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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

보람찬하루 조회수 : 922
작성일 : 2011-09-13 11:00:46
 
  며칠 전 산책 길에서 안식구와 물가 얘기를 하다가 머리 손질 얘기가 나왔다. 안식구의 친구 하나가 아이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는데, 방학 때 딸이 오면, 꼭 파마를 해서 보냈다는 얘기였다. 미국은 파마 하는 값이 무척 비싸다는 설명이었다. “인건비가 비싸서”라고 안식구는 덧붙였다.
 
  비싼 머리 손질 비용을 미국의 임금 수준에서 찾은 안식구의 설명은 아마도 우리 사회의 상식일 터이다. 미국은 임금이 우리보다 훨씬 높고 머리 손질은 서비스 업종이니, 당연히 값이 비쌀 수밖에. 그러나 그 상식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실은 자격증을 딴 미용사들만이 머리 손질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제 때문에 값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아프리카 스타일 머리 땋기를 23 년 동안 해 온 한 여성은 최근 ‘유타 이발사, 화장사/이발사, 미용사, 전기분해치료사 및 손발톱 기술자 자격증 협회’로부터 먼저 자격증을 따야 영업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자격증을 따려면 18,000 달러를 내고 2천 시간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해야 할 과목들은 아프리카 스타일 머리 땋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미국에서 이런 자격증이 요구되는 업종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관을 짜서 팔아 작은 소득을 보충해온 어떤 수도사는 자격증이 없다고 ‘루이지애너 사체방부처리사 및 장의사 협회’로부터 즉각 영업을 중지하라는 통고를 받았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만든 관 때문에 사체가 무슨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격증이나 허가증을 얻기는 무척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플로리다 주에서 실내장식가 허가를 얻으려면, 4년제 대학을 나오고 2년 동안 수습을 거친 뒤 이틀에 걸친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자격증이 만드는 이런 진입 장벽은 당연히 물가를 올린다. 보다 큰 문제는 그런 진입 장벽이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짓눌러서, 일자리들을 줄인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자격증을 따기 어려울 만큼 가난한 사람들과 아이를 양육하고 다시 일하려는 여성의 일자리들을 줄인다. 미국의 경우, 허가제를 통한 규제는 일자리를 20% 가량 줄인다고 여겨진다.
 
  물론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과 자격증을 관리하는 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초과 이익을 본다. 미국 시장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허가제는 이미 허가를 얻은 사람의 소득을 15% 올린다. 이런 초과 이익은 노동조합원이 누리는 것과 비슷하다. (허가증을 갖고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은 24%의 초과 이익을 누린다.) 이처럼 남용된 허가제는 가진 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기득권자들이 누리는 초과 이익은 다른 사람들이 입는 손실에 비기면 아주 작아서, 사회 전체는 큰 손해를 본다.
 
  그러나 자격증이나 허가증이라는 형태의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연합해서 동업조합(guild)를 만들어 진입 장벽을 점점 높이 쌓는다. 물론 그들은 늘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건다. 동업조합은 힘이 세므로, 그들을 감시하도록 마련된 감독 기구들을 포획해서 주무르고 초과 이윤을 누린다. 소비자들은 다수지만, 그들의 흩어진 힘은 동업조합에 맞설 수 없다.
 
  이런 과정은 이상에 가장 가까운 시장경제를 지녔다는 미국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1950년대에 자격증이나 허가증을 가져야 일할 수 있었던 미국 노동자들의 비율은 5%가 채 못 되었다. 지금은 30%나 된다. 지난 반 세기는 ‘규제 철폐(deregulation)’라는 말이 생기고 실제로 규제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여겨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동업조합을 통한 기득권 보호가 미국 경제를 얼마나 옥죄는가 실감된다. 자격증과 허가증을 필요로 하는 업종들의 상당수가 안전이나 건강과는 관련이 없다는 사정은 – 예컨대, 화초재배자, 잡역부, 관광안내원 따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정은 미국과 다를 바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미국에선 허가제가 끼치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우리나라에선 그런 연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가게들에서 소비자들이 별다른 위험 없이 손쉽게 일부 약품들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런 사정을 엿볼 수 있었다. 당해 동업조합인 ‘약사회’의 힘이 얼마나 센가 그리고 그들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그들에게 얼마나 완벽하게 포획되었는가 우리는 처참한 마음으로 확인했다.
 
  둘러보면, 우리는 허가제의 폐해가 심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격증과 허가증을 바탕으로 한 동업조합의 횡포와 폐해는 거의 전반적이어서, 무슨 사업을 하려 해도, 협회라는 이름을 내건 단체에 비싼 비용을 치르고 가입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이런 동업조합들은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들어 초과 이익을 보면서 물가를 올리고 창업을 어렵게 하며 일자리를, 그것도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줄인다. 그리고 그들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들은 그들에게 포획되어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고 큰 보상을 받는다. 무슨 명분을 내걸어도, 허가제는 결국 정부의 힘과 규모를 늘리고 부패의 온상이 된다. 동업조합은 으레 감독 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관장하고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는 주로 감독 기관의 관료들을 매수하는 데 쓰인다.
 
  우리사회에서 노동조합의 폐해는 그 동안 상당히 알려졌다. 그러나 허가제의 폐해는 덜 알려졌다. 이제는 허가제가 부르는 여러 가지 큰 폐해들에 주목하고 다시 규제 철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규제 철폐는 무척 어렵다. 가장 자유로운 시장을 지녔고 규제 철폐에서 앞장선 미국의 역사가 이 점을 아프게 보여준다. 실제로 규제를 부르는 사회적 힘은 늘 강하므로, 규제 철폐는 힘껏 추진해야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붉은 여왕의 경주(Red Queen’s race)’다.
 
  좌파 정권들 아래서 부쩍 늘어난 규제를 우파 정권인 현 정권이 완화하고 철폐하는 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에 큰 불행이다. 실은 현 정권 자신에게도 불행이다.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 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를 낮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는데, 규제 철폐를 제대로 했다면, 서비스 부문에서의 창업은 훨씬 활발했을 터이다.
 
  모두 최상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말한다. 규제를 줄여서 정부를 조금이라도 적게 만들고 일자리들을 만들자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사실은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을 흐뭇하게 한다.
 
IP : 123.214.xxx.8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티아라
    '11.9.13 11:27 AM (123.214.xxx.85)

    이게 다 이명박 때문입니다

  • 2. 휴우
    '11.9.13 3:09 PM (180.65.xxx.51)

    미국이나..우리나라나..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저런 동업조합의 이익을 챙겨주며 뒷돈을 받는 정치인이 문제지요
    정치인의 부패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인데..
    마치 좌파 정권만이 규제를 원하고..
    좌파국민들이 올바른 길을 가려는 우파정권을 지지하지 않아서
    일자리 창출이 안된다는..이상한 논리를 펴고계십니다요.
    허가제나 규제가 제대로 된다면..소비자가 오히려 보호를 받을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부패가 문제지..규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것은 아닙니다.
    정치인의 부패에 대해 국민들은 무관심하지 않습니다

  • 3. 보람찬하루
    '11.9.13 4:26 PM (123.214.xxx.85)

    ocean7에게: 왜 나에게 욕지거리인가... 신고한번 당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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