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잃어버린 아이를 찾은 느낌이예요.

엄마 조회수 : 2,921
작성일 : 2018-01-16 17:51:05
아이가 지금 20. 23 딸 둘이예요.
작은 딸은 항상 막내 같고 제게 의지하는 편이라 정서적으로 독립 좀 했으면 싶었고, 큰 딸은 항상 독립적이고 느낌이 약간 쎄했지만 자세한 이유는 모르고 쟤가 오랫 동안(고등학교 때부터 공부 때문에 큰 도시에서 혼자 거주) 떨어져 살아서 그런가 추측을 하며 마음으로 안아주려 해도 멀리 도망가는 것 같았어요.

남편과의 사이는 15년 전에 남편의 바람으로 그 때부터 무늬만 부부이고 애들 앞에선 별문제 없는 척 행동하다 제가 견디다 못해 터져서 5년전부터 사이 안 좋은 거 애들도 알게 됐고 원인이 무엇이라는 건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두 달전 큰 딸이 사는 지역에 볼일 있어 갔는데 그 때 그 일이 어떤 업자를 만나러 가는 일이었어요. 일 마치고 딸을 만났는데 하는 말이, 내로남불 이냐고 해서 무슨 말이냐 했더니(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그게 내게 할 말이냐?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냐?) 말 그대로 라는 거예요. 말하자면 제가 일 핑계로 다른 남자를 만나러 먼 도시까지 왔다고 한 거죠.

제가 너무 놀라고 서러워서 집에 와서 펑펑 울고 남편과 사이 안 좋으니 이런 소리까지 듣나 싶어서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어요.

솔직하게 직면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결론을 내리고 1주일 후 딸 둘을 다 불렀어요. 그리고는 결혼에서 지금껏 있었던 일 중에 중요한 사건만 얘기해 주었는데 그래도 아빠가 바람피고 내게 사과도 안한다. 남자는 다 그렇다는 게 아빠의 논리다 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그냥 아빠의 어떤 잘못으로 부부 사이가 안 좋아졌고 너희들 보다시피 난 이렇게 저렇게 노력해 오고 있다고 하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아이들이 엄마 고생했어요 하는데 듣고 보니 제가 바람피워서 부모 사이가 그리된 줄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도 작은 딸은 저와 계속 같이 살아서인지 뭔가 아빠의 잘못이 있는 것 같다고 어렴풋이 눈치를 챘던 것 같구요.

그 이후 큰 딸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평소엔 쉬는 날에도 집에 잘 안 오고 길면 하룻밤 자고 가곤 했는데 이번 연말에는 사흘 연휴 꼬박 집에 있다 연휴 마지막날에 가고 얼마 전 큰 딸집 이사를 하게 되어 제가 도와주러 간다고 했더니 안 와도 된다고 하는 걸 간 건데 세상에 제게 어리광을 부리는 거예요. 혀 짧은 소리로.ㅋㅋ

그전에는 저를 가르치려고 하고 한심한 듯이 볼 때가 많고 상전처럼 행동해서 제가 지적하게 되고 서로 상처받곤 했는데
지금은 뭐든지 엄마엄마. 이렇게 해요? 저렇게 해요? 물어 보고 이사하면서 물건 버리는 것도 제게 물어보며 엄마가 딱 명쾌하게 결정해 주니 좋다고 하질 않나. 길거리에 걷거나 볼일 보러 다니면서도 제가 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엄마 내 옆에 있어잉 엄마 나 엄마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 (혀 짧은 소리로) 남들이 물으면 나 바보라고 해 줘. 라고 하면서 얼굴이 싱글벙글인 거예요. 길거리 가면서 먹고 싶은 것도 잘 사달라고 하고. (예전에는 사달라고 하긴 커녕 됐어요. 괜찮아요가 돌아오는 답이었어요.)

저의 아이 sky 중 한 군데 다니는 영리한 아이인데 그 동안 타지생활하면서 많이 외로웠을 텐데도 제가 바람 피워 부모사이 안 좋은 것으로 알고(제가 전혀 말을 안했으니) 혼자 독립적으로 버텨왔을 생각을 하니 너무 짠하고 내딴엔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어쨋든 애들한텐 상처받고 불안하고 부모를 불신하는 고통을 받아왔겠구나 싶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한테 어리광부리는 게 어렸을 때 무한신뢰 가졌던 부모에게 하고픈 행동을 지금 하고 있구나 싶어서 기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지금이라도 다행이고 나에게 내로남불이라고 말해 준 그 사건에서 도망치지 않고 직면한 제게도 위로를 하고 싶어요.
ㅇㅇ야 고생했다....
IP : 211.36.xxx.14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행복
    '18.1.16 6:00 PM (122.36.xxx.61)

    엄마도 딸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글을 읽는데 눈물이 나네요 ㅠ.ㅠ
    도망치지 않고 직면하신거 정말 잘하셨고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어요~
    엄마 마음 알아주는 딸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실 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실거에요~!^^*

  • 2.
    '18.1.16 6:01 PM (118.33.xxx.49)

    축하드려요
    저도 고만고만한 딸들이 있어요
    오해로 오랫동안 힘들었던 딸이 안스럽네요
    이젠 세모녀 행복하기만 하세요

  • 3. 라일락84
    '18.1.16 6:21 PM (115.23.xxx.74)

    어떻게 이런 상황이ㅠㅠ

    원글님 지금이라도 올바른 상황 알게되고 관계가 회복되어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 더 행복하세요~~

  • 4. 따뜻
    '18.1.16 6:27 PM (175.115.xxx.92)

    음,, 글 읽으며 드는생각이 왜 근거없이 따님은 엄마가 바람이 났다고 생각했을까요.
    얼마나 소통이 얼마나 없었으면 딸이 저런 생각까지 했을까 안타깝네요.
    암튼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고 마음이 다 따뜻해지는 내용이에요.
    해피앤딩은 동화나 현실에서나 언제나 행복ㅎ해요.~

  • 5. ㅁㅁㅁㅁ
    '18.1.16 6:40 PM (119.70.xxx.206)

    눈물이 나네요..
    딸을 찾게 된 것 축하드려요.
    한사람의 잘못으로 가족들이 너무 고통받아왔네요.

  • 6. ㅇㅇ
    '18.1.16 7:23 PM (121.168.xxx.41)

    딸은 그런가봐요..

    아는 집 엄마가 명절에 친정 가서
    친정엄마한테 속상한 얘기를 털어놓았대요
    자는 줄 알았던 딸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동안 왜 그런 얘기를 자기한테 안했느냐고..
    하면서 따지더래요

    그뒤로 남편이랑 다툼 비슷한 거 하면
    딸이 완전 엄마편 들고 있대요
    남편은 머리 긁적거리며 그런가..하면서
    딸 얘기 따른다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69181 악플이란것이 참 기분... 4 선플달기 2018/01/18 747
769180 김두우 "盧라고 뭐 없겠나..개띠해 이전투구 해볼까?&.. 15 급하구나! 2018/01/18 1,733
769179 노통 국민장 TV로 보여줬을때... 34 그날 2018/01/18 4,131
769178 입시 겪으신 분들께 여쭤봐요 7 고3 2018/01/18 1,701
769177 설지나서이사하면 중학배정 어떻게되는거에요? 4 어렵다 2018/01/18 563
769176 이번 올림픽으로 나라가 개판이 되고 있다는 걸 국민들이 알게되어.. 47 흐름 2018/01/18 4,301
769175 질레트면도기 날 3 안녕하세요 2018/01/18 483
769174 아이스하키를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 이라고 미씨유에스에이에 글 올.. 18 ,....... 2018/01/18 1,837
769173 방학 언제 끝나나요 ㅠ 15 .. 2018/01/18 2,316
769172 집에서 사용하는 수건 수명이 얼마나 되세요? 10 고구마 2018/01/18 4,318
769171 성유리,조보아 구분이 안되네요 13 .. 2018/01/18 3,264
769170 40후반 부부동반 사내임원모임 옷차림 고민입니다. 5 옷 고민 2018/01/18 3,280
769169 남자 파자마 면으로 도톰한거 파는 곳 아시는분. 5 ... 2018/01/18 993
769168 공기청정기 지나가다가 2018/01/18 554
769167 스테이크 구울 때 팬에 올리브유 or 버터 두르시나요? 11 ? 2018/01/18 5,833
769166 드라마 이렇게 바꾸면? ... 2018/01/18 349
769165 채널 A에 또 당했네요. 아이스하키팀..... 7 우리가 2018/01/18 2,691
769164 반찬이라고 하기도 뭐한 간단 반찬 25 ... 2018/01/18 6,920
769163 이런게 자기최면인가요 5 신기 2018/01/18 936
769162 층간소음 미칠지경이에요 4 ... 2018/01/18 1,866
769161 접이식 주방 사다리 뭐 쓰세요? 4 살림 2018/01/18 1,157
769160 신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요. 캐스팅이... 13 행운보다행복.. 2018/01/18 3,932
769159 김빙삼옹 트윗 9 고딩맘 2018/01/18 2,816
769158 맨 끝 오른쪽 가방 어떤건지 아실까요? 7 ..... 2018/01/18 1,447
769157 통역과 번역 이제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나요 11 ㅇㅇ 2018/01/18 2,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