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뭐든지 늦되고 허약했어요.
언어발달 신체발달 또래보다 2년정도 늦었고 그러다보니
초등시절 또래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생활이 힘들고 재미없었어요.
심지어 학기초에는 담임선생님이 저능아인줄 알고 수준에 맞는 학교로 전학가라고 까지 ㅜ ㅜ
폐렴으로 입원했던 병원에서 주치의 선생님이 저를 살짝 부르시더니 애가 정상이 아닌것 같다고 ㅜ ㅜ
그렇게 다들 오해하고 해명하고 . ...
어느날 갑자기 성질이 나서 병원에 가서 상담하고 종합검사를 했어요.
집에서는 문제가 없는 걸로 생각되어지고 다만 공부를 못하고 사회성이
떨어질뿐인데 외부에서는 다들 이상하게 생각들을 하니
이게 부모의 착각인지 아닌지 나도 이젠 헷갈리니 검증이 필요해서 왔다고 그랬어요.
지능종합검사였는데 돈이 많이 들더군요.
이걸 한다고 하니 남편이 많이 어이없어 했는데 겨우겨우 설득해서 했어요.
사실 검사결과에 반전을 기대했어요.
바보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이큐가 매우 높게 나온다던지 하는 그런 드라마틱한 결과를요ㅋ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고 아이큐는 세자리 나왔고 모든 능력 정상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걍 돈만 날리고 헤프닝으로 끝났어요.
저는 어느날 갑자기 아이가 반전을 보여주길 은근히 기대했었어요.
왜냐하면 집에서는 뭔가 꽂히는게 있으면 무섭게 집중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기에 공부에도 관심을 보이면 언젠가는 성적이 수직상승하지 않을까
혼자 김칫국 마시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머리도 아프고 답도 보이지 않았어요.
(큰 아이는 공부를 성실히 했지만 결과는 그닥이었어요.
올 해 고3이었고 수시 올킬 했고 예비번호 하나뜬거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이 녀석한테는 기대라는 것을 해볼 수가 없었던거죠.
그런데 어제 모의고사 성적표를 가져왔는데 과탐 두개가 일등급 전국 1프로인거예요.
헐헐헐 ㅜㅜㅜ
각각 한개,세개 틀렸더라구요.
사실 좀 당황했어요.
책상에 앉아서 공부라는 것을 1도 안하는 아이인데 이런 결과를 칭찬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해서요.
어제는 그냥 놀라기만 하고 넘어갔어요.
지금도 판단이 안서는데요. 다만 아이가 어제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여준것 자체가
평소에 안하던 짓이예요. 낼 시험이어도 게임하고 시험범위도 모르고요.
성적표가 나왔어도 받은것도 헷갈려해요. 어제는 성적표 나왔다고 말해주고 각 과목 등급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좀 변하긴 한것 같네요.
아빠가 어제 출장가서 오늘 처음 만나는데 뭐라고 얘기를 해주면 아이가 용기를 얻고 계속 공부를
해볼 힘을 가지게 될까요?
무조건 잘했다고 하기도 그렇네요. 본인이 한게 없어서요. 내신성적은 바닥입니다.
다만 과학은 어릴때부터 책만 읽어도 흡수를 하는 편이었어요(아는건 많지만 성적과는 별개)
지금은 그나마 책도 안읽어요.
이과를 선택해서 수학공부를 해야하는데 학원이나과외는
하기 힘들어요(물론 시도했었지만 진도를 못따라가요. 한달만에 포기했어요)
혼자 죽어라 해야되요ㅜ 그런데 지금까지 공부를 제대로 해보지 않아서 책상에 앉아있는것도
힘든상황이라 지속적으로 격려와 칭찬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마침 성적표에 일등급을 찍어왔으니 이걸 계기로 공부를 독려하고 싶네요.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현명하고 지혜로우신 어머니들의 고견이 듣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