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서 아빠의 흡연외출을 이용하기로 했다.
너는 어제도 바깥구경을 했는지 못했는지..
집안에서만 주로 지내는 네가 안쓰러워서...
담배피러 나가는 아빠손에 너를 맡겼다..
잠깐이라도 콧바람을 넣어주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면서..
추울까봐 얇은 티를 입고 그 위에 엄마가 한땀한땀 손으로 꿰매만든 코트를 입혀서..그렇게 보냈는데
그냥 들어왔지 인간한분 개한마리?
추워서인지 엄마를 챙기는건지 1층 현관에서 꼼짝도 안한다고..
너와 눈을 맞추고 일러주었다. 다정하게
엄마는 너무 추워서 못나가! 세수도 안했고... 아빠하고 얼른 나가서 바람쐬고 와! 알았지?
알아들은 듯 깡총깡총 뒤돌아 나가는 개한마리
에궁 똑똑하기도 하지... 말도 다 알아듣고..
현관문 닫고 돌아와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는데..
다시 돌아온 인간한분,개한마리...
아무래도 얘가 추워서 나가기 싫은가보다.. 아빠가 그랬지..
아닌데.. 걔가 추워서 안나가는 애가 아닌데..
에구에구 엄마가 한 번 같이 가볼까? 정말 추워서 그러는지?
세수 안한 얼굴에 그래도 선크림 바르고 엄청난 두께의 바지와 패딩을 입고 뒤뚱뒤뚱 나갔더니만...
넌 추운건 모르는 개임에 틀림없구나..
동네 한바퀴 돌았더니.. 머리가 다 아프다.. 에스키모처럼 모자도드높게 썼는데 말이지..
게으름 피우는 엄마를 기어이 끌고 나갔다 오더니..
너는 거기 뻗어 자는구나...
다정도 병이라더니.. 이런 날은 아빠하고 깡총깡총 나갔다 오려무나..
그게 사랑이란다... 나이도 9살반이나 먹고 그것도 모르다니..
이궁..
하여튼 밀린 숙제 하나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