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의문점'님의 서양명절 글에 대해서요,
제가 생각하고 있던 점에 대해서는 지적하신 분이 안 계신 것 같아서 댓글로 달까 하다가 글로 써봐요.
다른 분들 의견도 듣고 싶고요...
댓글 중에 한국은 인간(가족) 관계가 수평적 관계고, 서양은 수평적 관계인게 문제라고 쓰신 댓글이 몇개 있더라고요.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의견이예요.
제가 서양언어를 몇개 하거든요.
게르만어나 라틴어, 영어를 다 하는데, (슬라빅 쪽 언어는 모르고요... )
한국어랑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요.
서양언어는 수평한 언어예요.
존대말이라는 게 없잖아요.
그렇다고 서로를 무시하는게 아니거든요.
미성년자도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게 되는 언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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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말의 경우는, 대화하는 2인칭은 물론 3인칭으로 언급을 할 때에도, 어른에게는 존대말을 써야하잖아요.
존대를 하지 않으면 예의없고, 버릇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長幼有序(장유유서)는 사회전반에 뿌리 박혀서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어야 하지요.
이건 국민정서기 때문에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삼강오륜의 덕목 아닌가요?
거기에, 언어와 더불어서 유교라는 사상이 너무나 뿌리 깊어서 그 사상을 버리고 가기가 거의 불가능해보여요.
그렇기 때문에 서른살 다되서(최소한 스무살 넘어서) 처음 만나게 되는 배우자의 부모에게 "아버님, 어머님(아버지, 어머니)"이라고 부르는 거잖아요.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면서, 그리고 상대방은 어린사람/며느리라고
처음 만나서부터 반말을 쓰는데, 그 관계가 무슨 수로 수직관계가 안 될까요?
서양에서는 in-laws가 될 사람들끼리 서로 처음 만나서는 Mr./Mrs. XXX라고 부르다가 잘 알고 친하게 되면 이름을 부르는게 일반적인 순서지요.
윌리엄왕자와 약혼녀 인터뷰한 거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충분히 존경해도 약혼한 사람의 부모에게 mother/father라고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름으로 부르지요.
그렇지만 한국사회는 이름보다는 호칭으로 부르는 사회니까요.
회사에서도 사장님,부사장님, 전무님, 부장님, 과장님 하다못해 대리님 까지 호칭으로 부르지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지요.
서양의 경우는, 회사에서도 상사와 직원 간에 서로 이름(first name)으로 부르지 호칭으로 부르는 경우는 절대 없으니 직장생활에서 확실히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덜한 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고요.
서로 이름을 부른다고 가족 간에 유대가 덜하냐 하면 그건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최소한 한국만큼 끈끈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서양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언론에서 앞서서 서양을 쉽게 매도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영어를 포함한 유럽언어의 경우는 존대말이 없는 수평적인 언어라,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한국말은 언어 자체가 수직관계를 지향하는 언어기 때문에
아무리 관습을 바꾸고 수평적인 관계를 세워나가려고 해도,
말(언어)과 유교가 같이 가는 한은
가족 간에, 그리고 사회 구성원 간에 수직적 관계는 계속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