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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재수를 고민하는 자녀를둔 부모님들께ㅡ1

겨울 조회수 : 4,464
작성일 : 2018-01-03 19:24:31
요즘 정시 기간이라 학교 선택글이랑 재수 고민글 올리시는 분들이 많아 아들 둘을 재수생으로 뒀던 선배로써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글을 씁니다
참고로 전 지난 가을 '가을'이라는 닉네임으로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후배님들께''라는 시리즈 10탄과 부록편 까지 시리즈11편을 올렸던 사람 이기도 합니다
제가 굳이 저의 존재를 밝히는 이유는 아이들이 덩치큰 20살이긴 해도 부모님 품을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아니라서 아직은 사춘기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고 평상시 제가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나 삶의 태도가 이 글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 밝힙니다

이과인 아들이 고등때 내신이나 모의고사 성적으로
봤을때 SKY정도는 갈 수 있겠다(담임과의 상담을 통해)했고
꼭 가고 싶었던 인서울대학에 수시3군데를 썼는데 그해(2014년 그러니까2015학년도 수능)에
수학 만점을 받고도 다른 이과과목에서 최저를 못맞춰
수시에 떨어졌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최저 못맞출 성적으로는 정시로 인서울은 절대 할수없다는걸~
그 성적으로 지방 국립대 사범대 장학금 받고
들어갈 성적이긴 하지만 그 나잇대 아이들이 허세끼가 있어
교사라는직업을 별로라여기고 인서울 공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싶어하는 때라 그 눔의 재수라는게 하고 싶다더군요
하~~~~~
제가 아이의 간곡한?부탁으로 재수를 허락 했던건
그동안 한번도 (초등때 피아노와태권도 이외에는)사교육을 받아 본 적 없이 이과 수학도 혼자만의 공부로 만점 받았던
아이라 어느정도는 자기주도 학습이 된다는걸
인정했기 때문 이였어요
기숙학원이나 종합 학원에 밀어넣고 맡겨도 될 만큼의 가정형편이 이니라 고민을 안 해본것 아니였지만 아이와 충분한대화( 엄마를 설득할 만큼의 논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에)끝에
허락을 했지요
그래서 아이와 합의를 통해 '재수 서약서'라는걸 작성히게 됐지요
그 서약서 첫째 조건이
1. 엄마의 끝없는 잔소리를 참고 견딜것
이였어요
지금 잘 기억 나지 않지만 대충
*9시전(엄마 출근전)에는 무조건 집에서 나갈것(그래야 점심값 5000 원을 받을수 있음)
*독서실비(5만원ㅡ차량운행안하는 동네 독서실이라 쌈)
인강비 교재비는 한정적으로 지원함
*휴대폰 사용 여부는 본인의 양심에 절대적으로 맡긴다
등등 이였던거 같은데
어짜피 재수라는게 부모의 뒷받침과 본인의 의지 없이는
할수없는거라 그 서약서 정도?(1번 항목에서 불만을 보였었음 ㅎ)는 수긍하고 싸인에 지장까지 찍더군요
제가 아이에게 서약서를 쓰게 한건
비록 다 지켜지진 못하겠지만 일종의 경고와 압박을 갖고있길 바라는 마음 때문 이였어요
1번 내용을 첫번째로 택한이유는 너가 약한 의지를 보이거나 자기관리가 안되면 언제든 참견하고 잔소리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걸~(어제 어느분 댓글로도 쓴적 있음)확인 시켜 주고 싶었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건
재수를 하고 난 뒤의 결과에 상관없이 어떤 환경이건 어떤 상황이건 재수를 꼭 해야 한다면 그동안 부모님들께서 보여주셨던 태도에서 조금은 변화되길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것~
~부모의 걱정과 근심으로 해결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고 아이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것~
~학생신분도 사회인신분도 아닌 애매한 신분으로는 하고 싶은거 다하고 살 수 없다는 것~
~가정형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수능을 잘 아는분들 이라면 비웃을 일 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 모의고사 등급 환산하는 방법이나 비율 계산하는 방법뿐 아니라 몇천가지 유형이 존재한다는 수시 전형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라요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수험생 본인들이 훨씬 더 잘 알텐데 굳이 엄마까지 알필요도 없고 안다고 애한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아이들도 당연히 여기고 불만없었고요(어렸을적 부터 쭉 그래왔으니까)

재수 마치고 제가 물었죠
재수 하면서 느낀게 뭐냐?고
거창한?깨달음 이라도 느꼈을걸 기대하며 물었는데 의미 심장한 표정으로 한마디 하더군요
''노후에 엄마랑 같이 살지 못할거 같아''
헐~~~~~~~~(거의 신음처럼 터져나옴 ㅎㅎ)

제가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라는 겁니다
그러면 더이상 부모가 해줄게 없는 시절이 옵니다

* 기회가 된다면 즐겁고 의미 있었던 둘째 재수 얘기도 들려주고 싶네요

IP : 14.54.xxx.205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왕
    '18.1.3 7:33 PM (211.212.xxx.148)

    이면 결과도 알려주시지요?

  • 2. ...
    '18.1.3 7:34 PM (125.186.xxx.152)

    그럼 독서실에서 인강으로 독학재수한 거에요??

  • 3. dd
    '18.1.3 7:37 PM (1.239.xxx.32)

    내공이 느껴지는 현명하신 분 같아요
    이런 보석 같은 글 때문에 82가 좋아요!

  • 4. ㅇㅇ
    '18.1.3 7:40 PM (220.84.xxx.19)

    재수고민중이라 소중한경험 감사합니다~

  • 5. 겨울
    '18.1.3 7:42 PM (14.41.xxx.73)

    결과? ㅎ 크게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부모탓을 하거나 툴툴거리거나 징징댄적없고 수능 끝나자마자 알바했고 대학 입학 하고나서는 주말 알바해서 등록금은 장학금받고 용돈도 한번도 받아간적 없어요
    그래서 늘 저에게 당당한 어조로 말해요
    ~엄마는 나를 20년 밖에 안키웠다고~ ㅋ

  • 6.
    '18.1.3 7:45 PM (175.223.xxx.205)

    잘 봤습니다
    제 아들이 재수하면 참고해야겠습니다 ㅎ

  • 7.
    '18.1.3 7:47 PM (203.234.xxx.219)

    사교육도 별로 안받았는데 내신이나 모의가 그리 나왔다면 저라도 믿게되겠네요. 뭘허든 잘할 아이였어요

  • 8. 겨울
    '18.1.3 7:49 PM (14.41.xxx.73)

    사실 전 그 흔한 학습지조차 한번도 안시켰어요
    애들이 똑같은거 반복하는걸 너무 싫어하는 스탈일이라

  • 9. //
    '18.1.3 7:59 PM (211.243.xxx.128)

    두번째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 10.
    '18.1.3 8:25 PM (220.85.xxx.12)

    두번째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2222

  • 11. 음...
    '18.1.3 8:29 PM (175.209.xxx.57)

    그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너무도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죠.
    제 친구가 첫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교육읏 이렇게 하는 거라며 주위에 조언을 하고 다녔는데 둘째를 보내곤 예전에 했던 말 다 취소라고 했다더군요. ㅎㅎ

  • 12. ..
    '18.1.3 8:34 PM (218.146.xxx.39)

    재수를 결정해야만 하는 이 때
    아이에게 어떠한 다짐이라도 받고 싶은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3. 주옥같은 말씀이세요
    '18.1.3 9:33 PM (115.137.xxx.213)

    재수뿐아니라 초딩엄마 가슴에도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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