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 같습니다.
한글을 배워 처음으로 쓴 글은...
말 다툼을 한 유치원 친구에게 쓴 화해의 편지였죠.
항상 단짝도 있고, 친한 그룹도 있었고,
친구와 어떻게 재밌게 놀 것인가가 인생의 화두였던 어린이는
친구와 어떻게 재밌게 먹고 마실 것인가가 인생의 목표인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같은 중학교에 간 절친 초딩 동창이
집안 문제로 괴로워 갑자기 저에게 마음을 열 수 없게 된 중2의 사건으로
당시 큰 충격을 받았고,
고3 때 틀어진 절친과의 관계로 수능 한 달 전까지 매일을 울었던 기억이...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을까?" 라기 보다는
그랬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로 결론이 나더군요.
하여간 복잡 미묘하고 징한 모든 감정은 연애가 아니라
우정으로부터 배웠지요.
나이가 들면서 상황(물리적, 심리적 거리)이 바뀌고
열렬했던 관계도 수명이 다하는 경험을 했고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겪었고
또 우연치 않게 새로운 좋은 인연도 만나고
하여간 그렇게 한두살 더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친구관계를 되돌아보면서
"진정한" 친구란 말은 부담스럽고,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친구와 지인의 차이가 무얼까 가끔 생각해보게 돼요.
제겐,
* 상대가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그런 걸로 알 때)
궁금증보다 걱정이 앞서면 - 친구
걱정이 안 되진 않지만, 무슨 일인지 알고 싶은 맘이 좀 더 크면 - 지인
* 상대가 정말 힘들 때
그 말을 들어야 하지만 듣고 싶지 않은 맘도 조금 들 때 - 친구
그만큼 친구와 일체감이 커서, 들어주고 내가 힘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맘이 너무 아프고, 나도 심리적으로 많이 연루되어 힘이 드는 거지요.
마치 엄마의 힘든 얘기를 듣기 싫은 심정 비슷...
그렇지만 결국 듣고 같이 울고 그렇게 되지만.
잘 들어주고, 힘내라고 해줄 때 - 지인
이것도 물론 진심입니다.
쓰고 보니, 상대의 사정도, 친구와 지인의 경우 알 수 있는 범위가 다르겠네요.
* 상대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얼마나 고생했고 바랬는지 잘 아니까 같이 기쁨 짠함 - 친구
기분좋고 정말 잘 했다고 상큼하게 축하
그렇지만 계속 생각나진 않음 - 지인
그렇다고 제가 만나는 사람들을 무자르듯이 친구와 지인으로 분류하는 건 아니고,
한 대상에게라도 내가 친구로 구는가, 지인으로 구는가
되돌아보게 되어 써보았습니다.
또 친구든 지인이든 색깔과 무게가 다른 모든 관계가 의미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