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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병원에서 알콜중독 치료받기 경험 나누기

namu 조회수 : 7,030
작성일 : 2018-01-01 17:07:44
저는 82쿡에서 받기만 했던 사람이에요.
고민이나 궁금한것이 있으면 검색해서 읽고 유용하게 활용하고,회원들의 여러 함께 하는 활동들을 지지하면서도 직접 참여하거나 적극적인 글을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결혼생활 17년간 아이 하나를 키우며 남편의 술 문제로 너무 고통스러웠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부부상담, 개인상담,부모교육에 다니면서 몸부림을 쳤었죠. 이혼접수를 시키고 이혼 교육도 받았고 집을 나가 1주일 뒤에 들어 오기도 했었고,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남편을 경멸하며 언젠가 이 생활이 끝날 그 날을 기다리며 (아이가 20살이 되는 그 시점이라고 정했어요) 하루하루 지나고 있었어요.

남편은 착하고 머리가 좋았지만, 사회에서 이용당하고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IMF이후 회사 입사하여, 벤처기업에서 몇년,큰 신문사 계약직으로 몇년,보험회사 몇년, 잘 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하루에도 여러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 오는 날들이 많았어요. 정말 1주일에 4~5번은 술을 마셨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남편에 대한 살기를 느끼기도 했어요;; 정말 죽이고 싶었어요 ㅠㅜ 그와 함께 저는 점점 불행해 졌지요.

마지막이라고 하는 심정으로,남편에게 알콜 중독 치료 전문병원에 가자고 제안했고, 2달간 남편도 고민하고 괴로워 하더니 결국 알콜중독치료 전문병원에 예약하고 부부가 함께 갔습니다. 알콜중독치료 전문 병원은, 입원 수용시설도 함께 있는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면 종종 알콜중독으로 망가질대로 망가진 아버지를 지친 표정의 자녀들이 입원시키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우리 부부가 처음 간 날도 그런 일이 옆
에서 일어 났구요(사실 인상적인 장면이에요ㅠㅜ).

처음 외래 진료를 한 날,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과 알콜중독 설문을 검토하며 알콜중독에도 단계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단계적으로 진행되는데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하는 단계에 도다른 남편의 단계도 알게 되었죠. (남편이 그 때 충격을 받은 듯 합니다)

알콜중독전문병원이어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전문의 선생님이 저희 부부에게 그냥 가시라고 하는 이야기를 해서 놀랐어요. 약을 바로 처방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알콜중독은 약효과가 30 %정도이고,자기 의지가 70%라고 하면서 약을 권할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다시 그 장면에서 부부가 멈칫 했어요. 저도 남편에게 약을 권할수는 없었기 때문에 남편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잠시 침묵 후,남편이 약을 먹겠다고 하더군요. 1주일 약처방을 받아 돌아 왔고,남편은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더군요. 술자리가 있어도 약을 들고 나가 사람들 앞에서 약을 먼저 먹고 선언을 했답니다.
알콜중독치료 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술 잔에 물을 따라 마시며 자리를 지켰고, 2차 3차 진행하던 술자리들도 1차 술자리와 2차 카페 차모임으로 바뀌어 갔고,술을 안 마시려고 하니 점심시간에 밥 먹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집 귀가도 빨라지더군요. 동료 하나가 알콜중독 치료약을 먹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 하길래 남편 왈 "대한민국 남자들 대부분 알콜 중독자"라고 말했더니 아무말 못 하더랍니다.

저희 부부는 함께 하는 시간도 많아지고,사랑한다고 말하는 횟수도 많아져서 정말 예전 그 지옥 같던 시간들이 믿어지질 않아요. 남편은 금주 3달째에 접어들었어요. 알콜중독치료 전문병원을 찾아 갔던 것이 잘 한 일인걸까요. 우리 부부에게 그 과정들이 있었길래 또 이런 시간들이 찾아 온 걸 까요. 술 문제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에게 참고하시라고 글 올립니다. 아랫글에 82가 입무거운 언니 같다고 하셨던 분 계시던데,저 한테도 82는 입 무겁고 마음 넓은 언니 같습니다. 모두들 감사해요. 새해 좋은 일들 많을 거예요. 사랑합니다. 언니들~♡
IP : 183.96.xxx.15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
    '18.1.1 7:00 PM (182.215.xxx.17) - 삭제된댓글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본인 의지 없음
    해결못할텐데 잘 해내고 계셔서 응원합니다.
    전문병원이면 제법 규모있는 곳인가봐요.
    금주 계속 잘 해내시길 기원합니다

  • 2. 쥐방울
    '18.1.1 7:15 PM (211.36.xxx.151) - 삭제된댓글

    좋은 일만 있길 빌께요
    화이팅이요

  • 3. 그동안
    '18.1.1 7:38 PM (121.151.xxx.187) - 삭제된댓글

    수고하셨어요.

    저도 술좋아하는 남편땜에 맘고생 많이해서 공감이 만회되네요.

    애들크고 몸아프니 덜해지긴했지만ㅠㅠ

    옆에서 지켜보면 조마조마한마음이 피를 말리더라고요.

    그래도 의지가 있으셔서 치료도 받고 다행이네요.

    새해에는 더욱더 좋은일들많으시길

  • 4. 그동안
    '18.1.1 7:39 PM (121.151.xxx.187) - 삭제된댓글

    많이..오타요

  • 5. 훌륭하게...
    '18.1.1 8:18 PM (116.34.xxx.195)

    잘하셧어요.
    알콜중독치료의 첫단계가 주위의 모든사람에게 말하고 도움을 청하며 시작합니다.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세요.

    이런 홀릭은 매우 반복적이고 중독성이 강하여 한번에 치료되기는 힘듭니다.

  • 6. 지혜로우시네요
    '18.1.1 8:28 PM (220.117.xxx.154)

    그 긴 어려움 속에 아이도 남편도 다 지켜내셨네요. 의지를 낸 남편도 훌륭한 분이라 칭찬드립니다. 본인의지 없이 치료문턱도 못가거든요.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 7. gonggi
    '18.1.1 11:25 PM (183.96.xxx.155)

    모두들 격려 댓글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뭉클합니다. 인터넷에서 알콜중독치료병원 검색해서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전화해보고 예약해서 갔습니다 ..

  • 8. ***
    '18.1.2 2:17 AM (58.231.xxx.142)

    저도 지금 약 복용 중입니다.
    몇 년 전에도 약 먹고 약 1년 금주했다가 찔끔찔끔 마시기 시작하여
    또 몇 년 다시 약 먹고 있습니다.

    약이 잘 나와요. 술 맛도 잘 못 느끼고 적게 마셔도 금새 취하고
    보통 소주 1병 마시는데 반병도 못 마시게 만들더군요.


    새해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저에게도^^

  • 9. 20년
    '18.1.2 5:35 PM (49.50.xxx.199)

    전 20년이상 알콜 중독자였다가 3차례의 실패후 지금은 그나마 온전해진 사람입니다. 제경험상 반드시 2~3차례 이상의 실패가 옵니다. 잠시 금주하였다 자만하지 마시고 평생 금주를 목표로 매진을 해야 간신히 성공합니다. 그만큼 술이 무서운 것입니다. 알콜중독에 접어들면 가까운 가족부터 직장생활 까지 사망의 늪으로 끌어 들이는 최악의 물질입니다. 부디 남편분 보조하시어 끝까지 금주에 성공하도록 옆에서 격려해주시고 그래도 술을 못끊는다면 가정을 위해 가장분을 버리셔야 합니다. 못곧치거든요...명심하십시요..

  • 10. 정말
    '18.1.4 3:39 PM (211.251.xxx.97)

    님의 표현대로10년전 저와 제 언니가 바로 알콜중독으로 망가질대로 망가진 아버지를 지친표정으로
    알콜중독병원에 처음으로 모시고 갔던 그 자녀입니다. 그때 저도 언니도 이미 결혼까지 했고, 나이도 삼십
    였던 때 처음 그곳을 갔었습니다. 그 전에는 아마도 감히 아빠를 그곳에 모시고 갈것을 엄두조처 내지 못했
    거든요. 아빠는 자신이 알콜중독자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술에 취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응급실에
    실려가서 간신히 목숨 건지셨을때도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하였습니다. 응급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기면서
    금단증상이 심각한 것을 본 주치의가 저와 언니한테 알콜중독치료를 강력히 권했고, 어쩌어찌 설득해서 딱 4개월만 거기에 계셔달라고 사정사정해서 가시게 된 곳입니다.

    오랜 아버지의 알콜중독을 견디다 못한 엄마는 제 결혼과 동시에 아빠와 이혼하셨고, 결혼으로 공식적으로
    아빠를 떠나게 된 저와 언니는 정말 우울했던 유년시절,사춘기를 겪으면서 불안한 성장을 하였습니다.


    알콜중독은 본인의 의지로 치료가 되는 단계를 대부분 넘어서 망가질대로 망가진체로 보통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아빠처럼요
    다행이도 남펴분은 본인의 의지로 극복할수 있는 단계시라니 첫번째 천만다행이고,
    본인의 치료의지가 있으시니 두번째 천만다행입니다.

    부디 치료가 잘 되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렇지만 위의 20년 님 말씀처럼 중간에 다시 술을 드시는 경우가 발생하실수 있습니다. 제 아버지도 그랬고,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합니다. 저도 조심스레 말씀드려봅니다. 여러가지 노력과 아내분의 보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금주하지 못한다면 제 가족처럼 너무 늦어질대로 늦어지기 전에 생각을 달리 하시기 바랍니다. 제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신 후 10년이 지나도록 그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까지도 힘들어하시고 그걸
    보는 저와 제 언니도 마음이 항상 불안합니다.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기 기원합니다.

  • 11. gonggi
    '18.1.5 10:30 PM (183.96.xxx.155)

    정말님,,옆에 계시면 안아드리고 싶네요. 그날 아버지와 함께 온 그 두딸의 안스러운 눈빛이 생각나요. 마음 아프지만정말님 어머니의 인생이니 어쩔수 없지요. 자녀가 책임질 일이 아니니까요. 정말님 가족의 평온을 빌께요.

  • 12. 알콜중독
    '19.5.1 4:36 AM (223.62.xxx.2)

    알콜중독 치료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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