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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카페, 파리의 커피숍

theophile 조회수 : 2,376
작성일 : 2017-11-24 18:46:50

(독백입니다. 독백 싫어하는 분께는 뒤로가기 부탁드려요.)

카페의 발상지이자 카페 문화의 상징인 프랑스에 여행왔다가 프랑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해한다. 사실 프랑스는 카페라는 공간이 발달한 나라이지 커피라는 음료가 발달한 나라가 아니다. 발달= 비획일성 = 다양성. 프랑스 커피가 무조건 맛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뜻이다. 맛 평가는 당연히 주관적이므로 타인이 참견할 바는 아니고.

프랑스 카페나 식당에서 커피(카페)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를 의미한다. 문제는 카페-비스트로나 식당에 원두 블렌드들을 납품하는 소수의 회사가 오랫동안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했는데, 이 블렌드들의 품질이 안 좋거나 그저그런 정도라고 한다. 특히 파리와 수도권에서는 한 로스팅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회사의 블렌드가 서너 종은 되는 것 같지만, 카페나 식당은 일반적으로 한 가지 블렌드만 선택한다. 가장 저렴하고 저품질인 블렌드가 가장 흔할듯. 이 로스팅 회사는 고가의 커피 기계 및 커피잔을 무상으로 대여하고 설탕을 무료로 공급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형 로스팅 업체가 저품질 원두를 섞어 블렌딩하는 데에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의 과거 식민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정책적으로 로부스타종 커피 나무만 재배했는데 이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정부에서 이 원두 사용을 강제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프랑스인들이 로부스타종이 30% 정도 섞인 이런 블렌드로 진하고 단순하고 쓰게 내린 에스프레소에 길들여졌다고 한다. 요새는 서아프리카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올라서 베트남 로부스타 원두를 수입한다고 한다.

원두만 문제냐 하면 그렇지 않다. 프랑스의 수많은 카페-비스트로에서 커피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바리스타가 뭔지 모르는 프랑스인이 아마 더 많지 않을까.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의 전형적인 에스프레소가 맛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커피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다. 커피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그저 일상적이고 익숙한 습관이나 핑계. 동경할 것도 흉볼 것도 없다. 마치 영국에서 차라고 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획일적으로 홍차 중에서도 진하고 쓰고 저렴하고 저품질인 브렉퍼스트블렌드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가루 상태의 티백(96%)으로 소비하지만, 영국인들은 이걸 맛나게 마시고 자기들이 차를 잘 안다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차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그저 일상적이고 익숙한 습관이나 핑계. 동경할 것도 흉볼 것도 없기는 마찬가지.

여기까지 쓰다 보니 프랑스인과 영국인을 비웃는 것 같은 재수없는 글이 되고 있는데, 프랑스식 카페 에스프레소도 거부감없이 종종 마시고 영국식 브렉퍼스트블렌드 홍차도 (우유 설탕 없이 잎차 우려서) 거의 매일 아침 마신다.

아무튼 파리에도 점점 로스터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호주나 미국 대도시에서 시작된 유행이 파리에도 뒤늦게(약 10년 전) 상륙한 이후 '커피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이런 카페들 중 몇몇은 카페라는 명칭을 안 쓰고 커피숍이나 커피하우스라는 영어 명칭을 쓴다는 것이다. 비프랑스권에서는 프랑스어인 카페라는 명칭을 쓰는 것과 정반대. 이런 '제 3의 물결' 카페, 아니 커피숍^^에는 바리스타도 있고 다양한 원두도 있고 다양한 추출법도 있다. 요새 가장 '힙'하다는 플랫화이트도 있다.

좀 이따가 마래지구의 힙한 커피하우스에서 파리지엔느 힙스터답게 하우스 시그니쳐 블렌드 플랫화이트 한 잔 해야겠다. ^^


IP : 80.215.xxx.19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7.11.24 6:56 PM (1.239.xxx.24)

    파리의 그 로스팅 회사가 어딘가요?
    저는 파리 카페의 그 획일적인 에스프레소를 사랑합니다. 저는 정말 좋았어요. 이탈리아보다 제 저렴한 입맛에는 더 맞았어요.
    제발 그 로스팅 회사를 알려주세요. 그 회사 브랜드 원두를 구입하면 될까요?
    잘 아시는 것 같으니, 그렇다면 파리 카페에서 쓰는 기계도 아시나요? 어디껀가요?

  • 2. dma
    '17.11.24 7:00 PM (110.11.xxx.28) - 삭제된댓글

    프랑스 다 좋아요, 다 잘해요, 제 취향엔 참 철학, 과학, 예술 못하는게 없는 나란데...
    단 한가지, 커피빼고 다 잘해요.
    커피는 정말 아녜요.
    커피는 이탈리아 손 들어 줍니다.
    은근히 이탈리아도 잘 하는게 많아요.
    신기해...맨날 지나가는 여자들한테 추파만 던지고 에스프레소만 홀짝거리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 3. ㅇㅇㅇ
    '17.11.24 7:50 PM (112.154.xxx.182) - 삭제된댓글

    20년전 파리의 한국식당에서 알바 했었는데요, 프랑스 사람들도 손님이 제법 있었고, 프랑스 살면서 해장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한국인들도 제 주위에는 많았어요. 그 식당에 후식으로 커피를 팔았고, 가게 근처에 커피 가게가 있어서, 항상 주인 아저씨가 그 가게에서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를 사오셨어요. 커피는 알바인 제가 내렸는데,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크레마가 예쁘게 내려 앉은 커피를 내렸었어요.

  • 4. ///
    '17.11.24 8:57 PM (219.248.xxx.124) - 삭제된댓글

    글이 전반적으로 왜 이렇게 재수없지??
    ~~하다고 한다.
    라는 정확하지않은 말로 사람들을 가르치려하고.
    마지막까지 재수없는 문장으로 마무리.

    좀 이따가 마래지구의 힙한 커피하우스에서 파리지엔느 힙스터답게 하우스 시그니쳐 블렌드 플랫화이트 한 잔 해야겠다. ^^

  • 5. 원글
    '17.11.25 1:14 AM (80.215.xxx.202)

    ... / 그 로스팅 회사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 같아서 회사명 알려드리기가 좀 미안해요. 죄송해요.

    ㅇㅇㅇ / 그럼요, 물론 수 십년된 소규모 로스팅 가게들도 있고 수 십년된 로스터 카페도 있지요. 커피 좋아하는 분들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찾아서 드셨겠고요. 그 식당이 오페라-루브르 근처였다면 café Verlet에서 원두를 구입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 문장은 보그체 흉내내서 장난으로 쓴 건데, 글이 전반적으로 재수가 없으니 농담이 안 통하네요. 인정. ^^;; 그냥 좀 삐딱하고 싶은 날이었어요. 하하~

  • 6. 거기
    '17.11.25 2:37 AM (58.230.xxx.174) - 삭제된댓글

    커피가 맛없는데 그냥 거리풍경에 녹아서 땃땃해서 이태리급으로 기억...

  • 7. 거기서 플랫화이트라니.. 재밌네요
    '17.11.25 10:14 AM (222.152.xxx.250) - 삭제된댓글

    저는 카푸치노 자주 마셔요.
    카푸치노를 제대로 못 만들면 그게 플랫화이트처럼 되더라구요.
    카푸치노 못 만드는데 가면 카푸치노 시키고 플랫화이트 마시고 옵니다. 그러면 완전 짜증 나죠.
    유럽에서 제대로 된 카푸치노 못 마셨어요.
    이태리가 좀 낫고 나머지는 차라리 그냥 커피, 각 나라마다 사람들이 제일 보편적으로 마시는 일반 커피가 훨씬 맛있었어요.
    나중엔 카푸티노 시키는거 포기했어요.

    파리 사시는 분이니 파리 소식 자주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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