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백부부의 결말을 맘에 들어한다는 걸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당연시 여겼던 것에 감사하고
그런 의미에서 케백수는 로맨틱 성공적이죠
그래도,
나름 살만큼 살아서
연애도, 결혼기간도, 애덜도 꽤 연차가 되시는 나는
그 결말에 자꾸 갸웃뚱하게 되네요.
팔자를 바꾸고,
인생을 바꿀 기회가 주어졌는데..
왜 안바꾸지? 하는 심플한 질문으로 말이예요.
박원장과 헤어진 예림이는
아무리 나빴다고 해도, 인이 박힌 을의 연애에 미련이 없었겠는지..
박원장하고 예림이는 자식이 없었겠는지.
남의 인생과 미래는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일말의 후회나 주저없이 가차없이 바꿔놓고..
자신의 인생앞에 아무리 자식 서진이가 걸린다고
익숙하게 가던 길 다시 가는 건지
그게 최선이냐고..묻고 싶더라고요
설이의 미래도
보름이의 미래도
심지어 남길선배의 미래도 바꾸어졌는데..말이죠.
일단 반도는 착한 캐릭터고
구구절절 마진주의 애증에 관한 세세한 설명과 해명이 곁들여 졌다는 거
그리고 막판에 목숨을 건 교통사고 몸빵까지
쓰리콤보로 마진주에게 어필했다는 건
마진주의 결정에 합리적인 배경을 제공했다는 걸 인정합니다.
허나, '착하다'라는 거는..누구에게 착하느냐가 관건이고요
구구절절하던 친정엄마의 임종불참의 사유는,
누구는 곡절하나 없어서, 중요한 시점, 결정적 타이밍에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곳에 있었냐고 묻고 싶고요.
아내에게 해줄 거는
목숨까지 건 사랑아니고
생활습관속에 니 말꼬라지나 고치는 겁니다.
그리하여, 단언컨대,
내가 이 드라마에 실질적인 주인공 마진주엄마라면..
마진주에게 말할듯 싶어요.
이제 니 인생 살라고..
니가 지금 선택하면, 미래는 달라진다고.
꼭 자식을 낳았다고, 그놈하고 얽혀서
지금까지 살아 온 나날보다 더 많은 나날을 의무적으로 살 필요 없다고..
열심히 스무살부터 니 인생 준비하여
누구랑 엮이든 별 지장없는 니가 주인되는 그런 삶 살라고..
내가 사는 동안 부지런히 밀어줄테니
뭐라도 하라고..
실제 우리 엄니는 말하셨다죠.
반성마저도 안 하는 넘은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반성 잘 하는 넘한테 후한 점수 줄 필요 없다고요.
울고 불고, 무릎 꿇고 하는 넘들 지켜보니, 툭하면 그러면서
또 울고불고, 무릎 꿇고 할 짓을 하더라고.
후회를 어렵게 하고, 미안하단 말도 오래 생각해서 하는 넘하고 엮이라고.
남길선배가 그 외모에, 그 배경에, 그 쉬크함에 오히려 가려진
자제심과 절제력, 그리고 세련된 배려가 제 스톼일이라 한표 줍니다.
집에서 밤늦게까지 구어 온 호감에 찬 여학생의 쿠키를 거절하는 것도..
술취한 진주를 몰래 집까지 지켜봐 주는 것도..
울고 불고한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 끝가지 아무 말 안하는 것도..
네살 연하에 반말하는 반도 그것도, 연적이기까지 한 최반도를 상대로 싸우지 않는 것도..
배려를 상대방이 첨에는 우연으로 느끼고, 나중에 깨닫게 하는 것도..
성숙한 사람의 자세라고 봐요.
정에 이끌린다는 거
아름다운 말이지만
그 놈에 정이 그들만의 리그를 이루어서 요모양 요꼴이 된 세상에 사니
그냥 이젠 더럽기만 하고..
익숙한 것과 결별은 특히, 사람이고 남편이고, 아내일 때 더더욱 어렵고나.. 라는 생각
고백부부의 결말에
도대체, 왜..라는 말만 올리는 나는
차갑고, 계산적이고, 피도 눈물도 자식새끼도 모르는 속물로 고만 낙인찍히고 싶네요
안녕~
고백부부
다음 생엔 색다른 선택을..
물론, 다음 생은 없겠지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