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짜증나고 이건 뭔가싶고 화가 더 날 것 같아서 일단 나갔어요.
목적지도 없이 돌다가 바다 보러 갔는데..
동해바다는 너무도 차분하고 파랗고 멋지더군요.
잠깐 내렸다가 추워서 다시 차로..^^
운전하면서 종현의 죽음을 생각했어요.
발인 하던 날인지..울직원이 그러네요.
지가 아쉬운게 뭐 있고 세상 다 가졌으면서 죽긴 왜 죽느냐고.
지보다 못한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라고..
딴에는 격정적인 어조와 비난조로 얘기하더라구요.
그말들이 저에게 하나하나 박혀요.
전 샤이니에서 이름, 얼굴 아는건 민호밖에 없었고 노래는 하나도 몰라요.
종현이의 유서... 콘서트 마지막 짤..그 눈 빛.
남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제 가슴이 서늘해지도록 아팠고 슬펐어요.
저는.... 그 마음 다는 아닐지라도 알아서요..ㅠㅠ
제 맘 속 말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유서였어요.
제가 병원에 가고 약을 먹으면 - 아는 사람 많지 않지만.
다들 그렇게 얘기해요.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약까지 먹느냐고..
뭐가 그렇게 힘든거냐고..
아~무도 이해 못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공감해주거나 고생많았다고 위로해주거나...이런거 택도 없어요.
사람들은 모두 자기 눈에 보이는대로만 보고 판단하니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내 안의 내가 날 갉아먹는거...맞구요.
내 안의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요.
최근 새벽에 가슴이 답답해서 자주 잠에서 깨요.
오늘 새벽에도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시 잠들었어요.
원래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데... 그 답답함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요.
숨을 못 쉬어요..ㅠㅠ
20여년 전 , 그거 홧병이라고 해서 한약 먹고 나았는데.
간혹 우울증이 오기 전...아님 우울증일 때? 그 증상이 나타나요.
공감해주는 이 없고.. 토닥여주는 사람도 없고.. 약 먹으면 먹나보다 하는 남편..
도대체 약까지 왜 먹는지 의아해하는 지인들.
사람들은 저를 모든 조건에서 정말 특별하게 봐요.
전 가진것도 많지 않고 이루지 못한 꿈도 있는데.
남들이 저에 대해 열거하는거보면 참 많이도 가졌더라구요.
네~ 정말 감사해요.
미천한 내가 이렇게 이루고 가졌구나.
그러고나면 와~ 정말 뿌듯하고 행복해~가 아니고..
근데 난 왜 이렇지?? 라는 의문이 들어요.
자신만만하고 자존감 높고 언제나 당당한 사람인데.
이럴 땐 바보가 되는거 같아요.
오늘밤부터 다시 약을 먹기로 했어요.
임의로 약 끊지 마세요...하던 여의사.
종현이 유서에서 원망하던 의사랑 별로 다르지 않아요..ㅎㅎ
임의로 약 끊고 먹고 하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제가 그러고 있네요.
이제 직장 그만 다니고 싶은데 .
그만두고나면 그야말로 폐인 될 거 같아서 꾸역꾸역 다니고 있어요.ㅠㅠ
뭐가 독인지 이제 구분도 안가지만...
무라카미의 소설에 우물이 나와요.
전 가끔 제가 우물 밑바닥에 있다 생각해요.
어떤 연유로 말라버린 우물에 들어앉았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올라가자..힘내려는 나..
때로는 올라갈 의지도 없이 그저 동그란 하늘만 바라보는 무기력한 나.
수없이 미끄러지고 떨어지면서도 기어 올라가 반쯤 올라간 나.
그리고 또 가끔은 우물밖에서 우물 안을 들여다보는 저도 있어요.
그 때의 우물은 어릴 적 시골 큰집에 있던 우물처럼 깨끗한 물이 찰랑거리고 있어요.
물에 비친 떠가는 하얀 구름도 보이고 줄에 매달아 던져 넣은 수박도 보이구요.
중학교 여름방학 어느 오전.
시원한 바람 불던 옥상 그늘에 누워 바라보던 하얀 뭉게구름 떠가던 청명한 하늘.
우물 밑바닥에서 그 바람냄새와 공기와 하늘빛..
그리고 등에 닿던 콘크리트의 서늘하고 거친 느낌까지도 생생하게 그리면서...
우물 밑바닥에 누워있는 저를 그려요.
그럴 때의 저는...
발랑 뒤집힌 개구리이거나.. 가끔은 이름도 생김도 모르는 벌레거나 그래요.
급하게 나가야해서 마무리도 못하겠네요.
어디에도 하소연을 못해서.
82에 글 안쓰는데 오늘을 마무리하면서 끄적입니다.
별 거 아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