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사년간 옷을 참 많이 샀어요.
유행하는 옷이 아니라 제 체형을 좀 감춰주는 스타일에 색감이나 문양은 독특한 그런 옷들을 좀 많이 샀어요.
취미생활이 책읽고 영화보는 거였는데, 최근에는 쇼핑하고 옷 맞춰입는게 취미로 바뀌었나 해야할 정도로...
일부러 쇼핑나가는게 아니라, 그냥 돌아다니다 저건 내옷 싶은 게 눈에 보이면 사서 내 맘대로 입거든요.
작년부터 좀 시들해져서 사들이는 건 그만하고 맞춰입기만 하는데요.
계절이 바뀌면서 지난 계절옷을 집어넣고 이 계절 옷을 꺼내입으며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내년에도 이 옷을 입을 수 있을까?
체격이 변하는 것보다 얼굴이 묘하게 옷이랑 따로 노는가 싶은 느낌이 스치고 지나가더라구요.
나이가 얼굴에 스며들어서 뭔가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져서 옷 느낌이랑 얼굴 느낌이 매칭이 안되서 언밸런스한 그런...
그냥 쉽게 말해서 한참 늙은 아줌마가 철없이 애옷 입고 나온 느낌...
아직까지는 괜찮다 생각하고 그냥 입는데요.
여름옷 정리하면서 내년에도 이거 입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아직까지 학교 동창들 만나면 서로 다 그래요.
넌 아직도 학교다닐 때랑 어째 그리 똑같냐....
제 3자가 들으면 아줌마들끼리 자위하는 말이라고 어이없다 한소리 할 말인 건 알지만, 우리 눈엔 진짜 10대, 20대 때나 지금 40대 중반을 훌떡 넘어선 지금이나 똑같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세월에 장사없다고, 나처럼 둔한 사람 눈에도 매일 거울로 보는 얼굴에 세월이, 나이가 스미는 걸 알겠네요.
속상하다, 싫다 뭐 이런 건 아니고, 변하고 있다는 걸 처음 깨닫는 듯한 그런 묘한 감정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