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아버지의 뒷모습

Deepforest 조회수 : 2,136
작성일 : 2017-10-12 20:11:17
아버지가 추석때부터 당분간 저희집에 머무르게 되셨지요.
올해 팔순이 되셔서 여러가지로 몸도 불편하실텐데
이젠 더이상 어디 아프다고 두런두런 불평도 안하시고
그저 시간을 보내는 일이 힘드신듯 하여
다락의 서재와 거실을 뒤져 책을 몇권 골랐습니다.

허삼관 매혈기
황석영의 맛기행
김산의 아리랑

골라 드리면서도 눈도 아프시고 마음도 복잡하신데
잘 읽으실까 싶었지요.
식사하신 후, 특히 저녁을 드시고는 바로 주무시던 분이
교환학생 가있느라 비어있는 딸아이 방 책상에 밤늦도록 스텐드를 켜고 책만 보시더군요. 아빠 재밌어요? 간식을 드리며 물으면 고개를 끄덕하시곤 다시 책을 보십니다.

뒤늦게 책에 빠지신 아버지의 뒷모습.
저분이 만일 좋은 시대에 태어나 공부를 하셨다면...
독립운동 하느라 가산을 다 바친 집안에서 태어나 겨우 선산만 건지신 아버지.

오늘. 당신이 책장을 서성거려 직접 고르신 책은
놀랍게도 레닌 평전. 두께가 걱정되서 저는 가볍게 보시라고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골라 드렸네요.
책을 읽는게 아니어도
아버지의 뒷모습은 항상 마음을 휑하게 만듭니다.

IP : 61.101.xxx.4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ddd
    '17.10.12 8:21 PM (218.150.xxx.219)

    8순 되시는 분이 레닌 평전을 읽을 정도라면......독립군 후손 답군요.
    대단합니다.

  • 2. Deepforest
    '17.10.12 8:25 PM (223.62.xxx.162)

    아뇨. 그냥 제목보고 호기심에 고르신 모양인데.. 아마 다 읽긴 힘드실거에요. 저도 읽다 말았다는... 다 읽으시면 자랑글 올려야 하나 싶네요.ㅎㅎ

  • 3. 일단
    '17.10.12 8:32 PM (39.117.xxx.194)

    감사합니다
    두분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

  • 4. 아버지
    '17.10.12 8:37 PM (1.251.xxx.84)

    원글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는 결혼하고 사정상 한달간 시댁에 머물게 되어 아버지가 저를 두고 돌아가시면서 손수건으로 황급히 눈물을 훔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소 참 엄하고 무뚝뚝하신 아버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결혼 후 타지방에 살게 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잘있나 그러면 됐다 딱 그 두마디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던..
    항상 아버지 생전 그 깊으셨던 마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살아계실때 아버지와 대화 많이 나누시고 함께 많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5. 쓸개코
    '17.10.12 8:49 PM (218.148.xxx.130)

    어디서 좋은글귀보면 수첩에 꼭 메모해두시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애들은 금이야 옥이야 예뻐하시면서 엄마에겐 참 부족한 남편이었는데 지병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가부장적이신 편이었는데 손수 식사를 챙겨드시고 거기다 예쁘게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까지!
    정말 아버지랑 대화 많이 나누셔요.
    저는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네요. 꿈에서도 말없이 웃기만하셔서..ㅜㅡ

  • 6. 햇살가득
    '17.10.12 9:02 PM (124.49.xxx.131)

    저는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으시네요..
    매정하신분..
    쓸쓸한 가을바람에 아빠생각이 납니다.

  • 7. 우리아빠
    '17.10.12 9:34 PM (39.118.xxx.143)

    저를 항상 과대평가해주시고
    너무나 많은 사랑해주셨던 아빠를 아는데도
    제가 싫어하는 부분이 나오면 넘 싫고 거리두고 싶은데..... 근데 이글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린지...
    탐미주의자에 책 좋아아고 낭만과 멋을 어은 우리아빠, 나비심장과 가난으로 평생을 사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 8. robles
    '17.10.12 11:21 PM (186.136.xxx.137)

    아버님이 꽤 멋있을 거 같습니다.

  • 9. ...
    '17.10.13 12:31 AM (112.163.xxx.240) - 삭제된댓글

    아버지 오래 건강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48139 호주.캐나다 둘다 살아보신분~~ 6 qweras.. 2017/11/16 2,577
748138 와~지금 스팟라이트 김준기 DB회장 성추행. 굉장하군요? 12 햄볶녀 2017/11/16 3,892
748137 도자기 전시회나 박물관 추천좀 해주세요 13 여러분 2017/11/16 1,321
748136 롱패딩 유행 이상해요 86 ... 2017/11/16 28,192
748135 기혼자분들중 자기방 있는분 계시나요? 6 2017/11/16 1,782
748134 SK에서 KT로 바꿀까 하는데 KT TV가 SK에 비해 더 나은.. 8 SK에서 K.. 2017/11/16 1,498
748133 민주당 정발위 live하네요.헉 2 금방알게됨... 2017/11/16 980
748132 드디어 강남 입성! 9 겨울 2017/11/16 4,940
748131 이런게 적폐지. 1 ........ 2017/11/16 693
748130 마음의 지옥을 경험해보고 느낀게... 9 바람이분다 2017/11/16 4,865
748129 초등1학년 소원 4 아정말 2017/11/16 1,382
748128 대학선택 6 대학 2017/11/16 1,653
748127 오늘 뉴스룸 엔딩곡 기가 막히네요 16 음악 2017/11/16 6,661
748126 요가 금강좌 자세가 넘 어렵네요.. 잘 되시나요? 2 각선미 2017/11/16 1,984
748125 병원서 실습중인데.환자분 이럴땐 어찌할까요? 9 이럴땐 어찌.. 2017/11/16 2,557
748124 예상대로 엠비가 버린 이동관 나오네요 ㅋ 7 고딩맘 2017/11/16 3,615
748123 판교.분당.용인.. 가족모임하기 좋은 곳좀 9 ㅇㅇ 2017/11/16 1,979
748122 알타리 샀는데 내일 담아도 될까요? 15 ... 2017/11/16 2,243
748121 코스트코 양재점에서 스타벅스 크리스마스블랜드 원두 판매하고 있나.. 2 코스트코 2017/11/16 2,017
748120 엄마가 차갑고 모성부족인 경우는 외할머니쪽도 그렇지않나요? 8 .. 2017/11/16 3,363
748119 초4, 게임 인터넷 안되는 휴대폰 추천해주세요 2 스마트폰안돼.. 2017/11/16 1,224
748118 이 패딩코트 특이하게 예쁘지않나요 46 .. 2017/11/16 21,299
748117 레깅스 입고 다니시는 분들은 본인 뒷모습 거울로 봤음 좋겠어요... 79 .. 2017/11/16 28,586
748116 라인코트 문의 1 ㅇㅅ 2017/11/16 788
748115 오늘의 구속영장 심사 - 전 국정원장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2 ㄱㄱ 2017/11/16 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