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때는 정부가 사고원인으로 무단증개축, 과적, 고박부실, 급변침 등으로 발표했다.
그 때문에 배가 넘어져 침몰했으니 그게 사고 원인인 건 맞을지 모르지만 304명이 죽은 건
꼭 배가 넘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배가 넘어질 때마다 승객이 몰살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배가 넘어진 후 거의 2시간 가량 탈출할 시간이 있었지만 배가
완전히 침몰할때까지 선장이나 해경이 퇴선명령도 적극적인 구조작업도 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이번 제천 스포츠 클럽 화재참사도 세월호와 비슷한 경우이다.
정부와 소방당국은 건물의 불법 증개축과 드라이비트 내장재 사용, 경보기와 스프링클러 미작동
그리고 인근의 주정차 위반차량으로 소방차 접근이 원활치 않은 것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는 그냥 화재 진압의 애로사항일 뿐이고 직접적인 참사 원인이 아니다.
시설이나 장비보다 이를 운용하는 자세가 백배 천배 중요하다는 사실은 똑같은 조건과 시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층 사우나실 손님들과 5층 헬스클럽 손님들은 전원 탈출에 성공한데 반해
2층 사우나실은 직원과 세신사만 빼고 전원 몰살당한데서 관리자의 자세와 태도에 따라 극과 극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출동한 제천 소방관들은 5층 헬스 클럽 직원이 혹시 고립된 인원이 있을까해서 방마다
샅샅이 뒤지고 본인은 제일나중에 탈출했듯이 소방관들이 그렇게 열심히 고립된 인원에 대한
탐색과 구조에 나섰다면 5층 헬스 클럽처럼 전원 구조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현장에 도착하자 마자 제일먼저 직원들이나 탈출자들을 만나 고립자 위치와 고립
인원을 파악하여햐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족들이 2층에 가족들이 갇혀 있으니
유리창을 깨달라고 요청해도 이를 무시하였다. 자신의 임무를 방기하고 혼자 실쩍 달아나버린 2층
사우나 직원처럼 무책하고 무능한 현장 대처야말로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인 셈이다.
드라이비트 내장재 때문에 불이 삽시간에 번지고 불법주정차 차량에 소방차 진입이 늦어졌다지만
2층 손님들은 화재후 1시간 30분 동안 살아 있었다. 의지만 있으면 유리창을 깨뜨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던 셈이다. LPG 용기가 화염이 다가오지 않도록 하느라 경황이 없었다는데 소방차 14대와
모든 소방관들이 거기에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고 또 유리창을 깨는데는 별도 인력이 필요하거나
불구덩로 뛰어들 필요도 없이 외부에서 그냥 굴절사다리차가 유리창을 몇번 툭툭치면 되는 일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리창을 깨문 백드래프트 현상이 일어난다고 쉴드를 쳤지만 현장감식에 입회한
유족들이 밝힌 바에 의하면 2층 사우나실은 불길이 스친 흔적은 없고 부분적으로 약간 그으름이 꼈을
분이고 전체적으로 아무 말쑥할 정도로 깨끗한 상태였다고 한다. 불긴이 닿지도 않았으니 백드래프트
우려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2시간동안 구조할 기회가 충분이 있었는데 한명도 구조를 못한 해경이나 1시간 반동안 살릴 기회가
있었는데 사우나실에서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소방관들이나 대체 서로 다른게 뭔가? 구조세력의
거의 완전무결할 정도의 무능에 의해 국민들이 희생된 점에 있어서는 서로 차이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꼈다고 해서 제천 화재참사는 구조자들의 무능에 의한 인재가 아니라 소방규제 완화나
소방시설 부실 때문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원인을 불법 증개축이나 과적일뿐
구조세력에 의한 인재가 아니라고 발표한데 대해 더이상 이이를 제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드라이비트 사용이나 소방규제를 완화는 백번 욕먹어도 싸다. 하지만 현재 드리이비트 시공한 수백 수천
채의 건축물과 소방시설이 부실한 곳이 어마어마할텐데 여기서 화재가 일어나면 소방관들이 다 손놓고서
대형참사가 재발하면 내장재 탓, 소방규제 탓만 하면 된단 말인가?
드라이비트가 아니라 그보다 더 위험한 재질로 집을 지었든 말든 소방관이나 구조세력들은 인명구조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며, 만일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해 참사가 빗어졌다면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시설탓 제도탓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2층 사우나나 5층 헬스클럽이나 드라이비트 사용한 것도 소방시설 고장난 것도
불법 주정차 때문에 소방차가 늦게 도착한 것도 똑같았다. 그러나 한 곳은 다 살고, 반면 한 곳은 다 죽었다.
불났다고 외치고 자신의 손님들 생명에 책임을 느끼고 사람을 대피시키는데는 책임의식이 중요하지
제도며 시설은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방관들도 이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고
이곳 누리꾼들도 이번 참사의 본질이 시설이나 제도 때문이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인력들의 판단 미스와
메뉴얼 부재가 이런 참사를 초래했다는 것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때는 그렇게 날카롭게 참사의 원인을 지적하더니 이젠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권이 들어섰다고
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까지도 정략적인 잣대로 차별을 두는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짓은 이제 그만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