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며느리 도리,시어머니 도리

방답32 조회수 : 3,203
작성일 : 2018-01-30 10:37:52

명절이 다가온다.

오랜만에 집 유선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의 대부분이 태양열설치 권유전화거나 건강검진 안내같은 광고안내지만 그래도 혹 몰라 걸려 오는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가느다란 목소리는 시어머님의 목소리다. 올해 아흔이 되셨다.

'나다.'

시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당신의 신분을 밝힌다.

 '예, 어머니, 잘계시지요? 건강은 어떠세요?'

숨차게 어머님의 안부를 되물으며 나는 죄스러운 마음을 감춘다.

 '많이 춥지?'

 '네, 엄청 추워요. 집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겠어요.'

나는 수다스러워진다. 며느리 노릇을 하지 못함을 수다로 경감시켜보겠다는 속내이다.

 '어디 아픈데는 없지?'

시어머니는 만날 때마다 며느리인 나의 건강을 확인한다. 아들인 남편보다 며느리인 내 건강을 염려하는 시어머님의 관심이 가끔은 부담스러울때도 있다.

시어머님은 당신의 친구인 우리 옆집 할머니께 전화를 걸면 당신 며느리 좀 잘 보살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고 옆집 할머니가 내게 하소연을 한다.

 '낼 모레 저승갈 내가 걔들을 돌봐야겠냐, 젊은 걔들이 늙은 나를 돌봐야겠냐?' 고 옆집 할머니는 시어머니께 되물었다고 한다. 

시어머님은 우리집에서 1시간거리의 큰 아들네에서 살고 계신다.

여기 이 집에서 우리와 살다 큰 아들네로 거처를 옮긴지 3년이 되어간다.

시어머니가 형님네로 가시고 나는 많이 편해졌다. 자유로와졌다.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다.

시어머니는 만날때마다 며느리인 나를 얼싸안고 눈물바람을 하신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거나 한 건 아니다.

형님이나 시숙님의 부모 공경을 나를 따라갈 수가 없다. 솔직히 나는 시어머니와 같은 건물에서 살았을 뿐 모시고 산건 아니다. 그저 동거인일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머님이 떠나고 나서 많이 반성하고 잘 못해드린것에 대한 회한도 많았었다.

좀 살갑게 대해 드릴걸, 조금만 더 신경 써 드릴걸, 걸, 걸, 하는 후회가 많이 남기도 했다.

나는 형님네가 시어머님을 공경하는 것에 비하면 부끄러울 뿐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자주 찾아가봐야 하는데 살다보니 그게 또 쉽지 않다.전화 통화도 요즘은 거의 하지 못하고 지냈다. 점점 시어머님의 존재가 내 기억속에서 지워지고 있는것 같다.

그런 내 속내를 아는 듯 시어머님이 먼저 전화를 하신것이다.

할 말은 없다. 옆집 할머니가 저 세상으로 가신 것, 또 이웃의 누구네 어머님이 요양원으로 가신 것, 등등

그런 수다로 통화를 마친다.

'명절에 봬요.'

그것으로 시어머니의 셀프 며느리 도리와 시어머니의 도리가 충족되었다.






명절이 다가오니 문득 일상이 감사해집니다.



IP : 211.227.xxx.14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끔
    '18.1.30 10:46 AM (121.141.xxx.64)

    주말에 모셔와서 함께 계시면 좋죠. 찾아뵙는 건 그쪽 부담

  • 2. 저는
    '18.1.30 10:53 AM (220.85.xxx.210) - 삭제된댓글

    요즘 82를 보다보면
    아들 결혼시킨 시어머니가 되었으니
    어쩌든지 하루라도 일찍 죽어야하나 생각만드네요
    삶에 집착도 없으니 아쉬울것도 없습니다

  • 3. ㅇㅇ
    '18.1.30 11:02 AM (121.168.xxx.41)

    윗님 왜 일찍 죽어요?
    아들이 결혼한 거가 뭔 상관이에요?
    아들 며느리말고 세상이 얼마나 즐거운데
    왜 일찍 죽어요?

  • 4. ㅇㅇ님
    '18.1.30 11:30 AM (220.85.xxx.210) - 삭제된댓글

    시어머니를 향한 적의가 무섭네요
    미혼의 여성들도 미리 그런 감정 만들어서 품고
    결혼생활 시작하게 되는것 같아요

  • 5. ㅇㅇ
    '18.1.30 11:43 AM (121.168.xxx.41)

    220님
    제 댓글 어디에 시어머니를 향한 적의가 있나요?

  • 6. ㅎㅎ아이고
    '18.1.30 11:51 AM (220.85.xxx.210) - 삭제된댓글

    요즘82를 읽다보면 그렇다는거죠 ㅜㅜ

  • 7. ㅇㅇ
    '18.1.30 12:02 PM (121.168.xxx.41)

    그렇군요
    사실 제 시어머니한테 안좋은 감정이 있긴 있는데
    제가 단 댓글에 그게 보이나 싶어서 좀 찔렸어요ㅎㅎ

  • 8. ....
    '18.1.30 12:19 PM (121.124.xxx.53)

    그럼 그런글에 댓글을 다셔야지..
    전혀 그런뜻이 아닌글에 댓글을 달면 그 댓글은 뭐가 되나요.

    그리고 적의는 시모 스스로가 만들어놓은거랍니다.
    그건 모르고 무조건 시모입장에서만 말하면 한맺힌 며느리들은 억울하죠..

  • 9. ㅎㅎ
    '18.1.30 2:03 PM (220.85.xxx.210) - 삭제된댓글

    아래위로 주고 받은 대호예요.
    릴렉스
    우리 둘은 해결한거 같은데요?

  • 10. ,,,
    '18.1.30 2:35 PM (121.167.xxx.212)

    아무말 안해도 아무 행동 안해도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며느리에겐
    시어머니가 부담감인가 봐요.
    거기에다 전화 해라 안부 해라 집에 와라 하는 눈치 없는 시어머니는 되긴 싫고요.
    오면 오는 구나 가면 가는구나 초연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것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20078 손가락들이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군요 15 ㅇㅇ 2018/06/09 1,567
820077 파 기름 내서 요리할 때 파는 어떻게 하나요? 5 파기름 2018/06/09 1,688
820076 작은 화분에 키우기 좋은 식물 추천해주세요 7 질문 2018/06/09 1,722
820075 The Rembrandts - I'll Be There For .. 1 뮤직 2018/06/09 663
820074 헤어컷 십만원 정도에 하시는 분 계신가요? 22 .. 2018/06/09 4,044
820073 경기지사 선택에 다들 싸움이 많은 것 같은데.. 34 음.. 2018/06/09 1,661
820072 걸어서세계속으로 하네요 1 ㅇㅇ 2018/06/09 1,231
820071 [펌] 페미니즘 알아봅시다. ㅍㅍㅍㅍ 2018/06/09 1,160
820070 농도가 너무 찐한 딸기쨈 물 넣고 끓여도 되나요? 4 ... 2018/06/09 1,164
820069 중학생 영어문법 공부하기 좋은 교재 소개 부탁드려요 7 영어 2018/06/09 1,614
820068 홀로 삼천배 도전 힘들까요? 12 Omnisc.. 2018/06/09 1,605
820067 인덕션 켜는 게 그렇게 쉬운지요? 7 .... 2018/06/09 2,253
820066 이재명 = 정동영 16 읍읍 2018/06/09 1,091
820065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 노래 한곡 들어요. 2 상쾌한 토요.. 2018/06/09 502
820064 어두울때만 한쪽 눈이 흐릿해지는데 왜그럴까요 걱정 2018/06/09 1,461
820063 강추) 자유당을 살려주는 건 이재명입니다 12 끌올 2018/06/09 787
820062 아침을 간단히 먹고 싶은데 뭐가 있을까요? 20 아침 2018/06/09 4,547
820061 하농 연습에 대한 질문입니다 3 피아노 2018/06/09 832
820060 오전에 맥주와 같이 먹울 움식 주문 가능한 곳 있을까요? 7 애엄마 2018/06/09 896
820059 안희정 사건때는 6 ... 2018/06/09 1,469
820058 오늘자 문재인 대통령 미담.JPG 12 존경합니다 2018/06/09 3,515
820057 푸들 심장이 원래 빨리뛰나요? 1 ㅇㅇ 2018/06/09 789
820056 누가 제 가족인 걸까요? 2 가족의 발견.. 2018/06/09 1,467
820055 넷플릭스 잘 이용하는 노하우 있나요? 3 2018/06/09 1,594
820054 '양승태 사법 적폐' 뒤에 숨은, 위선자 문재인의 침묵 9 ... 2018/06/09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