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은 UAE를 왜 갔을까?
2017.12.19
임종석이 중동을 간 지 하루가 지나서야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동에 출장간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출장 목적이 파병 나간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 언론이나 국민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북핵 위기에 직면해 있고,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중요한 일도 아닌데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있을 수 없지요. 더구나 송영무 국방장관이 불과 1달 전에 파병 장병 격려차 갔다 온 곳을 비서실장이 또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만약 청와대 발표대로 파병 장병 격려차 갔다면 이 정권은 정신줄 놓은 정권으로 정권 퇴진을 요구받아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임종석이 북핵 협상을 위해 북한 공관이 있는 레바논 등의 중동 지역을 간 것일 거라는 추측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문재인 정권이 주사파 꼴통들로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임종석 같은 운동권 주사파 대부격인 사람을 북핵 협상 대표로 내보내는 것은 국민들의 오해가 심할 것이라는 정도는 문재인도 알 지 않겠느냐는 반론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초기에는 임종석의 방문지 중에 북한 공관이 있는 레바논이 주목받았으나 우리가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UAE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와 원전 건설과 운영을 계약한 UAE의 불만을 무마하러 간 것이라는 설이 대세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과거 정권들에게 정치보복을 하기 시작했는데 10월부터는 이를 박근혜 정부뿐아니라 이명박 정권에로 확대하기 시작합니다. BBK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다스는 누구 거?” 하면서 이명박의 다스 소유를 기정 사실화 하며 이명박도 수사를 할 것처럼 나왔습니다.
그 신호탄이 MB 정권 시절에 국방부 장관을 했던 김관진을 MB 때의 일로 11월 11일 구속한 일입니다. 김관진이 구속되자 MB측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MB때 홍보수석을 한 이동관이 “우리도 노무현 정권의 비리를 쥐고 있는데 우리도 가만 있지 않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공개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이명박은 김관진이 구속된 하루 뒤인 11월 12일, 2박 4일 일정으로 바레인을 방문합니다. 바레인 문화부 장관의 초청으로 강연하러 간다고 했지만, 바레인이 UAE와 바로 인접해 있다는 사실과 MB가 UAE 원전 수주에 큰 힘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바레인만 갔을 것이라 보지 않습니다.
이명박의 중동(바레인) 출국이 알려지고 10일이 지난 11월 21일에 김관진이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어 나옵니다. 김관진 석방은 당시 분위기로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12월 12일 MB맨인 김태효의 구속 영장도 기각됩니다. 다스 건도 잠잠해졌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는 3번의 영장 신청만에 구속이 결정됩니다.
지금은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 정권으로 확대하려던 적폐 청산을 멈추고 박근혜 정부에 한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해졌습니다.
이명박의 중동 출국, 김관진과 김태효의 구속영장 기각, 그리고 임종석의 돌연한 UAE 출장이 우연일까요?
이명박은 바레인에 갔을 때 UAE측과 접촉하지 않았을까요? 접촉했다면 어떤 이야기를 이들이 나누었을까요? 이명박은 원전 수주 이후 UAE측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은 탈원전을 선언하고 이명박을 적폐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임종석의 중동 방문 목적이 초기에는 이명박의 원전 수주시의 비리를 캐기 위해 사전에 UAE측과 협의하러 간 것이거나 비리 수사 과정에 UAE측의 비자금을 들여다 본 것을 안 UAE의 격노하자 이를 무마하러 갔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이명박이 UAE측과 접촉했다면 어떤 말을 건냈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탈원전 선언에 대해 매우 불안해 하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었던 UAE가 이명박의 말에 어떻게 반응했을지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20조에 원전 건설(이명박 시절 계약)을 맺고 내년에는 원전 1기가 가동하기 시작하며, 54조에 향후 30년간 원전 운영(박근혜 정부 시절 계약)을 한국에 맡긴 UAE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은 배신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의 탈원전 선언은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F22 랩터를 100대를 구매하기로 계약하고 10대를 이미 구입한 시점에서 미국측이 F22 랩터를 단종키로 결정했다고 통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UAE 입장에서는 이보다도 더 심각한 일이지요.
자한당(지금 자한당은 친이계가 득세해 가고 있고 원내 대표 김성태도 친이계입니다)의 김성태는 12월 15일, “임종석 실장이 UAE를 방문한 것은 탈원전 선언에 불만을 품고 국교 단절을 검토하는 UAE를 무마하기 위해 간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발표합니다. 김성태가 이런 정보를 어디로부터 입수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지만, 12월 18일, 조선일보는 ”임종석이 UAE의 원전 불만 무마하러 간 것이 맞다.“고 재반박하면서 이에 대한 증거 자료들을 내놓습니다.
자한당은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임종석을 출석시켜 따져 물으려 했지만 임종석은 12월 18일 반차를 내고 3.5일간 휴가를 가 버립니다. 그리고는 어제 청와대 대외공관장회의 자리에는 나타나는 이상한 짓을 합니다. 국회 운영위 출석을 회피하기 위해 휴가를 낸 것이 명백하지요.
청와대는 제대로 된 해명을 못하고 있고, 임종석이 휴가를 내고 도망을 간 것을 보니 임종석이 UAE에 간 것이 성과가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12월 19일, 채널A는 결정적인 사진을 내보냅니다. 임종석이 UAE측과 미팅하는 자리에 우리측 배석 인물을 공개한 것입니다. 바로 국정원 제1차장 서동구입니다. 서동구는 MB 시절에 UAE 원전 수주 작업할 당시 한전 자문이었고 현 정권 들어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국정원 제1차장이 되었습니다.
서동구가 동행 배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파병 장병 격려 방문이라는 말은 생구라는 것이 들통이 났고, 탈원전 선언에 따른 UAE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임종석이 급히 날아간 것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습니다.
UAE는 우리의 원전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국가입니다.
이미 우리와 20조 원전건설, 54조 원전 운영 계약을 한 것도 있지만, UAE 바라카 원전 건설이 순조롭고 안전하게 진행된 사실이 영국 원전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한데다 향후 30년간 600조원대 규모의 원전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사우디와 UAE는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우리의 대사우디 원전 사업에 큰 힘이 될 국가입니다. 이런 UAE에게 불만을 품게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지요.
이런 국가적 대외사업에 큰 재난을 몰고 올 수도 있는 일은 한 것이 문재인이고, 그것이 바로 탈원전 정책입니다. 원전사업은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이에 관련된 부대사업도 엄청 나 연관 효과가 막대할 뿐아니라 무엇보다도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마련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원전사업은 건설이나 운영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다른 나라들이 쉽게 진출하기 힘들어 향후 과점 혹은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런 블루 오션이자 황금 시장을 탈원전 선언으로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무지막지한 짓을 문재인이 한 것입니다.
UAE는 정치적으로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국가입니다.
트럼프는 5월 8일,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가 중심이 되고 UAE를 포함하는 중동판 나토 창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6월 7일에는 사우디, UAE등 5개국이 친이란 행보를 보이는 카타르와 단교를 했고, 12월에는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을 결정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럼프가 자신의 미국내 지지율이 떨어지자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유대인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중동을 다시 화약고로 만들 짓을 했다고 비난을 퍼붓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미국의 자국 이익을 위해 대단히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사전에 면밀한 계산을 끝내고 시행한 것으로 봅니다.
처음에는 트럼프의 이 선언에 유럽 국가들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국가들이 맹렬히 반대하고 반발했지만, 아랍 국가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2월 14일, 이스라엘은 사우디 왕세자를 초청했고, 사우디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전략적으로 묵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트럼프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에 당황하는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중동이 안정된 상황이 유지되는 것이 자신들의 일대일로 정책에 유리합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서진을 위한 것이고 중동을 교두보로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연결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사우디 등 5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로 중동이 혼란에 빠진 것에 더해 이번 트럼프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으로 중동이 더욱 안개 속으로 치닫고 중동의 안정이 위태로워 진 것에 자신들의 일대일로 정책이 차질을 빚을까봐 몹시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동은 이제 미국 입장에서는 예전과 같이 중요한 지역이 아닙니다. 석유 공급기지로서의 역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무엇보다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 필요했던 미국은 이제는 자국의 세일 가스의 개발과 대륙붕 개발의 허용으로 에너지의 중동 의존도가 현격하게 낮아져 그만큼 중요도가 떨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여전히 중동은 미국에게는 중요한 지역이긴 합니다만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중동은, 아랍은, 이슬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이스라엘이나 다른 민족, 다른 종교에 대해 통일된 행동을 할 정도로 단단한 사회(국가)공동체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슬람 분파(시아파와 수니파, 그리고 수니파 내의 IS 등)간의 갈등, 인종(이란인은 아랍 인종이 아닌 아리안 계열입니다.)간의 문제, 정치적 문제(왕정 국가와 입헌군주제, 공화제 등), 지역 및 경제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가까운 장래에 안정을 이루기 힘든 지역입니다.
예전에는 미국이 중동의 안정을 원했다면 요즈음은 오히려 중국이 더 그것을 원하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중동판 나토 창설 계획을 발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하여 중동을 흔드는 것이 단순히 트럼프의 종교적 신념이거나 국내 정치용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온당할까요? 저는 중동을 흔들어 새로운 판을 짜 새롭게 중동의 질서를 만들고 중국의 서진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트럼프의 고도의 전략이라고 봅니다.
사우디 등 5개국의 카타르와의 단교, 트럼프의 중동판 나토 창설 계획,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의 이란 지원 미사일 생산기지 폭격, 이스라엘의 사우디 왕세자 초빙과 사우디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묵인, 사우디의 왕자의 난, 중국의 지부티 군사기지 확보, 중국의 일대일로의 중동 정책, 바레인의 미군기지, 시리아 사태에 대한 각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 쿠르드 반군에 대한 홀대, IS에 대해 비일관적 태도, 등 중동 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과연 제대로 알고 우리 국익을 위해 제대로 대처하는지 걱정스럽습니다. 사우디와 UAE가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단지 에너지 문제만이 아닐 것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사우디와 UAE가 우리와 척을 지게 되면 아직도 원유에 대한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계산하면서 우리의 에너지 정책(탈원전, 에너지 공급원 다원화 등)을 입안해야 합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고 우리의 동참을 요구하는데 문재인은 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대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한국이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합니다. 18일의 대외공관장회의에서도 문재인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적극 협력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과 중동판 나토 창설 계획 발표가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읽지 못하고 중국의 일대일로가 국제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도 못하고, 또 트럼프와 시진핑의 이런 정책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피지도 않고, 시진핑 앞에서 일대일로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는 문재인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일대일로를 치켜세우고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만 보더라도 문재인 정권은 반미친중의 입장이 명확해 보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북핵 해결의 기조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죠. 미국이나 트럼프가 이런 문재인을 어떻게 볼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북핵을 처리하는 과정에 문재인과 한국을 어떻게 고려할지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참 큰 일입니다.
자신들의 추구하는 가치(환경)와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일국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무모한 짓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합니다.
이번 UAE 사태를 경험하고도 이 정권이 배우지 못하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탈원전 같은 우리와 우리 후세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무지하고 무능한 정권에게 우리의 장래를 맡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