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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추석에 친정엘 안 갔네요..

저도 나쁜 딸.. 조회수 : 2,149
작성일 : 2011-09-14 22:38:05

처음으로 추석에 친정엘 안 갔어요..

여러가지로 마음이 볶여서겠지요...

 

친정엔.. 남동생과 저.. 둘이예요.

남동생도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구요.

저희 아이들이 보고 싶어 친정부모님들 속 상하셨을거란 것도 압니다.

 

그런데.. 친정 엄마 역정내는 소리.. 큰 소리.. 원망하는 소리.. 이런거 그만 듣고 싶어요.

어렸을때 부터.. 저에게 기대가 크셨어요.

남동생은 워낙 공부하는데 취미가 없었고... 또엄마의 잔소리를 감당해 낼 만큼 뚝심있게 공부 안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전 마음이 워낙 약하고.. 엄마가 큰 소리 내시면 뭐든 다 했었어요..

좋은 대학 갔고, 운이 좋아 다국적 외국계 기업에 취업했고..

뭐든 엄마 기대 이상이었을텐데..

한번도 자랑스러워한적, 칭찬한 적 없으셨어요.

매일 엄마 친구 딸이야기 들어야 했구요. 별 볼일없는.. 따지고 보면 저랑 비교도 안 되는 학교에 회사에..

심지어는 엄마 친구의 고졸 딸, 백화점 잡화 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와도 비교 당하면서

항상 비아냥 거리는 소릴 들었어요..

고졸이 어떻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제가 항상 못마땅하셨던 거지요..

 

그리고 나서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선 그 소리 좀 덜 들어보나 했더니..

이젠 사위들까지 비교하고 나서시더군요.. 누구네 사위는 퇴근후 뭐도 한다더라..

누구네 사위는 이번에 보너스 얼마 받았다더라..

누구네는 사위랑 어디 여행도 갔다더라..(그때 저희 사이판으로 친정 식구들이랑 다녀온 후였는데.. 사이판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둥... 사이판 보다.. 차라리 남해가 훨씬 나았을 거라는 둥... 그래서 그 다음해에 저희 남해 힐튼 리조트 다녀와야 했었지요..ㅠㅠ)

저희 남편.. 어려서 부모 잃고, 형제 자매들이 모두 자수성가해서 잘 살고 있어요.

저희도 작지만 외제차 타고 살고.. 제가 보기엔 다른 집 사위보다.. 제 남편이 못난게 없는데..

뭐.. 보통이 이러십니다.

 

저.. 친정에 보통 이상으로 하고 살았어요..

아빠가 은퇴 일찍하셨고.. 생활비 걱정은 없었지만 큰 일 있을땐 제가 다 댔어요.

때 되면 현금 안겨드렸고, 동생 결혼할땐 오래된 냉장고 창피하다시길래, 냉장고 바꿔드리고,

그릇 풀셋으로 맞춰드렸고, 세탁기도 새로 바꿔드렸고.. 쌍꺼풀 수술도.. 제가 다 해드렸지요..

동생네 괌으로 가는 신혼여행비용도 제가 전액 주고 보냈었어요..

계절별로 백화점 가서 옷 사드렸고, 화장품도 제가 사다 드렸는데.. 그걸 10년 이상했는데..

어느날 올케가 화장품 풀셋으로 사 줬다고.. 그동안 제가 해드린건 다 잊어버리고 저한테 욕을 바리바리 하시더군요.

키워줘봤자 소용없다.. 며느리가 내 화장품 쓰는거 보고 놀라더라..며...

 

제가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회사 그만 두겠다고 했을때..

정말 저희 의절하는 줄 알았어요...

아마.. 평소에 그나마.. 제가 다니던 회사가.. 저희 친정엄마에겐 자랑거리 정도 되었을 텐데..

그마저 그만하겠다고했을땐.. 거의 정말 입에 거품 무셨지요..

오죽하면 제 사정 알던 제 절친은.. 제 약한 마음에 절대 회사에 사표 못 쓴다고 했었어요.

 

얼마전엔.. 남편이  부동산에 더이상 뜻이 없다며...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팔았는데..

저희 더러 미친짓 했다시며..

여름 휴가에 일가 친척 모두 있는 자리에서.. 집한칸도 없는 것들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네.. 집 한칸 없지만.. 집 없어서 저흰 불편한 거 모르겠거든요...

 

이제... 그런 것들이 저희 자식들 귀에 들어갈까봐 싫어요.

저희 아이들 볼때.. 무척 이뻐하시긴 하시지만..

이러한 것들이 깔린 말투로 아이들을 대하실땐,, 소름이 끼쳐요..

 

요즘 이런 저런 일들로 제가 심란한 일들이 많아서..

엄마랑 부딪혀서 저런 이이기를 한 마디라도 들으면 제가 진짜 욱 할 것 같아..

일부러 전화도 안 드리고, 친정도 안 갔어요..

올케 전화도 안 받고.. 엄마 전화도 안 받고..

추석날 아침, 남편 시켜서 전화 한통하고 끝이였어요.

 

어느 순간.. 또 전화하셔서 욕 퍼부어 댈까봐..

전화 벨 소리 들으면 발신자보기 전에 간이 콩닥거려요..

정말 다른 나라에라도 가서 살고 싶어요..

 

 

 

IP : 211.200.xxx.5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9.14 10:42 PM (1.251.xxx.58)

    그냥 딱 일정한 선에서 모든걸 끝내야 해요.
    더 다가서면 상처 받아요.

    그런데 인간이란것이 상처받을줄 알면서도 또 다가서고 다가서고..결국 이렇게 되는것이지요.

  • 2. .....
    '11.9.14 10:46 PM (119.192.xxx.98)

    근데, 왜 님은 엄마한테 그러한 면박을 들으면서 가만히 계셨어요
    너무 착하셔서 반항을 못했나요. 누구랑 비교하고 그래서 힘들어 죽겠다
    울고 불고 해보시지 그러셨어요.
    아무렴 그래도 엄마인데 딸이 힘들고 맘이 아파죽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윽박지를 엄마가 있을까요.
    너무 지쳐보이시네요. 어머니가 님 귀한줄도 알아야 할거 같네요. 죄책감 갖지 마세요.

  • 3. 어머니가
    '11.9.14 11:11 PM (122.35.xxx.83)

    아이 같아요. 떼쟁이 투정쟁이 아이 같고 님한테 떼쓰면 원하는걸 얻을 수 있다는걸 반복된 학습으로 터득하셔서 그런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성향이 어머니 본인이 의도하진 않으셨겠지만 성격의 큰 부분이 되어버렸네요. 님도 어머님과 똑같은 행동을 어머니에게 해보세요. 남의 집 어머니와 비교하시구요. 어머니가 잘못된 행동을 하셨을때 누구네 엄마는 이렇다 등을 적극 활용하세요. 그리고 말발로 밀리시면 안됩니다.^^ 없는 이야기라도 지어내세요. 그러면 어머니도 님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성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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