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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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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백구 산책안시켜준다고 아침부터 단식투쟁 하네요

세레나데 조회수 : 2,981
작성일 : 2018-01-21 13:09:27
제작년 용인시에 있는 유기견센터에 백구 대란이 일어나서 그중에 하나를 입양해왔어요

대한민국에서 백구의 삶이란 짧은 1미터 줄에 죽을때까지 묶여지내다가 잔반쓰레기 먹고 연명하다가 복날되면 보신탕집 행인데

저희 백구는 입양되자마자 햇볕 잘 들어오는 전원주택의 드넓은 잔디밭 40평을 선물받고, 50만원짜리 원목하우스와 극세사이불을 선물 받았네요. 백구의 특성상 사람은 물지 않지만 수렵성이 강해 다른 개랑 싸우고 길냥이를 공격해서 줄에 묶여 지내긴 하지만 정원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10m짜리 와이어 로프에 6m 짜리 목줄을 연결해놔서 원한다면 그 반경에서 얼마든지 뜀뛰기와 운동도 가능해요. 남향이라 항상 햇볕이 잘들고 조망권도 좋아서 높은 데크에 올라앉아 옆집이 뭐하는지 하나하나 참견을 다 하신다는...

사실상 집앞 정원은 다 우리 개 차지가 되었어요. 이정도 환경에서 키우니 식사나 다른건 말할것도 없지요

밥그릇에 물이랑 사료가 떨어지는 날이 없고 수입산 고급사료를 먹이긴 하지만 밥을 훨씬 좋아하는 아이라서 매일 고기가 듬뿍섞인 집밥을 아침저녁으로 해다바쳐요

그런데도 아침마다 산책을 가자고 난리입니다. 평일엔 부모님이, 주말엔 제가 데리고 인적없는 산이나 강가에 산책을 다녀요. 거의 하루에 3~4km는 뛰어다니는듯 합니다. 작은개들은 잠깐만 집근처에서 시켜도 되는데, 우리개는 품종이 시골 백구인지라 행동반경이 빠르고 날쌔서 사람없는 산에 데려가서 풀어놓거나 사람없는 강가 유원지에서 뛰어놀게 해요 .  

워낙 잘먹이고 운동도 많이 시키다보니 처음 입양당시 푸석푸석 개털이 지금은 양털처럼 촘촘해지고 근육이 불뚝불뚝 튀어나오고 오늘은 미세먼지도 워낙 심하고 제가 몸이 힘들어서 점심먹고 오후쯤 산책가려고 미루고 있더니

아침에 말아준 오리고기백반은 드시지도 않고 또다시 단식투쟁을 하고 계세요

오늘은 정말 밖에 나가기 싫지만 개땜에 결국 차를 끌고 근처에 나가야 할 듯 해요. 

조금전에도 학대당하는 백구 이야기가 올라와서 마음이 좀 그렇네요. 언제부턴가 백구가 유기견 내지는 학대의 대상이 된걸까요...

산책하다가 만나는 1미터짜리 목줄에 묶여지내는 다른 시골개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우리개의 안락한 환경이랑 비교되면서, 저 아이들은 어떻게 죽지않고 버틸까...   10m와이어 6m목줄 에 묶여지내는 우리개도 산책을 하루 1~2시간은 하는데 저 아이들은 평생 1미터 목줄, 길어야 2미터 목줄인데 산책은 평생 해본적도 없을텐데, 대체 어떤 정신으로 지낼까...

우리개처럼 잘 먹이는거 같지도 않은데 바람 숭숭 들어오는 고무집이나 집같지도 않은 이상한데서 살면서 어찌 죽지않고 버틸까...  우리개는 단열재 듬뿍 들어있는 맞춤제작 원목하우스도 모자라 그 안에다가 극세사를 몇개씩이나 깔아서 공주님방처럼 만들어줬는데...   그래도 겨울바람이 찰까봐 일부러 집벽이랑 딱맞게 붙여놓고 두꺼운 비닐로 지붕과 벽을 두툼히 감샀는데 저 아이들은 이불한자락 없는 상거지 집에서 어떻게 생존을 할까....   

동물을 키우면 키울수록 사람이 얼마나 악하고 모진 존재인지 실감이 나네요

동물학대범 처벌에 관한 법령개정은 언급조차 안되는거 같은데 이젠 모든 개에게 2미터 줄에 입마개 착용 의무라니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라면 대체 어떻게 살까요...

외국에선 동물학대범이 그만큼 강하게 처벌받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골에선 개를 산채로 때려죽이고 심지어는 불태워죽이는 일도 흔치 않게 일어나는데, 죽이지는 않더라도 몇년에 걸쳐 생지옥같은 환경에서 혹사시키며 사육하는 전통적인 대한민국표 개사육 방식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지 

사람이 개에 물려 죽는경우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당해서 상처받아 몰락하고, 자살하고, 흉기에 맞아 사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그런다고 태어나는 모든 아기들에게 족쇄를 채우지는 않잖아요. 

IP : 14.47.xxx.2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1.21 1:27 PM (124.49.xxx.246)

    처음에 흐믓하게 읽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비윤리적인 상황을 동물이라는 이유로 경시하는 태도가 빨리 고쳐지길 빕니다.더불어 아이와 행복한 하루 되시길..

  • 2. ㅇㅇ
    '18.1.21 1:27 PM (121.190.xxx.135)

    원글님 댁 백구는 정말 운이 좋네요.

    시골뿐 아니라 소도시에도 한겨울에도 집도 없이 맨바닥에 묶여살거나 바람막이 하나 없는 철장에서 갇혀있는 개들이 부지기수에요. ㅠ
    어떤 인간들에겐 측은지심, 마음이란게 없는건지..이해가 안갑니다.

  • 3. 여기 시골인데
    '18.1.21 1:34 PM (182.216.xxx.37) - 삭제된댓글

    강아지 때부터 줄에 묶여 있어서 제가 1년동안 지나다니면서 새우깡을 줬걸랑요. 저만 보면 반갑다고 껑충껑충 그렇게 뛰더니 어느날 목줄이 약해져서 끊어졌어요. 개주인이 얼마나 난리치던지 이젠 줄 끊어 질까봐 옆 길로 돌아 다니네요.새끼적부터 죽는 날까지 1미터 목줄을 못 벗어나는게 너무 불쌍해요.

  • 4. 백구 어머님 감사드립니다
    '18.1.21 1:39 PM (115.160.xxx.20)

    나이들면 나가자 해도 안나가요.
    어릴때 자주 델고나가주세요.
    행복한 백구가 한마리 더 늘어서 저까지 행복해지는 오후네요ㅎ

  • 5. pefe
    '18.1.21 1:43 PM (182.230.xxx.148)

    슬픈 백구이야기도 행복한 원글님 백구이야기도 모두 공감되네요.

    마당 있는 집에서 하얀 털에 까만 눈과 코를 가진 백구 키우는게 원인데
    마당에서 개와 놀다 가끔 따뜻하게 안아주고 함께 뒷산에 산책도 가고 싶네요.

  • 6. ^-^
    '18.1.21 1:43 PM (122.36.xxx.122) - 삭제된댓글

    견생 역전 이네요 ㅎ

    줌인아웃에 백구씨 사진좀 올려주세요~~ 50만원 원목 개집도 구경파요 ㅠㅠ

  • 7. ㅇㅇ
    '18.1.21 1:59 PM (122.36.xxx.122) - 삭제된댓글

    용인시에 있는 유기견센터에 백구 대란이 일어나서 그중에 하나를 입양해왔어요

    ----

    궁금한데 백구 대란이 뭐에요?

  • 8. ......
    '18.1.21 2:06 PM (121.145.xxx.150)

    눈물나네요,,,
    님댁의 백구는 어찌그런 호강을 하고살까요 ~~
    사실 백구들은 그저 잔반만줘도 추운 겨울에 맨몸뗑이로 방치해도
    주인을 보면 꼬리치는 착한 존재들이예요 ,,
    동물을 대하는걸 보면 그사람의 인성이 대충은 보입니다....
    약한존재를 어떻게 대하는걸 보면 말이죠..
    이건 주인의 나이가 많고 시골이라서의 문제는 절대 아닌거같아요

  • 9. ..
    '18.1.21 3:09 PM (175.223.xxx.219)

    좋은일 하셔서 복받으실 거에요
    근데 집안에 둘땐(마당 안) 목줄 풀어주심 안되나요?
    백구랑 행복하시길

  • 10.
    '18.1.21 3:42 PM (1.243.xxx.113) - 삭제된댓글

    175..님 이 글속의 백구는 최상의 환경인데요 글에도 명시된것처럼
    사람이외 살아있는건 문다고 하잖아요
    길냥이들이나 다른 생명들이 잘못 들어왓다가 사고가 날수도 있기때문에 그나마 아주 긴줄에 묶에 놓은것같습니다
    내 백구만 중요하고 다른 생명은 죽어도 상관없어..마인드라면 풀어놓으시겠죠..가끔 보면 아주좋은 환경에 사는 반려동물임에도 주변에서 뭐라고 참견(?)하는 경우가 있던데 실례인거같아요..줄풀어놓으면 또 들여놓아라..묶여있는 모습만봤기때문에 산책좀 시켜라 등등
    관심은 좋은 현상이지만 객관적으로 우수한 기준에 훈수를 두는간 득이 되지않는다고 생각해요
    저 정도면 매우 훌륭한 환경입니다

  • 11. 감사
    '18.1.21 5:51 PM (182.209.xxx.254)

    견주인 입장에서 흐믓합니다
    내 개가 중요하듯 다른생명도 소중하기에 목줄 메어주신점 인상깊네요
    마당있는 전원주택 사시는 분들이 유기견들 한마리씩 마당한켠 내주어 안락사를 면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ᆢ늘 생각해요
    노년에 전원주택으로 가게되면 제가 꼭 할일이기도 해요
    저는 한마리만 가족으로 데리고 살고있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 12. 곰곰이
    '18.1.21 9:23 PM (210.96.xxx.156)

    원글님댁 항상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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