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주택으로 이사왔어요.
같은 도시에 살지만, 살짝 언저리에.. 주택가들 밀집 지역으로 이사왔는데..
저희 집은 주택지역 초입에 위치해있기도 하고..
눈에 많이 띄는 집이예요.
잔디밭도 넓고 텃밭도 마당 끝자락에 붙어있고..
담장 대신 키만한 나무들로 둘러진 집입니다.
그러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들여다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대놓고 서서 들여다 보고 가기도 합니다.
뭐.. 저도 이쁜 집들 구경하러 여기저기 많이 다녀봐서..
그 정도는 이해합니다.
(저희집이 이쁘다는게 아니고.. 뭐 이뻐 봤자 저희도 전세로 사는 입장인지라..)
그런데 아파트에 살땐 잘 모르다가.. 주택 밀집 지역.. 특히 전원주택 단지들 속으로 들어오니
이웃들과의 교류가 참 중요하더군요.
이사 들어올때 이웃들에게 떡 푸짐하게 돌리고,
주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사시는 동네에 깍쟁이 같은 젊은이들이 들어왔단 소리 안 듣게
두루 두루 둥글게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또 제 인상이 그냥 딱 보면 부잣집 맏며느리 스타일에, 나이 있는 어르신들이 좋아라 하는 푸짐한 인상인지라
친해지는데 별로 어렵진 않았어요.
먹을거 있음 뒷집 옆집으로 나눴고, 식사 초대도 응하고.. 지나가시는 어르신들이 들여다 보시고 말 붙이시면
마당으로 청해서 차라도 마시고..
그런데.. 길 건너 사시는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유독 저희에게 참 불편하게 구셨어요.
나이도 저희 친정아빠보다 많아 보이시는데..
집 옆으로 지나가시더라도 저희와 눈마주치지 않으시려하고,(이거야 뭐 싫음 패스.. 저도 편해요.)
저희 존재를 무시하셨지요.
그러던 어느날.. 집에 저 혼자만 남아서 있는데..
누가 마당으로 불쑥 들어오는거예요.
그러더니 마당의 강아지에게 다가가서 한참서서 뭐라 중얼거리시더군요.
제가 인기척을 내고 나가니.. 깜짝 놀라시며 줄행랑...
그 뒤로도 울타리 나무 너머에서 저희집을 노골적으로 살피는걸 종종 목격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저희 가족 모두 거실에 앉아 있는데 그 할아버지가 마당으로 들어오시더라구요.
보통 인사하고 지냈던 어른들이셨음 제가 나가서 얼른 인사라도 했을텐데..
저희랑 전혀 눈도 안 마주치시던 분이 당당하게 마당으로 들어오시더니
또 저희집 강아지에게 다가가시는 거예요.
뭐.. 강아지를 이뻐라 하시나보다.. 하고 말았는데..(이 녀석이 덩치만 크고 아직 새끼인지라 짖지도 않아요..ㅠㅠ)
이번엔 강아지를 지나쳐서 더 걸어들어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거실 방충망을 열고 '어떻게 오셨어요?' 하고 말했더니
'나 옆집 사는 사람이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네.. 그런데요?' 했더니 ''나 옆집 사는 사람이라고..'하시면서 더 걸어들어오시면서 텃밭쪽으로 혼자 가시는거예요.
'무슨 일이신데요?'했더니 '나 옆집 사는 사람인데.. 그냥 좀 보려고..'하시면서 마당을 가로질러 계속 걸어오십니다.
제가 너무 당황스러워서..계속 째려봤더니 상당히 기분 나빠하시면서 그냥 나가셨어요.
주택에 사는 기쁨은 넘치고 넘치는데..
밤이면 살짝 무서워지기도 하는건 사실이예요.
게다가 딸만 둘인지라.. 남편이 없을땐 가끔 신경이 곤두서있기도 해요.
그런데 동네에.. 저렇게 막나가는 아저씨가 있으니..
남편이라도 있는 날 저리 들어왔으니 제가 뭐라했지만,
남편없는 밤에 저렇게 마당에 들어오면 경찰이라도 불러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