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내 집으로 입주합니다.
서울에, 30평짜리 번듯한, 새 아파트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입주합니다.
그동네에는 제가 5살때부터 살았던 아파트가 있습니다.
그 당시 새 아파트였는데, 이제 재건축을 바라보는 아파트가 되었어요.
저는 그 아파트 단지에서 대학 입학할때까지 15년을 살았습니다.
저의 유년을 모두 보낸 곳이지만,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별로 크지도 않은 단지에서 이사만 숱하게 다녔는데다가,
밤마다 아빠가 술먹고 들어와 깨부수던 기억,
어느날 아빠가 사무실 언니(나중에 알고보니 내연녀)를 데리고 와서 내가 커피타줬던 기억,
엄마마저 집나가서 엄마를 기다리며 울던 기억,
사업마저 부도나서 18평 제일 작은 월세집으로 쫓겨나듯 이사와 살림살이 이고지고 살았던 기억,
결국 그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제가 대학을 들어가던 해, 엄마와 저는 아빠와 헤어져 더 변두리 지역 단칸방으로 쫓겨가게 되었지요.
저의 유년, 10대, 그리고 20대를 돌이키면, 다시 돌아가고싶지 않아요.
기억을 돌이키는것만으로도 고통스럽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보니, 제 어린시절이 더욱더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이 드네요.
아무튼 저는, 그 이후로 제 삶을 꾸렸습니다.
부모님의 인생에 구애받지 않고, 저는 나무처럼 단단하게 제 인생을 꾸렸어요.
착한 남편도 갖게 되었고, 힘들지만 사랑하는 제 일도 있고요,
제 목숨을 바칠수도 있을만큼 사랑하는 딸도 있지요.
내년에 새집에 입주할 꿈에 부풀어 있다보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네요.
그 암울하던 날들, 아무것도 이룰수 없을것 같은 시간들을 견디고
평범하지만 그누구도 부럽지 않을만한 내 삶을 꾸리게 된 제가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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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날들은 가고
... 조회수 : 823
작성일 : 2017-11-06 15:27:14
IP : 117.111.xxx.4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밝은 날이 옵니다
'17.11.6 3:35 PM (112.186.xxx.156)네. 힘든 시기 이제 넘기세요.
원글님은 어두운 터널을 살아서 건너간 거예요.
이젠 밝은 햇볕을 누리세요.2. 방실방실
'17.11.6 3:42 PM (219.240.xxx.92)아자 아자
3. 음
'17.11.6 4:02 PM (1.233.xxx.167)행복하실겁니다. 그럼요.
4. 맹물
'17.11.6 4:06 PM (1.241.xxx.25)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참 대견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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