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시민 작가 청와대 청원 전문입니다.

저녁숲 조회수 : 1,466
작성일 : 2017-12-13 02:12:33

[청원진행중] 초등교실을 활용한 공공보육시설 확충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청와대에 직접 청원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며, 이름은 유시민입니다. 최근에는 부업 삼아 방송 일도 조금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 시행을 청원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녀 양육을 거의 다 마쳤습니다. 막내가 새해 고3이 되니까요. 그렇지만 저희 부부가 큰아이를 백일 무렵부터 앞집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일하러 다녔던 때를, 둘째를 역시 백일 때부터 아파트 단지 안의 가정보육시설에 맡겼던 때를 잊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보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입니다. 자녀 보육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 부모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저출산은 다양한 사회적 개별적 원인이 복합 작용해 생긴 현상이어서 한두 가지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젊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필요한 시간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되는 것이지요.

언론보도를 보니 2017년 출생아 수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게 확실합니다. 합계출산율이 세계최저(1.08)를 기록하면서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 명에 미달했던 2002년 이후 15년 동안 또 10만 명이 감소한 겁니다. 금년 출생아 수는 36만여 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출생아 수 감소는 초등학생 수 감소로 이어지고, 학생 수 감소는 곧 초등학교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출산 쇼크가 처음 덮쳤던 2002년도 초등학생 수는 약 414만 명이었는데, 2017년은 267만 명을 조금 넘습니다. 15년 동안 150만 명 가깝게 줄어든 것이지요. 초등교원 수는 같은 기간 약 147,500 명에서 187,400명으로 늘었습니다. 그 결과 학급당 학생 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빈 교실은 특별활동 공간이 되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다소 높아진다고 해도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의 수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출생아 수 감소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초등학생 수도 그에 따라 계속 감소할 것이며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취학 전 영유아를 가진 젊은 부모들은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런데 늘어난 국가부채와 낮아진 경제성장률로 인해 재정 여력이 소진된 탓에 정부는 짧은 시간에 공공보육시설을 많이 짓기가 어렵습니다.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듭니다. 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생기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 일부를, 다시 말해서 지금 특활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교실의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청원합니다.

초등학교는 다른 어떤 시설보다 환경이 쾌적합니다. 젊은 부모들이 사는 모든 동네에 다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입니다. 출입구와 동선을 잘 조정하기만 하면 초등학생들 교육에 특별한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국가의 시설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공공보육시설이 늘어나면 보육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북돋우는 효과가 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이용해서 만든 보육시설이 더러 있습니다. 종사자와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정부 안팎에 예전부터 제법 알려져 있는 정책 아이디어입니다. 만약 교육과 보육을 모두 하나의 정부부처가 관장했다면 이미 실현되어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교육은 교육부가, 보육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관할한 탓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 부처가 하든 여러 부처가 하든 원하는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일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청와대와 총리실이 강력한 조정 통합 기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관련 부처끼리 협의하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수도 없이 찾아낼 겁니다. 그래서 청와대에 청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책 아이디어를 청와대나 총리실에 건넬 수도 있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는 대통령도 알고 국무총리도 압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참모들도 많이 압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이었지만 중앙정부의 행정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니, 그보다는 공개 청원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부처가 합의하고 협력해야 하는 일은 한 부처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비해 진척이 더디기 마련이어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활용해 공공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이지요.

저는 문재인 정부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소망을 실현해 주는 일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고 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더 힘을 내서 그런 일을 해주기를 바라며 마음의 응원을 보냅니다. 실현해 주든 그렇지 못하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국민들의 소망과 요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감사드립니다.

2017년 12월 12일

청원인 유시민
IP : 116.44.xxx.8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7.12.13 4:34 AM (124.111.xxx.125)

    멋진 사람..
    아쉬운 사람..문대통령곁에 묶어두고 싶은 사람
    노무현을 지켰듯이 문재인을 지켜주기를...

  • 2. 안타깝지요
    '17.12.13 10:31 AM (222.119.xxx.145)

    지금 모습도 보기 좋지만
    대통령옆에 있으면 더 좋겠ㅅㅅㅅㅅ;;;

  • 3. oih
    '17.12.13 11:12 AM (222.100.xxx.134)

    참 착하고 유능한사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69847 안민석의원이 나경원에게 한마디했군요 14 @@ 2018/01/20 5,888
769846 오랜만에 슬로우쿠커로 팥죽했어요 8 싱크 2018/01/20 3,393
769845 제주 날씨 문의입니다. 3 rosa70.. 2018/01/20 847
769844 백수인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분들 계신가요? 10 백수 2018/01/20 3,921
769843 일본식 단독주택 짓는거 1 주부 2018/01/20 2,012
769842 이 글쓴이는 가상통화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샬랄라 2018/01/20 548
769841 비발디파크 스키장에 남자내복 파는 데 없나요? 추워죽겠대요 5 ㅇㅇ 2018/01/20 765
769840 오늘 저녁때 뭐 먹을까요 4 ㅇㅇ 2018/01/20 2,148
769839 대학 면접 보고 또 보러 오라고 전화하는 경우도 있을까요 7 대학 2018/01/20 1,803
769838 개인이 문대통령님 어떤 일로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35 mb구속 2018/01/20 2,424
769837 오늘 저녁 뭐하나요? 간단하고 맛있는 음식 알려주세요.ㅠㅠ 5 여러부운 2018/01/20 2,288
769836 테니스 정현선수 10 .. 2018/01/20 3,216
769835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7 청원진행중 2018/01/20 703
769834 모슬포 대방어 식당 추천 부탁드려요.(아이 동반) 3 크렘블레 2018/01/20 894
769833 디지털피아노문의 4 ㅇㅇ 2018/01/20 1,059
769832 월 스트리트 1면에 실린 평창올림픽 기사 11 대봉시맛나 2018/01/20 1,724
769831 남경필 아들 이런 거 다들 아셨어요? 46 ㅡᆞㅡ 2018/01/20 20,262
769830 지금 동치미에 김용림 12 ^^ 2018/01/20 6,360
769829 암호화폐에 대한 단상 14 과객 2018/01/20 1,999
769828 중고폰 사지마세요 2 2018/01/20 3,274
769827 나경원 "北과 5·24조치 뛰어넘는 전면적인 경제 협력.. 8 샬랄라 2018/01/20 923
769826 정부, 北참가 관련 언론 협조요청…과도한 추측·비판 자제 당부 .. 5 .. 2018/01/20 625
769825 끓였는데... 7 지금대추차 2018/01/20 1,618
769824 8세 아이를 때렸어요 17 ... 2018/01/20 6,827
769823 피부관리실말고 피부과에서도 마사지 받는게 가능할까요 4 피부과 2018/01/20 3,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