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음식 솜씨가 좋으셨지요.
이상하게 어릴 적 기억하거나
먹었던 음식 기억할 때 그 무렵의 분위기가 색깔로 느껴져요.
엄마가 우리 남매에게 도너츠도 튀겨주고, 케잌도 구워주고
사라다빵도 만들어주고 나름 신경썼을 나의 유년시절은
연두빛.노란빛. 무지개빛
열심히 살고 우리 남매도 열심히 쓰다듬어 주고 하시던 그 때,,,
세월이 흘러,
엄마와 아빠가 별거를 하고 엄마는 다른 것에 미쳤을 때,
엄마 음식은 뜨문 뜨문 해지고
점점 바빠지던 엄마,
밖에서 엄마가 대충 불러 사주던 돈까스나 우동 생각나요.
맛있게 먹으면서도 엄마의 짜증을 한 켠으로 받았던게 기억나요.
그 때는 그냥 울그락 푸르락 하네요..기억들이
엄마는 어느 날 우리를 뒤로 하고 말 없이 떠나고,
덩그러니 남겨졌던 오빠와 나는
얼마 후 아빠에게 넘겨져서 새엄마와 함께 살았어요.
새엄마는 단정하고 음식도 차분히 잘하던 분이셨는데
그 오랜 시간 15년 넘는 세월동안 먹었던 음식들이
전혀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늘 목에, 가슴에 뭔가 걸려있는 느낌으로
새엄마의 시선과 냉랭함 속에서 음식을 먹었고..
그때부터 저는 음식을 숨어 먹는 버릇이 생겼어요.
생각하면 회색빛. 저기압에 잔뜩 가라앉은 먹구름빛이에요.
20대 때에는
식이장애로 폭식과 토하는 것을 반복하는 몇 년간의 시간이 있었네요
정말 자신이 혐오스럽지만 멈출 수 없었던 그 때..
집앞 마트에서 잔뜩 한 봉다리 몰래 사들고 들어와
문을 잠그고 더 이상 숨을 못쉴 때 까지 꾸역꾸역 밀어넣었어요
맛도 못느끼는데도 뭔가로 나를 꽉 채우고
또 그것을 못견뎌서 바로 토하고 나서야
눈물과 함께 하아..하고 나를 놓아줄 수 있었던 그 때.
몇 년을 지속되었던 폭식증은
신앙을 만나고, 또 바로 두 달 뒤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음식으로 채워지던 결핍과 허기가 자연스럽게 채워졌고
아무리 다이어트해도 내려가지 않던 몸이
다시 고등학교때의 적당한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15 여년간 변하지 않는 남편의 사랑만큼
제 몸은 변하지 않게 계속 유지되고 있어요.
십 여 년만에 다시 만난 친엄마는
그 새 음식이 너무 낯설어 졌더라고요.
지금도 음식장사를 하실만큼 솜씨도 좋지만
나와 헤어지기 전의 그 엄마의 손맛은 절대로 나지 않아요.
한 때, 집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집에서 내가 정성껏 차려도 보고(제가 음식 좀 합니다)
집밥 잘한다는 백반집도 가고, 한정식집도 가고
음식 잘하는 친구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도 먹었는데
혀의 즐거움만 채워질 뿐,
만족감이 전혀 없고 집밥에 대한 허기가 안채워 지더라고요.
그 때 알았습니다.
내가 그리워했던 것은 '밥'이 아니라
나를 한 번도 버린 적 없는 엄마가 그립다는 걸..
그리고 이제 그것은 다시는 돌이켜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고나서야
그 허기가 멈췄지요.
제가 대학원에서 심리학 공부를 하던 시절
폭식증 파트를 공부하는데
음식이 엄마의 사랑을 상징한다는 구절이 나오더군요.
무릎을 쳤습니다.
저에게는 정확히 적용되더라고요.
나 보고 어릴적 먹었던 밥을 한 끼만 골라 다시 먹을 수 있게 해 준다면,
국민학교 시절,
고열을 며칠 앓고 난 후
내 옆에 가깝게 붙어앉은 엄마가
입맛없는 나에게 김치를 길게 손으로 쪽쪽 찢어
물 말은 밥그릇에 척척 걸쳐주셨던 그 한 끼를 맛볼래요.
며칠 간 옆에서 나를 극진히 병간호 해주던 엄마의 마음이
내 마음에 고열을 이기는 만족감을 남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엄마, 사랑, 음식의 상관관계라는 거창한 이 글 제목의 결론은 모르겠지마는,
음식을 타고 사랑의 에너지는 전해진다는 것,
그리고 엄마의 사랑은 집밥 속에 고스란히 남겨진다는 것....
우리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서 그 것을 직관적으로 느낀다는 것.
이렇게 주절거려봤습니다...비슷한 주제가 자게에 보이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