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이고 다혈질에 욱하는 성질 못참고 욕설을 입에 달고 살고
피해의식, 열등감, 비교의식, 부정적인 생각들...
자신이 공부를 안해서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한 것을 세상탓으로 돌리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의 여린성정을 닮아서... 저는 여리지만 심지가 곧고
바르게 컸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밥상머리에서 싸우는거 말리느라...
밤에 아버지가 어머니께 폭언하고 물건 던지는거 말리느라..
신발도 못신고 맨발로 뛰쳐나가 옆집 문을 두드리며 도와주세요..라고
울던 어린 시절은 이제 추억이 되었지만, 그게 무의식 아주 깊이는 상처로
남아있겠죠. 이건 약과고... 돈때문에 싸우는 부모님 말리느라
항상 그 중심에서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금방 잊고서 허허 웃는 부모님밑에서
저도 그러려니 하면서 잊고 지냈어요.
나이 들면서 나아지긴 하셨죠.
근데 이제는 제가 아버지가 싫어요. 그 마음을 부인하면서 사이좋은 딸 코스프레도 하고
아버지와 재밌는 에피소드는 남들에게 나누기도하면서..살아오기도 했는데
아버지를 맞딱뜨리고 있으면 여전히 남아있는 성질머리, 부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반영되듯 험상굳은 인상을 가지게 된 아버지가
싫어요... 부끄럽기도 하구요. 직장사람들에게 떳떳이 아버지를 밝히고 싶지 않을정도로요.
직장 잡느라 수험생활도 길었고 공백기가 컸는데 그러면서 아버지때문에
받은 상처는 너무 크구요... 돈 못버는 자식은 정말 천덕꾸러기더군요..
지금은 튼튼한 직장 다니게 되니 이제 어느정도 자랑꺼리가 되어있더군요.
그래도 어머니는 아버지랑 잘 지내니 다행이라고 여겨야겠죠.
근데 문제는 어머니가 저보고 왜이렇게 아버지한테 살갑지 못하냐고 하시네요.
아버지는 다른집 딸들은 아버지랑 팔장도 끼고 다니고 살갑고 애교도 많은데
저보고는 왜그러냐고 하시네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랑 같이 밥먹는것도
유쾌하지 않아요. 티비 보면서 밥먹으면 뉴스보면서 욕하고, 어디 아프다고 하시고...
저는 그런게 너무너무 싫어요.
혼자 먹더라도 편안하고 평화롭게 먹고 싶거든요.
그래서 함께 살면서는 식사시간을 일부러 달리한적도 많아요...
밖에서 외식하는것은 더 싫구요. 그냥 부끄러워요. 그말투 행동들이요...
근데 저보고 왜 살갑지 못하냐고.... 왜 다른집딸은 이러이러한데 너는 결혼하면
나 몰라라 할 자식이라면서....나중에 자기가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병수발은 해주겟냐면서....... 혀를 차시네요.
그럴때마다 당연히 죄책감이 들죠.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고 좋아해야하는데...나는 아버지가 싫는데 싫어하면 안되는데..
부끄러워하면 안되는데......
그럼 안되는데....
그렇게 기도도 해보지만 정말 잘 안되네요.
그냥 어느정도의 거리감을 두고 선을 긋고 지내는게 마음이 편해요.
근데 자식이 저뿐이라서 마음이 무거워요....
짐처럼 느껴지구요.
그냥 자연스러운 감정 그대로 인정하면 거리를 두고 지내도 괜찮은걸까요?
살가운 딸.... 애교있는 딸을 원한다는게 너무너무 화가 치밀더군요.
그런건 어른이 되서 갑자기 생기는게 아니라
어릴때부터 자상하고 좋은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요?
근데 어릴때는 작은 실수에도 욕지껄이에다가..... 항상 물건던지고 싸우는
부모님 보면서 자랐는데.... 그게 생길까요??..
저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내가 아프고 장애가 있는 딸이었다면 나를 아주
부끄럽게 여겼을 아버지라는 생각이요...그런데 제가 잘 풀리고 하니깐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더군요. 마치 그게 자신의 공이라는 것처럼요.
엄마도 제가 바르고 잘 자라준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니가 부모가 없냐
누구때문에 이렇게 자랐냐고요...
저는 아버지 직업이 부끄러운게 아니에요.
설령 어떤 일을 하였다고 해도..... 인자하고 인상도 좋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면
저는 분명 아버지라는 분을 좋아했을거에요.
근데... 아버지의 삶이 정말 인상에 그대로 반영되더군요. 그행동이나 말투까지도요.
아무리 나이들어서 치장한다고 해도 그게 없어지지 않잖아요...
제가 죄책감을 가져야하나요?...
...
조언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