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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난 그 때 병원에서 10대 산모..

그때 조회수 : 3,186
작성일 : 2018-01-30 21:56:40
엄마가 종합병원 산부인과 입원하셨을 때였어요.
꽤 오래전 일인데 또렷하게 기억이 나네요.
6개 병상이 있는 6인실..
종합병원의 다인실은 가만히 바라보면
작은 단편 드라마, 때때로 시트콤이 펼쳐지는 곳이네요.

다섯 개의 병상에는
자궁암 수술을 받으신 여리여리한 아주머니,
외국에서 출산하게 된 인도인 산모,
아이 없이 둘이 좋다는 수더분한 젊은 헌댁,
어느 병실에나 꼭 있는 걸어댕기는 소식통 중년 아주머니,
그리고 잔뜩 내린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꼭꼭 숨기던
10대의 어린 산모.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병원으로 오게 되었는지..

병실 분위기가 좋아서 다들 동네 사랑방 마냥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던 중,
어린 산모가 뒤늦게 입원해 들어왔어요.

상황을 보아하니 가출 후에 정착하지 못하고 살다가
출산을 하게 된 것 같았어요.
엄마와는 전화로 다투는 것 같았고,
외삼촌이라는 분이 한 번 찾아왔었던 기억이 나네요.

보호자도 없고 혼자 커튼 속에서 숨듯이 있던 아이였는데,
오지랖 아주머니가 등짝 때려(?) 가면서,
심술궂은 친정 엄마 마냥 챙기시더군요.
애 낳고 몸조리 안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냐며
옷 껴입히고 좌욕실 끌고 가시고 밥 챙겨 먹이시고..

처음에 내내 커튼 치고 있던 아이도 조금씩 사람들과 말도 하고.
엄마에게 사들고 간 귤을 조금 내밀었더니,
작고 수줍게 고맙습니다.. 하던 모습이..
도대체 이 애가 어떻게 아이까지 낳게 되었는지..
- 그땐 저도 어렸지만 직장인이었으니 제 눈에도 아이였어요.

며칠 후에 수녀님과 한 남자분이 과일바구니를 들고 오셨고,
커튼 안에서 무언가 서류를 몇 개 작성을 하고 가신 날,
퉁퉁 부은 눈으로 커튼 안에서 꼼짝하지 않더군요.
그게 입양 혹은 입양 전 시설에 보내는 절차였던 것 같아요.
수녀님이 아이 한 번 안아보겠느냐 했는데, 거부했다고 전해들었어요..

오지라퍼 아주머니가 먼저 퇴원을 하신지라,
어느 날 사라지듯 퇴원을 한 산모의 소식은 듣지를 못했네요.

아이 얼굴 한번 보지 않고 -못하고 일까요-
보내져야했던 그 아기는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엄마라 부르며 살고 있을까요...
지금 쯤 초등학교 5학년쯤 되었을 것 같네요..

아래에 아이를 낳고 버리고 신고했다는 산모 글 보니
문득 생각이 났네요...

IP : 1.238.xxx.25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홀트
    '18.1.30 10:00 PM (223.38.xxx.88)

    복지회쪽 일 보신 분들 10대 산모 많아요 거기다 여기 배낭여행 가신 분들 애 안고 가신 분들 있겠죠 건네주명 자지러지듯이 울어요
    그나마 양부모 인상 좋으면 잘 살아라싶은데 그냥 대충 안고 가는 양부모 보면 그 잠시 비행에 봤어도 걱정되요 낙태법이나 뭐나 피임교육과 낙태 합법화하면 좋겠어요

  • 2. 홀트
    '18.1.30 10:03 PM (223.38.xxx.88) - 삭제된댓글

    복지회쪽 일 보신 분들 10대 산모 많아요 거기다 여기 배낭여행 가신 분들 애 안고 가신 분들 있겠죠 건네주면 자지러지듯이 울어요
    그나마 양부모 인상 좋으면 잘 살아라싶은데 그냥 대충 안고 가는 양부모 보면 그 잠시 비행에 봤어도 걱정되요 낙태법이나 뭐나 피임교육과 낙태 합법화하면 좋겠어요

  • 3. 음..
    '18.1.30 10:07 PM (116.127.xxx.144)

    안타깝네요
    아까그 산모도 밉다기보다

    짠.....하다는 생각이...
    그래도 애기 무사해서 다행이예요........그냥 애기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 4. . .
    '18.1.31 8:12 AM (175.223.xxx.229)

    그 오지랍 아주머니 보살이시네요
    그런 오지랍은 참 좋죠

  • 5. 그러게요
    '18.1.31 8:23 AM (221.140.xxx.157)

    윗님 저도 그생각 했어요. 남인데도 참 고마우시다. 이런 생각ㅡ10대 애기가 어쩌다가.. 마음고생 많이 했겠네요

  • 6. 원글
    '18.1.31 12:39 PM (210.94.xxx.89)

    그래서 전 그냥 오지랖 아주머니들 비호감으로 안 봐요..
    요즘 같이 개인주의 강한 사회에서,
    그래도 '내 딸 같아서' 라고 나서주는 게 어딘가요..

    시스템 잘 되어 있는 사회도 물론 중요하지만,
    옛날부터 나라에 무슨 일 생기면 국통 들고 (배식하러) 먼저 달려가는게 우리 모습이잖아요..

    아주머니 목소리가 괄괄하신 전형적인 동네에 한 분 씩 있는 그런 분이셨어요.

    아직도 생각 나네요..
    어린 산모가 화장하고 있으면, 지금 니가 맨 얼굴이 챙피하냐고 잔소리하고
    등짝 때려서 좌욕실 끌고가고, 바람 들어간다고 양말 신으라고 잔소리..
    미역국 먹기 싫다고 하면 옆에서 다 먹으라고 잔소리 잔소리..

    그 산모도 쭈삣거리면서도 잘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문득 그 아이에게도 저런 엄마가 있었다면 저런 일은 안 생겼겠다.. 했었죠..

  • 7. ..
    '18.1.31 5:59 PM (221.140.xxx.157) - 삭제된댓글

    아 그 학생은 어쩌면 엄마가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줌마가 챙겨주시는게 엄마처럼 느껴져서 속으론 좋았고 의지했을 거예요. 제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오래 봉사했었는데 거기 사춘기 아이들 겉으로는 떽떽거리고 욕하고 해도 챙겨주면 속으로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몰라요... 묘사하신 모습에서 울 기관 학생들 모습이 보이네요ㅠㅠㅠ 에구. 말씀하신대로 엄마가 있었다면 그런 일 안겪었을지도..

  • 8. ..
    '18.1.31 6:06 PM (221.140.xxx.157)

    그 학생 엄마가 있으나 마나하거니 새엄마일까요... 오죽하면 여자애가 가출을..아줌마가 챙겨주시는게 엄마처럼 느껴져서 속으론 좋았고 의지했을 거예요. 제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오래 봉사했었는데 거기 사춘기 아이들 겉으로는 떽떽거리고 욕하고 해도 챙겨주면 속으로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몰라요... 묘사하신 모습에서 울 기관 학생들 모습이 보이네요ㅠㅠㅠ 에구. 말씀하신대로 엄마가 있었다면 그런 일 안겪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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