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봤는데

___ 조회수 : 1,865
작성일 : 2018-01-11 16:18:51

어제가 이 뮤지컬 개봉 첫날이었습니다.

이미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뮤지컬이 주인공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궁금해서 보러 갔죠.

제가 그걸 읽었을때만 해도 사랑이 커다란 가치이던 십대 소녀였고

그 이후로도 동명 영화를 봤지만 그땐 제가 성인이고 소피 마르소에

관심이 가 있어서 그냥 봤던거 같애요.

그런데 어제는 그 내용을 보면서 느낀 건 유부녀이고 아이도 있으면서 젊은 장교와 사랑에 빠져서

결국 가정과 자식 버려두고 집을 나간거니

갑자기 여기서 가끔 올라오는, 성인 입장이 되어서 어린시절 바란 난 엄마 묘사할 때의 그 어머니들이

떠 오르는게 어쩐지 제가 예전에 보던 그 소피 마르소의 청량한 미모가 다 커버해주던

내용이 아니고 자꾸만 보는데 둘의 사랑이 어쩌고 '당신 없으면!' 어쩌고 둘은 아주 애절한데 전 불편한 거에요.


그래도 끝까지
내용만 보면 안나는 나쁜 여자이고 그래서 그녀는 비난 받아 마땅한데, 

 뮤지컬은 이 둘의 사랑에서 무엇을 말할지가 그게 궁금해서 끝까지 봤는데

그래서 내 이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그래도 그 둘도 뭐 할 말은 좀 있게끔 해줬으면 해서 끝까지 기다렸는데

결론은 보러 가지 않아도 될 듯 입니다.

옥양 주연급 목소리라는 거 인정하고

거기서 가수로 나오는 분 진짜 잘해서 박수 많이 받았고


사실 거기서 톨스토이가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건 레빈하고 키티와 그들의 삶인 것도 아는데

그 둘은 스토리로는 좀 재미가 없죠.

원래 건전한 건 재미가 없잖아요. 드라마틱 한 게 없으니.

그럼 그거를 과감하게 뺏어야 하는데 그 둘 이야기도 집어넣고 해서

그냥 산만하게 겉만 핥다가 끝난 뮤지컬이었습니다.

출연 무용수들은 정말 잘하더군요.

그거 빼곤 끌고간 남편한테 좀 미안했네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몇 달간 애정씬 계속 진하게 하면 없던 마음도 들겠어요 저같은 사람은... 

진한건 아닌데 강렬했음요 두 사람.


IP : 220.68.xxx.8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게 저도
    '18.1.11 4:21 PM (116.127.xxx.144)

    소설을 님처럼 읽었는데요.

    선배언니와 이야기하다가...그게 그소설의 주가 아니라
    그시대의 사회적 배경...어쩌고 그런게 주라고 하더라구요.

    전 소설에서 그런거 못느꼈거든요.
    ㅋㅋ
    그래서 다시 읽어봐야하나? 싶었거든요

    하여간 그소설읽고나서
    이런 미친년이...싶었거든요. 전 몇년전...마흔중반에 읽었었어요.

  • 2. ㅇㅇ
    '18.1.11 4:28 PM (121.165.xxx.77)

    아마 거기 나오는 세커플, 안나네 오빠 부부, 안나네 부부, 그리고 키티와 레빈부부의 결혼생활을 통해 결혼의 진정한 의의를 발견한다가 작가의 의도였을거에요. 지인이랑 안나 카레니나의 진주인공은 레빈이라고 가끔 얘기하죠 ㅋㅋ

  • 3. 저도 요즘
    '18.1.11 4:28 PM (211.38.xxx.181) - 삭제된댓글

    출퇴근 때 이북으로 짬짬이 읽고 있어요. 처음엔 너무 지루하고 레빈 나오는 농촌 공동체부분은 읽어도 이해도 잘 안되지만 2권 반까지 읽어왔네요. 안나 카레니나의 묘미는 다양한 인물의 세심한 심리 묘사라고 했던거 같아요. 그 부분을 신경쓰면서 읽으니 재미나더라구요. 책 다 읽고 소피마르소,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한 영화 찾아봐야겠네요. 어느 영화가 더 좋을지 궁금하네요 ^^

  • 4. Zrr
    '18.1.11 4:29 PM (175.223.xxx.117) - 삭제된댓글

    러시아 문학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첨언하자면 톨스토이는 가부장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 사랑에 목말라 있던 그녀의 영혼을 부각시키며 과연 그녀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게끔 유도하고 있죠.

  • 5. 저도
    '18.1.11 4:32 PM (220.68.xxx.85) - 삭제된댓글

    문학 전공자인데요
    그래서 뮤지컬 첫 장면이 규칙을 지키라고 매우 엄중하게 말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걸로 시작해요.
    그러니 벌써 알겠는데 규칙을 지키지 않은 자, 사회적 규칙을 벗어난 자가 치루어야 할 댓가
    그 대신 사랑을 얻었죠.
    그런데 거기서는 안나가 너무 미성숙하게 나와요.
    내가 브론스키라도 짜증날듯이요.

    그래서 다시 생각난 건 역시
    사랑은 가만히 잇어서 되는게 아니고 지키는 거다 싶더군요.

    어쨋든 뮤지컬은 이런 걸 별로 살리지 못했어요.

  • 6. 저도
    '18.1.11 4:33 PM (220.68.xxx.85)

    문학 전공자인데요
    그래서 뮤지컬 첫 장면이 규칙을 지키라고 매우 엄중하게 말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걸로 시작해요.
    그러니 벌써 규칙을 지키지 않은 자, 사회적 규칙을 벗어난 자가 치루어야 할 댓가가 어떤 것일지
    암시가 되고
    그렇게 하고 안나는 그 대신 자신이 원하던 사랑을 얻었죠.
    그런데 거기서는 안나가 너무 미성숙하게 나와요.
    내가 브론스키라도 짜증날듯이요.

    그래서 다시 생각난 건 역시
    사랑은 가만히 잇어서 되는게 아니고 지키는 거다 싶더군요.

    어쨋든 뮤지컬은 이런 걸 별로 살리지 못했어요.

  • 7. 멋진오늘
    '18.1.11 4:37 PM (59.27.xxx.134) - 삭제된댓글

    저도 어제 관람했어요.
    여주는 곡에 따라 기복이 있었고, 소프라노 가수역 너무 멋지더라구요.
    저는 오히려 나이먹고 보니 안나가 이해 되던데요.
    나이차 있고 말 안통하는 남편과 살다가 운명같은 사랑을 따라 떠나는 안나.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람들의 멸시에 끝내 몸을 내던지게 되지요.
    누락되고 축약된 내용도 많았지만,
    한번뿐인 인생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걷는 것도 용기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실패와 후회도 인생의 한 모습이지요.
    저는 지극히 평범한 선택을 하고 지도에 나와있는 길로만 걸으며 살고 있지만, 길을 이탈해서 걷거나 새로길을 만들어 걷는 사람들의 선택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 8. Zrr
    '18.1.11 4:38 PM (175.223.xxx.117) - 삭제된댓글

    뮤지컬 첫 장면에 관심을 두고 계셨다면 원글님 정말 제대로 보셨네요. 안나 카레니나는 원래 첫 문장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행복한 가정응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여기 82쿡도 좋은 글은 비슷한 이유로 공감을 얻고 다들 즐겁지만 싸우는 글들은 다들 각자의 이유로 싸우고 있지요.

  • 9. ...
    '18.1.12 1:50 AM (218.148.xxx.99) - 삭제된댓글

    안나와 안나의 오빠 모두 생기있고 멋진 사람들인데 자기 내면보다는 자꾸 외부에서 애정이나 감정을 갈구하는 성향이죠. 두 사람의 가정이 파탄나는 원인은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키티와 돌리는 이상적인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어머니는 허영심이 있고 그 허영심을 딸들에게 투영하죠. 돌리의 불행한 결혼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좀 있는 것 같고요, 키티는 아버지가 중심을 잡아 듬직한 레빈과 잘 연결이 됩니다.
    레빈도 역시 가정적으로는 결핍된 정서를 보여 주죠. 형들은 학문과 이념으로 도피하지만 레빈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늘 훌륭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구요.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가정의 딸인 키티와 인연을 맺게 되는 거죠. 훌륭한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농촌 공동체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안나의 남자들 브론스키와 카레닌도 가정적으로 다 불행한 남자들이죠. 브론스키는 교양 있지만 어머니에 대해 완전한 존경심은 없어요. 키티에게 함부로 행동하고 안나에게 빠진 후 모든 것을 던지지만 잘난 남자가 모든 것을 내려놓기엔 힘이 들어 계속 여러가지 상황에서 흔들리죠.
    카레닌 역시 양친의 따뜻한 보살핌과는 거리가 먼 가정에서 성장해 자수성가한 남자라 너무 건조하고 상대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해요. 공감력 결여자인 남편은 자기 아내의 마음을 모르죠. 안나가 그의 단점까지 사랑하고 가정을 돌보았다면 안나와 카레닌의 아들에게는 그래도 가정의 울타리를 줄 수 있었을텐데 못하게 되구요. 안나의 아들이 또 불행한 남자로 성장하겠죠.
    러시아는 왕정 말기에서 새로운 사회운동이 꿈틀대는 시대로 가고 있는 중이고 그 소용돌이 속에 귀족의 기득권을 놓지 않았던 이기적인 자들은 몰락하겠죠. 하지만 가정과 사랑을 중시하며 인간의 본성을 사랑하고자 했던 레빈과 같은 자들은 농민들과의 삶에도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 귀족 톨스토이는 자기 재산을 농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레빈은 톨스토이의 자화상이라고 흔히들 말하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70823 타인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며 사시나요 6 gg 2018/01/23 2,154
770822 후추가 너무 좋아요ㅎ 16 ㅣㅡ 2018/01/23 4,613
770821 (친정어머님들께 질문해요) 딸로 인해 행복할때가 언제이신가요? 7 ㅇㅇ 2018/01/23 1,933
770820 대통령아들일에 고발을 하니마니 해요? 36 2018/01/23 2,834
770819 [단독] 안현수, 도핑 문제로 평창 올림픽 출전 무산 3 .. 2018/01/23 5,224
770818 연봉이 세전으로는 2천만원 올라도 월급 기준으로는 30만원 오르.. 4 2018/01/23 1,581
770817 알호두 보관 어떻게 해야하나요? 4 참나 2018/01/23 641
770816 국물용 멸치를 뒷베란다에 열흘정도 놓아두웠는데요ㅠㅠ 14 파랑 2018/01/23 3,828
770815 숄더백사고서 크로스끈 추가로 구입해보신분 계세요? 4 .. 2018/01/23 918
770814 이런 마사지 받아보신분 계시나요? 1 경락 2018/01/23 1,638
770813 조코비치 꺾은 정현 선수, 인터뷰도 잘하네요. 7 ... 2018/01/23 2,868
770812 연말정산 부모님 공제 소득많은 자녀가 받으면 더 많이 받나요 10 ㅡㅡ 2018/01/22 1,877
770811 초등 고학년, 강사 끼고 체험프로그램 경험담을 듣고 싶어요. 5 초등엄마 2018/01/22 1,292
770810 중앙시장 닭강정집외 또 있어 35 전주 2018/01/22 6,467
770809 혹시 98~99년쯤 대구 만촌동 사시던 님들 재즈인. 3 재즈인 2018/01/22 1,158
770808 불금쇼에 나온 김갑수 격하게 동감. 4 ,,, 2018/01/22 2,750
770807 예비고딩 보카 추천해주세요 1 영어 2018/01/22 682
770806 버너 위에 놓고 삼겹살 구워먹기 좋은 불판 추천해주세요 3 불판 2018/01/22 1,446
770805 로봇 청소기 3 청소 2018/01/22 1,464
770804 왼쪽골반쪽이 가끔 아프고 부어있어요. 왼쪽 2018/01/22 493
770803 문화센터 셋이 다니긴 싫다는 조리원동기 22 참나 2018/01/22 7,016
770802 지금 ytn 김선영 아나운서요. 7 어휴 2018/01/22 5,040
770801 미인인 분들.. 헌팅 많이 당하시나요? 23 ... 2018/01/22 7,832
770800 발표공포증 어떻게 극복할가요 ㅠㅠ 13 Jj 2018/01/22 4,115
770799 정리한답시고 3일째 바구니만 보고 있어요 2 ㅇㅇ 2018/01/22 1,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