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영화는 양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영화고, 영화 주인공들은 레즈비언이지만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상대방의 성별이 중요한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도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해요.
이 영화 속 주인공들 처럼요.
캐롤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은 여자고, 테레즈도 결혼을 생각하는 남친이 있었죠.
아마도 캐롤은 아이를 낳고 나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은 것 같고,
테레즈는 전혀 인식을 못하고 있다가 캐롤을 통해서 자신이 레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은하선씨도 예전에 남자들과 연애를 많이 했었고, 지금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죠.
저는 지금까지 이성애자로 살았는데,
앞으로는 여자들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고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를 좋아해본 적은 초딩때 베르사유의 장미에 오스칼에 빠진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그동안 여자를 좋아한 적이 없었던 것은
당연히, 너무나도 당연히 남자만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요?
커피프린스에서 공유가 윤은혜에게 말하죠.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널 사랑해.
그보다 훨씬 전, 이 작품의 모태가 된 홍콩영화 금지옥엽에선
장국영이 남장여자 원영의에게 외치죠.
네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널 사랑해.
사실 이게 더 자연스럽고, 더 사랑의 본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남자이거나 여자라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나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한다는 거잖아요.
내가 남자든, 여자든, 외계인이든, 지구인이든 상관없이
나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한다는건데,
그보다 더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요?
영국, 미국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고,
대만도 아시아 최초로 합법화했고,
곧 홍콩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아마 한국은 30년쯤 뒤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엘튼존이 남자랑 결혼하는걸 보면서 참 요상하게 느껴졌어요.
동성애에 대해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애가 아닌 결혼을 합법적으로 하는걸 보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제 합법화된 나라에선 보편적인 풍경이 될 것이고,
언젠가 우리나라도 동성애가 평범한 연애가 되겠죠.
어릴 때는 동성애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특이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드니까, 자연스럽지 못할 것도 없고, 특이할 것도 없는 것 같네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데 뭐가 특이한건지..
그리고 최근엔,
동성애나 이성애보다 더 자연스러운건 양성애가 아닐까.
성별을 뛰어넘어서 인간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늙어서 모든 걸 초탈하게 된건지. --;;;;
30년 넘게 이성애자로 살아온 여자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갑자기 여자를 좋아하게 되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금사빠와는 거리가 멀어서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끌리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끌리고 마음이 잘 통하는 여자를 만나면
그 사람이 여자란 이유로 선을 긋진 않으려고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막상 여자와 키스할 수 있으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닥쳐야 모든 것이 명확해질듯..
하지만 일단 마음을 닫진 않고 열어보려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