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은 회사의 부장입니다.
20대 중후반의 여자 직원들이 대부분이고요.
하는일이 해외 업무라 어학 잘하는 직원을 뽑다보니
많은 수가 유학파고 집이 좀 부유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대학교를 나오고 성실한 직원은 형편이 좀 어렵습니다.
이게 단순히 형편이 어렵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되고
일단 부모님이 다 안계시고
친척도 없고
그야말로 이 직원은 세상에 혼자뿐이에요.
부모님 밑에서 평범하게 자란 제가 그 직원의 마음을 어찌 다 알겠냐마는
어쨋든 이 직원은 야무지고 철두철미하고 제 앞가림은 잘 하는 반면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많고 쉽게 어울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돈을 많이 아끼는 편이고요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죠)
요즘 젊은직원들 한끼에 밥은 밥대로 만원짜리 먹고도 커피 오천원짜리 척척 잘 사먹죠.
하지만 이 직원은 꼭 구내식당 ( 회사 지원)에 가서 먹어요
그 식당은 사실 너무 맛이 없는데다 분위기도 우중충해서 회사에서 다른 잡무 도와주시는 분들이나 인근 공사장 함바집으로 쓰입니다.
다들 기피하는 야간당직도 자처해서 많이 서는 편이구요
문제는
매번 밥도 따로 먹고 어울리지도 않고
이 친구가 또 커피믹스나 회사 휴지 같은거 조금씩 챙겨가는데 (결코 많은 수준은 아니어서.. 저는 큰 문제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부비로 비싼 간식 시켜먹고 이런 다른 직원들도 있으니까요)
그걸 두고도 많이들 욕하는거 같고..
옷차림으로도 좀.. 뭐라하고..
전후 사정을 아는 저로서는 영 마음이 안좋은데요
유난히 그 여론을 조장하는 한명이 있어요
이 친구는 뭐 집이 부자고 외동딸이라 세상에 두려울게 없는 캐릭터구요
28세에 강남에 아파트 자기이름으로 있고 차도 중형차 있고.
그렇습니다.
근데 이 친구가 유난히 해당 직원을 험담하고 그러는데
제가 몇번 불러서
일부러 친해지지 말라고는 안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이야기하진 마라 라고 주의를 줬음에도 계속 그럽니다.
둘의 업무 성과는 거의 비슷합니다.
더 잘나고 못나고는 없어요.
20대 후반의 여성에게.. 동료에 대한 이해를 부탁하는게 너무 무리한거였을까요?
당하는 직원은 마음이 아파도 겉으로 거의 드러내지 않는 아이에요.
그래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진 않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점점 심해지는데.
어떻게 해야 가장 현명한 처신일지요.
저도 아이를 키우다보니 ..
아이가 부모없이 커간다는 게 상상이 안되고
저 역시 그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이 직원을 도와주고 최대한 잘 설수있게 돕고 싶은데
( 심성은 좀 .. 외골수긴 하지만 착합니다)
부서의 분위기가 자꾸 이리 흘러가니..
답답해서 여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