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이라 해봤자 갓 세 돌 지난 꼬맹이라... 산타 이름만 알 뿐 별 관심도 없는데 엄마 혼자 설레발 치고 어린이집에서도 이야기해서 뭔지는 알아요.
그런데 어제부터 문득 "나는 선물 받는 거 재미 없어." "나는 선물 받기 싫어."하네요.
그럼 선물은 다른 아이 줄까? 엄마나 아빠가 가진다? 하니까 그러래요.
뭔가 짚이는 게 있어서 약간 유도심문을 했더니 본심은... 받기 싫다가 아니라 못 받을 거 같다에 가까운 것 같네요.ㅠ
어제 목욕 안한다고 소리 질러서, 오늘 교회 가면서 울면서 떼써서 자기는 착한 아이가 아니래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도 안 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노무 울면 안돼 노래 땜에.....ㅠㅠ
(저도 한두 번 써먹었는데 반성합니다.ㅠㅠ)
"아니야~ 우리 ㅁㅁ가 얼마나 착한데..."하고 아빠랑 둘이서 아무리 얘기해줘도 설득력이 없나 봅니다. 그렇다고 막 의기소침하짐 않고 명랑한데 곤란한 얘기 나오면(선물 주실거야. 내지는 못 받을 것 같으면 마음이 어때? 이런 거) 말을 돌리며 대답을 안하네요.
정작 거실엔 한 달 전부터 사둔 거한 선물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구만...;;;
저도 어릴 때 그 캐롤 부를 때마다 뜨끔했지만... 제가 착한 아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선물을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양심이 그렇게 예민하지 않은가 봅니다.
반면 요 쪼꼬만 녀석은....에효 짠하네요.
안됐어서 크리스마스 카드에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ㅁㅁ이에게
ㅁㅁ이가 "나는 착한 어린이 아니야!" "선물 못 받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할아버지는 마음이 아팠단다.
ㅁㅁ이 안에 착한 마음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ㅁㅁ이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봐 ㅁㅁ야. ㅁㅁ는 맛있는 젤리가 있으면 다람쥐반 친구들이랑 나눠먹고 싶어하고, 집에 친구들이 오면 장난감도 잘 빌려주고, 양보도 잘 하고, ㅇㅇ동생에게 친절히 대하고,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도 잘 하잖니?
엄마에게는 별도 따주고, 웃긴 말로 종종 엄마 아빠를 웃게 만들어주고, 텔레비전도 잘 끄고, 약속도 잘 지키고, 잘못했을 땐 '미안해요'하고 사과도 잘 하지 않니?
무엇보다 ㅁㅁ이는 엄마아빠 암미하삐와 삼촌 이모들, 주변 친구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니?
ㅁㅁ이는 정말정말 너무나 착한 어린이, 훌륭한 어린이란다.
하나님이 산이를 만드실 때 사랑의 씨앗을 심어놓으셨거든. 그 사랑이 ㅁㅁ이의 삶을 통해 이렇게 꽃피고 열매맺는 거란다.
그러니 앞으로는 "나는 착한 아이야!", "나는 멋진 아이야!"하고 자신있게 말하렴.
ㅁㅁ이는 정말 멋지고 착한 아이니까. 가끔 잘못을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할아버지는 우리 ㅁㅁ이를 보려고 밤새도록 썰매를 끌고 먼 길을 달려왔단다.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늘 건강하고 행복하렴. 메리 크리스마스~!^^
2017년 12월 24일 산타 할아버지가
너무 길어 끝까지 안 들을라나? 싶기도 하지만..ㅋ
내일 편지와 선물을 봤을 때 아이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 두근두근 하네요.ㅋ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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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 받기 싫대요
메리크리스마스 조회수 : 1,106
작성일 : 2017-12-25 00:03:30
IP : 175.198.xxx.11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cla
'17.12.25 5:16 PM (211.36.xxx.231)재밌네요 ㅎㅎㅎㅎㅎ 잘 마음이 전달되었길
2. 메리크리스마스
'17.12.27 7:02 PM (175.198.xxx.115)cla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성탄절 아침에 카드 읽어주니 좋아라 하면서 선물 풀어 하루종일 잘 놀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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