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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2) 유시민의 워딩 3 / 목포 편

나누자 조회수 : 2,978
작성일 : 2018-01-02 11:48:37
목포로 내려가는 기차 안.
유시민이 시즌1부터 음식 얘기 나올 때마다 타령했던 목포 순댓국집이 또 화제에 오른 와중에

황교익/ 우리 식단의 반찬과 국은 오로지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한 보조 음식임.
근데 여러 사정 상 그걸 따로 준비 못할 상황들이 역사적으로 많았음.
그래서 생겨난 게 국밥이나 비빔밥 같은 모둠 음식인데 국밥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거라 더 인기가 많음.

유시민/ 독일에도 국밥 같은 요리가 있음. 아인토프 eintopf 라고 그 전날 남은 재료를 섞어 끓인 것임.
따라서 매일 주 재료가 바뀌는데 채소가 들어 있는 국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음.
내일 맛있는 아인토프를 먹으려면 오늘 메뉴를 확인해야 함.
우리의 따로국밥이 전쟁음식이듯이 아인토프도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음.
즉 일상의 평화가 깨어질 때 그 슬픔을 딛고 탄생하는 음식들이 있는 것임.

# 진돗개 테마파크 (주말에 두번 공연함)에 다녀온 유시민.
개들의 묘기를 전하며 시전하는 순전한 모습들 어쩔~ (내 마음 속에 저장~)

# 유희열/ 목포는 언제부터 항구로 유명해진 거에요?
유시민/ 옛날부터지. 일본과 가장 가까운 곡창지대라 일본이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목포(및 여수 군산)에 결집시켰음.
즉 호남지역의 모든 산물이 빠져나가는 창구여서 번창했음.
(유현준/ 그런 이유로 남아 있는 적산가옥 등등 일제강점기의 느낌을 받기에 가장 좋은 고장임.)

# 목포 '근대 역사관'에 다녀온 유희열이 전시되어 있는 참혹한 사진과 일본 영사관 앞의 평화 소녀상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유시민/ 그게 역사지. 공동체가 걸어온 흔적에 대해 감정을 느끼기 마련인 것임,
그래서 되도록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역사를 정리하고 시대 구분을 하는 경향이 있음. 
두 분이 갔던 동양 척식 주식회사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제국주의 침략을 민영화한 곳임
조선 정부의 국유지 (농토 숲 산지)를 총독부 - 동양 척식회사 - 로 넘겨서 일본인들이 헐값에 살 수 있게 했음.
그렇게 농지부터 시작해 광산 금융까지 다 수탈해갔음.
(이때 유희열이 영월 탄광촌에 갔을 때 그 뒤로 형성되어 있는 리조트 건물들을 봤을 때와 같은 감정이었음을 피력함.
유희열 까방권1 획득. - - )

유현준/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목포는 가장 먼저 새로운 타입의 건물(극장, 세로의 긴 창, 백화점)이 생겨난 도시임. 
햇빛이 많이 들어오게 하려고 세로로 창을 길게 만들었는데, 유럽에서도 '창문세'라는 게 있었음.
부의 기준으로 매겼던 '난로세'와 같은 성격의 세금이었음. 6개 이상부터 누진세가 붙었음.

인류 최초의 극장은 성당이었음. 성당 벽화와 조각들이 동영상 역할을 했음. 즉 건축도 미디어였음.
하지만 금속활자가 발명되면서 건축으로 성경을 전할 필요가 없어졌음.
(유시민/메시지를 전할 다른 미디어가 생긴 거지~)
현대는 건축가들이 가지고 있던 힘을 방송/영화가 다 가져감.
(유시민/ 나피디가 유교수보다 더 힘을 갖게 된 거지~ ㅋ)

#김대중 기념관에 다녀온 장동선의 얘기 중
장동선/ 한사람의 삶을 우리가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유시민/ 가끔 그런 의문을 품어요. 한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난 좀 회의적이거든.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알고 이해해주는 게 가능한가?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함.
(유희열/ 왜 그런 회의적인 생각을? 
유시민/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이 나를 알겠음? 그걸 인정해야 함.)
삶이 근본적으로 외로운 게 그것 때문이라 생각함.
우리가 서로 이해 못하는 걸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외로울 수밖에 없음.
허나 완전치 않아도 깊게 날 이해해주는 사람이 좀 있으면 되게 세상이 밝아 보이는 것임.

유시민/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 4번 도전하셨거든. 
나 같으면 세 번째쯤에서 대중이 날 그렇게 배척하면 삐져서라도 안 할 것 같아. (일동 ㅋㅋㅋ)
근데 큰 비난 속에서도 네 번째 도전해서 대통령이 되셨거든.
뭐지? 난 아직도 그 의지를 잘 이해 못하는데, 그렇게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거라 스스로 납득하고 있음.

김대중만 봐도 열렬한 팬과 어떻게도 바꿀 수 없는 안티가 공존함.
특히 김대중은 오랜 세월동안 극단적인 감정의 표출 대상이었음.

(돌연 유현준에게 질문함)
유시민/ 유독 왜 대중이 그분에게 그런 극단적으로 감정을 표출했을까요?
유현준/ (급당황~) 아, 아니 왜 저에게.. ㅋㅋ 대척점에 있는 인물을 좋아해서 그런 것 아닐지... 

유시민/ 내가 오래 생각해온 건데, 김대중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봄.
1. 그의 객관적인 요건인 호남 출신 (하이도 출생 목포 성장)이라는 것.
이건 개인의 선택으로 바꿀 수 없는 문제임.
2. 그분 특유의 정치 철학이 오해를 많이 받았음.
그의 어록이 어마어마한데 내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건 이 말씀임.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원리원칙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판단하되,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서는 상인이 돈벌이에 지혜를 발휘하듯 능숙한 실천을 해야한다는 뜻.)

근데, 서생적 문제의식에 주목한 대중은 그의 이상을 지지하나 상인의 감각을 안 좋아했고
반대 쪽은 그의 이상을 빨갱이라고 인식해서 안 받아들였음.
아무튼 그분은 너무 일찍온 분이었음. 그래서 목포에 오면 난 마음이 아파~ 
(유희열, 황교익 동시에 "그래서 다른 도시에서와 달리 당신의 태도가 많이 불안해 보여~ ")ㅋㅎ

# 화제를 바꿔서
유시민/ 목포는 문화공간이 많음.
운림산방은 화가 소치 허련 선생이 진도에 집을 짓고 그림을 그린 곳임.
(산이 디귿자로 둘러싸고 있는데 참 아름다움. 나도 가봐야지~)
뿐만 아니라 울돌목에 내려가면 명량해전 당시 같은 물살 소리를 들을 수 있음.
이순신이 열세 척으로 삼백 척 적군을 상대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됨.
그러니 진도 놀러 오실 분들은 물때표를 검색하고 때맞춰 내려오삼~ 

근데 이렇게 좋은 게 많은데 사람들이 진도에 안 옴.
대파와 배추가 유명하고 어업이 좀 있을 뿐 관광으로 먹고 살던 곳인데 세월호 참사 후 관광버스가 안 옴.
마음이 아프니까 사람들이 못가는 거라~
진도인들은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서 이런 속사정조차 말을 못하고 있음.
진도인들도 위로가 필요하니 여러분들 많이 오셔서 말을 걸어주세요~

(유희열이 시인과 촌장의 이 노래를 불러줌.
"세상 모든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IP : 122.34.xxx.30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8.1.2 11:50 AM (122.34.xxx.30)

    독백: 혼자 두고 보려고 타이핑한 거라 제법 긴 기록인데, 과연 다 읽는 분들이 계실런지... ㅎ

  • 2. 콩순이
    '18.1.2 11:52 AM (219.249.xxx.100)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감사해요^^
    다 읽을거에요 ㅎㅎ

  • 3. 플럼스카페
    '18.1.2 11:53 AM (182.221.xxx.232)

    고맙습니다^^*
    다 읽었어요.

  • 4. 저도
    '18.1.2 11:56 AM (221.221.xxx.2)

    다 읽고 있어요.
    재미있고 정리에도 감사요!

  • 5. potato
    '18.1.2 11:56 AM (39.113.xxx.210)

    너무 감사합니다

    늘 생각만 하고 시청못했는데 알게 되어 기뻐요

    복받으세요 ^^

  • 6. ㅇㅇ
    '18.1.2 11:57 AM (59.22.xxx.175)

    감사히 다 읽었어요^^

  • 7. 레몬즙
    '18.1.2 11:57 AM (59.13.xxx.195)

    감사합니다 일단 저장해 두었어요.

  • 8. Drim
    '18.1.2 11:58 AM (123.136.xxx.69)

    감사합니다
    말레이시아 잠깐와있는데 같이온집 아이가 아파서 병원대기중이고 우리아이는 어학원.저는 병원옆 카페에 앉아있다가 우연히 읽은 님의 글을 보고 있으니 따뜻하고 아린 마음이 동시에 드네요

  • 9. ...
    '18.1.2 11:59 AM (222.110.xxx.242)

    방송 못봤는데도 글만 읽어도 화면이 연상되네요.
    편안한글 잘읽었습니다.
    방송도 찾아 보고싶네요.

  • 10.
    '18.1.2 12:01 PM (211.189.xxx.119)

    맞아요 서남해쪽은 놀러가기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 11. 오~굿 우먼
    '18.1.2 12:03 PM (122.35.xxx.70)

    전편들도 다 올려주세요.
    일목요연하게 확 와 닿네요.
    그대는 정녕 멋진 굿 우먼이세요.
    정리된 블로그라도 있으면 링크 좀 플리즈~

  • 12. 알쓸신잡 목표편
    '18.1.2 12:04 PM (58.120.xxx.102) - 삭제된댓글

    목표편을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봤어요.
    목포에 오면 마음이 아프시다는 유시민님.. 그리고 불안함을 감지하신신 두분..
    저도 각각 세분의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정리해주셔서^^

  • 13. 알쓸신잡 목포편
    '18.1.2 12:06 PM (58.120.xxx.102) - 삭제된댓글

    목포편을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봤어요.
    목포에 오면 마음이 아프시다는 유시민님.. 그리고 불안함을 감지하신신 두분..
    저도 각각 세분의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정리해주셔서^^

  • 14. dalla
    '18.1.2 12:07 PM (115.22.xxx.47)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 15. 알쓸신잡 목포편
    '18.1.2 12:07 PM (58.120.xxx.102)

    목포편을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봤어요.
    목포에 오면 마음이 아프시다는 유시민님.. 그리고 불안함을 감지하신 두분..
    저도 각각 세분의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정리해주셔서^^

  • 16. ...
    '18.1.2 12:12 PM (211.38.xxx.181) - 삭제된댓글

    유시민 작가님 알쓸신잡1, 2편에서 서민들, 약자들에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어 정말 좋아해요. 아니, 좋아한다는 감정을 넘어 정말 존경합니다.

  • 17. ..
    '18.1.2 12:12 PM (223.62.xxx.146)

    좋네요 글로봐도 좋아요

  • 18. 새해 복 가득 받으세요
    '18.1.2 12:13 PM (118.35.xxx.149) - 삭제된댓글

    알쓸신잡 마지막 정리편을 어제 밤 늦게 봤어요.
    그 프로를 볼 때마다 유시민님의 멘트에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오늘 정리글 정말 감사합니다.
    경상도 태생이라 김대중대통령을 나쁘게 평가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게 늘 그 분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물론 저의 얕은 지식이 큰 문제였겠지만
    그 당시의 언론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늘 죄송한 마음이고 그분이 제대로 평가를 받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 19. 오늘을
    '18.1.2 12:48 PM (210.90.xxx.129)

    다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누구때문에 안보는데 TV를 보는둣 했어요

  • 20. 감사합니다
    '18.1.2 1:00 PM (211.198.xxx.4)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21. 당신은 진정한 팬
    '18.1.2 1:18 PM (211.47.xxx.137)

    유시민님 팬이시군요. 원글님 정도는 되어야 팬이라고 할 수 있지.... 감사합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목포가 제 인식 속으로 쑥 들어온 목표편이었습니다.

  • 22. 나무
    '18.1.2 1:23 PM (175.223.xxx.104)

    알쓸 목포편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정리글 감사합니다.
    아...
    목포....
    진도......

  • 23. 한지
    '18.1.2 1:30 PM (175.223.xxx.226)

    저도 목포편 기억에 남아서
    다시 한번 봐야지 했는데
    원글님 감사합니다~

  • 24. 원글
    '18.1.2 5:37 PM (122.34.xxx.30)

    저 위에 유시민 광팬임을 알아봐 주신 분땜에 바보답게 흐뭇~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부터 3대가 유시민 광팬 집안인데,
    그가 정치하던 시절엔 서로 정치 후원금 경쟁하느라 가관도 아니었음.
    방랑연예인으로 살고 계시니 우리 가정이 평온함. ㅋㅎ

    그의 6년 선배인 울 아버지, 마인츠 유학시절 방문했을 때 그가 만든 비빔국수를 먹어봤던 울 아버지
    아직도 그 국수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자랑을 우리에게 울궈먹고 계심. - -

  • 25. 원글
    '18.1.2 5:40 PM (122.34.xxx.30)

    위에 전편 다 올려달라는 굿워먼님/
    검색창에서 제목으로 알쓸신잡 치면 시즌 1부터 제가 올린 후기들이 뜰거에요.

    시즌2는 연재 않고 있다가 어떤 분이 부탁하셔서 방송이 끝난 후
    매일 한 편씩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 26. 원글
    '18.1.2 6:34 PM (122.34.xxx.30)

    방금 검색해보고 엄청 놀랐음.
    이 프로의 인기가 대단해서 너무나 많은 글이 올라온 터라
    알쓸신잡으로 검색해서는 제 글을 찾기 어렵네요.
    제목 검색창에서 '감상기'를 치니 얌전하게 잡힘. ㅋㅎ

    시즌2는 그냥 유시민으로 검색하세요.

  • 27. 강너머
    '18.1.2 6:44 PM (112.187.xxx.29) - 삭제된댓글

    원글님 아버님 너무 부럽네요

    그런아버님을 두신분도 부럽구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28. 제닝
    '18.1.2 11:30 PM (211.58.xxx.127)

    한편 재방송 보는 듯했어요.
    남들이 알쓸신잡 2 뭐라해도 전 유시민 하나만 건져도 다 봤다고 생각하고 봤어요. 목포와 진도 얘기하면서 그 울컥함을 다시 느끼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29.
    '18.1.3 9:19 AM (61.85.xxx.249)

    열렬히 시청했는데
    전 도대체 무얼 본걸까요ㅠ
    화면만 본듯

    한번도 시청 안 한듯 원글님 글이
    매우 신선합니다ㅋ
    감사합니다~~~

  • 30. 버드나무
    '18.1.9 1:29 PM (182.221.xxx.247)

    유시민의 워딩 3 / 목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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