늦가을엔 창고 같은 곳에서 다람쥐가 숨겨놓은 방울토마토 몇알도 보았어요.

    그전에는 뱀이 마당에 내려오기도 했는데
    요샌 뱀 보기는 어렵더군요.

  • 17. 배추뿌리
    '18.2.1 5:33 PM (58.232.xxx.191)

    배추꼬랑지 깍아먹던거 날고구마 깍아먹던거 생각나네요....
    벼베던날 논둑에 여물지않은 콩다발 뽑아다가 논한가운데서 구워주시던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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