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동네 카페에서 보쌈 스멜~

깍뚜기 조회수 : 3,357
작성일 : 2018-01-11 22:57:33
아까 오후에 칼바람을 뚫고 동네 카페에 갔습니다. 
원래 단골집은 동선이 꼬이는 바람에 
예전에 한 번 가본 곳으로 갔어요. 커피맛이 괜찮았던 기억에...

당시에도 특유의 강렬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역시나 그대로 ㅎㅎ
딱 봐도 다방 아니고 카페가 맞긴 맞는데요. 쌍화차, 믹스커피 이런 거 안 팔고
기계로 내려주는 커피를 파니까요. 
세상에....!
3-4개 테이블이 놓인 자그마한 그 공간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갈 수 있단 게 놀라울 정도. 
입구에 도열한 조화 화분이 앙증맞게 인사를 합니다;;; 
문에도 뭐라뭐라 글씨가 너무 많이 붙어 있어서 아무 글씨도 안 읽힐 정도. 
화분의 색깔과 종류도 제각각. 
테이블마다 색깔이 다 다릅니다. 당연히 원색 계열이고. 의자 종류도 너 댓가지는 되는 거 같고, 
굳이 없어도 될 방석이 글쎄 매듭 묶는 그 거 있잖아요. 그거요 ㅎㅎ
어떤 의자에는 뽑기방에서 구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형이 와상으로 쉬고 있고요. 

벽에는 뻐꾸기 시계가 달려있는데, 뻐꾸기가 흡사 박제 박물관의 그것과 비슷해요.
여백이란 대역죄인 양 벽에는 여러가지 포스터 (세계지도, 풍경 사진 따위)가 붙어 있고, 
작은 주방에도 빈틈없이 컵, 카페 도구들, 선반에 쏟아질 듯하게 머그들이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고, 
손바닥 만한 싱크대에 수세미는 형형색색 어찌나 많은지;;;;

머리 위 메뉴판의 글씨체는 90년대 초반식으로 멋부린 필기체고요. 
핸드 메이드 레몬차, 무슨 차 제안하는 추가 메뉴판이 테이블마다 따다닥. 
어울리게도 간식류로 감말랭이도 있습니다 ㅎㅎ
요새 유행하는 북유럽식이나 인더스트리얼 카페 인테리어를 비웃듯 
그곳은 서로 관계없는 사물들의 믹스 앤 미스를 실험하는 독특한 아우라를 뿜뿜 

휴우... 아무튼 이 곳은 '투머치' 인테리어의 좋은 예였습니다. 
주인장 아주머니의 훼션도 공간의 성격과 참으로 유사.... (구체적인 묘사 생략)  
오늘따라 조성모 노래 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 산란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 추위를 녹이며 커피를 받아 나가려는데 
카페에 어울리지 않는 냄새가 나는 거예요. 

글쎄 구석 테이블 아니고, 카페에서 가장 큰 테이블에서 
보...보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인덕션 위에는 무슨 국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고요. 
갑자기 웃음도 나오고 정신이 혼미해진 저는 
시선을 돌려 테이블을 살펴 보니 막 한 듯한 보쌈에 김치에 풋고추 반찬에 
제대로가 아니겠습니까? 
주인장의 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인가가 앉아 있었고, 
저도 모르게 '어머나...'가 새어나왔는지, 
막 제가 주문한 커피를 만든 주인장이 커피를 건네주면서 
'맛보실래요?'  안 바쁘면 앉아 보세요. 

네? 
너무 황당하...지 않고, 감사합니다...
하고 앉아서 그럼 한 점?
종이컵에 아까 말한 국물도 덜어주심 ㅎ 
더 웃긴 건 인덕션 옆 사라에 칼국수 면이 있더라구요 ㅋㅋㅋㅋ 
마무리는. 

겨울엔 보쌈! 보쌈 김치! 
흠... 그렇게 몇 점 먹고 일어났습니다. 


참, 카페 이름은 '힐링'입니다. 
보쌈은 힐링 ㅠㅠ 


IP : 211.206.xxx.5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1.11 11:00 PM (220.75.xxx.29)

    와 대박 ㅋㅋ

  • 2. .......
    '18.1.11 11:02 PM (58.123.xxx.23)

    웬지 그 까페 가보고 싶은 이 마음은 뭔가요...ㅋㅋㅋㅋ
    조성모 노래까지 완벽했을듯
    내일 저녁은 보쌈배달로 결정.

  • 3. ..
    '18.1.11 11:05 PM (124.111.xxx.201)

    마치 커피프린스 드라마에서 커피프린스 하기 전의
    카페를 보는듯 하네요. ㅎㅎㅎ

  • 4. 대박
    '18.1.11 11:12 PM (112.154.xxx.192)

    또 있습니다
    일산 책방이* 이 곳에 발을 들어 놓은 순간, 냄새 안나는 뭐 조금 날수도 있겠네요 떡국도 과일도 빵 와인 과자 카페에 존재하는 먹을거리, 메뉴판 이외의 것은 다 공짜로 나옵니다
    제가 간 날, 커피 한잔 값에 떡국, 꿀과 가래떡, 롤 케익까지ㅎ 세상물정 아직 순진한 긴 머리, 시인 주인장이라 가능. 임대료 걱정은 손님 몫

  • 5. 날팔이
    '18.1.11 11:20 PM (125.131.xxx.125)

    ㄴ 알고보면 갓건물주 일지도요 ㅋ

  • 6. 강민주
    '18.1.11 11:23 PM (211.223.xxx.51)

    따뜻한 단편소설같아요 ^^
    막~~ 음성지원도 되는..

    딸랑딸랑~~
    방울달린 문을 열고 제가 까페로 들어서죠
    까페 가운데 가장 큰 테이블에
    주인장과.. 안면 좀 있는 주인장친구 두분
    그리고 손님으로 보이는 미모의 여인 한분이
    보쌈을 가운데 두고 합석중이네요
    세상의 모든 미인을 적으로 여기는 저는
    그여인을 슬쩍 흘겨보며 주인장 옆으로 가 앉네요


    언니~~
    보쌈을 했음 전활해야지~~
    으이구..
    오늘같은날 왠 또 성모 노래야..
    심란하게..
    한쌈 줘봐봐~~~

  • 7. 깍뚜기
    '18.1.11 11:24 PM (211.206.xxx.50)

    일산 거기 어디죠? ㅋㅋㅋ 떡국 대박 ㅎㅎ


    강민주님 ㅋㅋㅋ 멀쩡한(?) 닉네임으로 어찌 그런 댓글을 컥ㅋㅋㅋㅋㅋㅋㅋ

  • 8. 82
    '18.1.12 2:11 AM (121.133.xxx.240)

    글도 참 잘 쓰시네요
    카페 벽에 걸린 그림이 동영상으로 막 움직이는 느깜이예요
    구석에 해리포터 영화처럼 사물이 막 움직이구요ㅋㅋㅋ

  • 9. 봄날은온다
    '18.1.12 9:28 AM (125.7.xxx.11)

    여백이란 대역죄인 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0. ㅋㅋㅋ
    '18.1.12 11:55 AM (210.220.xxx.245)

    깍두기님이셨구나
    보통 닉넴 안읽고 글 읽는데 대반전이라 ㅎ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71898 난방비 7 2018/01/24 1,853
771897 이번 감기 특이하네요 7 원더랜드 2018/01/24 2,789
771896 "'존엄사' 스스로 결정한다"..연명의료법 내.. 4 ..... 2018/01/24 1,427
771895 서울여자대학교 12 수능맘 2018/01/24 3,381
771894 가빗한? 이라는 말 7 가빗? 2018/01/24 815
771893 유치원 반일반 아이들 방학땐 뭐하고 지내나요? 2 주 부님 2018/01/24 754
771892 고등학생 가방 어떤거 사주셨나요? 3 선택장애 2018/01/24 1,414
771891 정현 인터뷰 뭐라한거예요? 7 궁금 2018/01/24 4,845
771890 사법부 블랙리스트 청원 동참해주세요. 13 ㅇㅇㅇㅇㅇㅇ.. 2018/01/24 720
771889 남 욕해서 1 ㅇㅇ 2018/01/24 575
771888 정현 인터뷰 9 ... 2018/01/24 4,288
771887 나는 호구였구나 20 둘리맘 2018/01/24 8,115
771886 치매걸린 엄마, 동생과 갈등 25 pobin 2018/01/24 7,461
771885 담번에는 투표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10 제발 2018/01/24 1,300
771884 데일리안 여론조사 9 원더랜드 2018/01/24 1,161
771883 30대 중반이 제과회사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10 ㅇㅇㅁ 2018/01/24 1,510
771882 여자 셋 서울구경 숙소 문의 9 서울구경 2018/01/24 1,912
771881 이사 앞두고 너무 심난해요. 22 김수진 2018/01/24 5,600
771880 대전만 미분양이 많은듯 하네요 3 아팥트 2018/01/24 2,869
771879 수입산돼지 많이 안좋은가요 13 ㅇㅇ 2018/01/24 3,018
771878 드디어 갤럽조사 전화 받았어요. 5 처음 2018/01/24 1,182
771877 베트남 여자한테 호구 취급 당했어요 당했어요..... 14 -- 2018/01/24 8,388
771876 아이폰6 쓰시는 분 계시나요? 한가지만 테스트 부탁드려요 17 아이폰 쓰시.. 2018/01/24 1,929
771875 마요네즈 강된장 1 맛있어 2018/01/24 1,267
771874 식중독이면 음식점에 책임 물 수 있나요? 5 에고 2018/01/24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