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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님의 효도에 관한 시

따뜻한아메리카노 조회수 : 5,047
작성일 : 2017-11-03 11:18:54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어서 퍼 왓어요.
정작 마광수님은 병든 노모님 모시다가 그분이 돌아가신 후에야 목숨을 끊으셨네요. 이미 한 10여년전 인터뷰에도 병들고 외로워서 별로 살고 싶지 않다고 하셨거든요. 노모님을 책임지시려 미루신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 효도(孝道)에 > -- 마광수


어머니, 전 효도라는 말이 싫어요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나왔나요? 어머니가
저를 낳으시고 싶어서 낳으셨나요?
또 기르시고 싶어서 기르셨나요?
`낳아주신 은혜' `길러주신 은혜'
이런 이야기를 전 듣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와 전 어쩌다가 만나게 된 거지요.
그저 무슨 인연으로, 이상한 관계에서
우린 함께 살게 된 거지요. 이건
제가 어머니를 싫어한다는 말이 아니예요.
제 생을 저주하여 당신에게 핑계대겠다는 말이 아니예요.
전 재미있게도, 또 슬프게도 살 수 있어요
다만 제 스스로의 운명으로 하여, 제 목숨 때문으로 하여
전 죽을 수도, 살 수도 있어요.
전 당신에게 빚은 없어요 은혜도 없어요.
우린 서로가 어쩌다 얽혀 들어간 사이일 뿐,
한쪽이 한쪽을 얽은 건 아니니까요.
아, 어머니, 섭섭히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난 널 기르느라 이렇게 늙었다, 고생했다'
이런 말씀일랑 말아주세요.
어차피 저도 또 늙어 자식을 낳아
서로가 서로에 얽혀 살아가게 마련일테니까요
그러나 어머니, 전 어머니를 사랑해요.
모든 동정으로, 연민으로
이 세상 모든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애정으로
진정 어머닐 사랑해요, 사랑해요.
어차피 우린
참 야릇한 인연으로 만났잖아요?

-- 마광수, 시집 (자유문학사 1989)
IP : 110.70.xxx.67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묘해
    '17.11.3 11:20 AM (118.41.xxx.29)

    불효막심하게 느껴지면서도 뭔가 수긍이 되는 ......

  • 2. 아 눈물 나요
    '17.11.3 11:25 AM (203.247.xxx.210)

    제가 본 처음이자 최고의 효도시네요

  • 3. ...
    '17.11.3 11:29 AM (125.177.xxx.227)

    와.. 대단하네요 ㅜㅜ

  • 4. . . .
    '17.11.3 11:31 AM (1.209.xxx.120)

    성숙한 사람이었네요

  • 5. 그렇지.
    '17.11.3 11:31 AM (118.218.xxx.190)

    서로 선택하지 않은 인연이지!!
    끈으로 묶어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들 보다 솔직하다..
    생명을 나눈 인연을 존중하는 것이지..

  • 6. ..
    '17.11.3 11:40 AM (58.145.xxx.87)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죠..
    정작 마광수 교수님은 마마보이에 가까울 정도로 어머니 말씀을 따르고 노모 봉양도 잘 하신 효자로 알고 있어요.

    제 생각에 "효"라는건 없는거 같아요. 사랑이 있을 뿐이죠. (진정한) 사랑으로 키우면 사랑으로 보답하는게 인지상정이죠. 하지 말라고 해도요.

  • 7. ...
    '17.11.3 11:41 AM (1.236.xxx.75) - 삭제된댓글

    시대를 잘 못 만난 지식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8. ........
    '17.11.3 11:49 AM (175.192.xxx.37)

    어쩌다 얽힌 인연,, 거기까지.

  • 9. 아...
    '17.11.3 12:37 PM (116.122.xxx.246)

    시가 이렇게 잘 읽히다니

  • 10.
    '17.11.3 12:39 PM (211.224.xxx.236)

    이 글을 읽고 불효라는 생각이 드나요? 효에 대해 부모와 자식관의 관계에 대해 정말 맞는 말을 하는것 같은데요. 젊은시절에 쓴 시 같은데 저 시대에 저런 생각을 하고 그걸 시로 표현했다니 대단해요. 효에 관한 시 중 제일 좋은거 같아요

  • 11. ...
    '17.11.3 1:21 PM (183.109.xxx.87)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람 맞는거 같아요
    예전같으면 외설스런 소설 이미지에 더해져 효도를 왜곡한다는 평가/비난을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요즘 세상에 읽어보니 이런 참 와닿는 문장들이더라구요

  • 12. 모두
    '17.11.3 1:58 PM (223.39.xxx.128)

    옳은 말이예요

  • 13. 악몽
    '17.11.3 2:48 PM (182.231.xxx.193)

    내 안의 꼰대氣 를 빼고 보니, 앞선 사람었구나...싶은!

  • 14. .....
    '17.11.3 6:36 PM (110.8.xxx.73)

    언제 쓰신 글인지 모르겠으나, 그 분이 젊은 시절에 쓰신 글이라면 확실히 열린 사고의 소유자였던 듯...

  • 15. aㅣ
    '17.11.4 2:36 AM (58.120.xxx.76)

    가슴에 와닿네요.
    시대를 앞서간 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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