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의 뒷모습

Deepforest 조회수 : 2,048
작성일 : 2017-10-12 20:11:17
아버지가 추석때부터 당분간 저희집에 머무르게 되셨지요.
올해 팔순이 되셔서 여러가지로 몸도 불편하실텐데
이젠 더이상 어디 아프다고 두런두런 불평도 안하시고
그저 시간을 보내는 일이 힘드신듯 하여
다락의 서재와 거실을 뒤져 책을 몇권 골랐습니다.

허삼관 매혈기
황석영의 맛기행
김산의 아리랑

골라 드리면서도 눈도 아프시고 마음도 복잡하신데
잘 읽으실까 싶었지요.
식사하신 후, 특히 저녁을 드시고는 바로 주무시던 분이
교환학생 가있느라 비어있는 딸아이 방 책상에 밤늦도록 스텐드를 켜고 책만 보시더군요. 아빠 재밌어요? 간식을 드리며 물으면 고개를 끄덕하시곤 다시 책을 보십니다.

뒤늦게 책에 빠지신 아버지의 뒷모습.
저분이 만일 좋은 시대에 태어나 공부를 하셨다면...
독립운동 하느라 가산을 다 바친 집안에서 태어나 겨우 선산만 건지신 아버지.

오늘. 당신이 책장을 서성거려 직접 고르신 책은
놀랍게도 레닌 평전. 두께가 걱정되서 저는 가볍게 보시라고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골라 드렸네요.
책을 읽는게 아니어도
아버지의 뒷모습은 항상 마음을 휑하게 만듭니다.

IP : 61.101.xxx.4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ddd
    '17.10.12 8:21 PM (218.150.xxx.219)

    8순 되시는 분이 레닌 평전을 읽을 정도라면......독립군 후손 답군요.
    대단합니다.

  • 2. Deepforest
    '17.10.12 8:25 PM (223.62.xxx.162)

    아뇨. 그냥 제목보고 호기심에 고르신 모양인데.. 아마 다 읽긴 힘드실거에요. 저도 읽다 말았다는... 다 읽으시면 자랑글 올려야 하나 싶네요.ㅎㅎ

  • 3. 일단
    '17.10.12 8:32 PM (39.117.xxx.194)

    감사합니다
    두분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

  • 4. 아버지
    '17.10.12 8:37 PM (1.251.xxx.84)

    원글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는 결혼하고 사정상 한달간 시댁에 머물게 되어 아버지가 저를 두고 돌아가시면서 손수건으로 황급히 눈물을 훔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소 참 엄하고 무뚝뚝하신 아버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결혼 후 타지방에 살게 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잘있나 그러면 됐다 딱 그 두마디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던..
    항상 아버지 생전 그 깊으셨던 마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살아계실때 아버지와 대화 많이 나누시고 함께 많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5. 쓸개코
    '17.10.12 8:49 PM (218.148.xxx.130)

    어디서 좋은글귀보면 수첩에 꼭 메모해두시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애들은 금이야 옥이야 예뻐하시면서 엄마에겐 참 부족한 남편이었는데 지병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가부장적이신 편이었는데 손수 식사를 챙겨드시고 거기다 예쁘게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까지!
    정말 아버지랑 대화 많이 나누셔요.
    저는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네요. 꿈에서도 말없이 웃기만하셔서..ㅜㅡ

  • 6. 햇살가득
    '17.10.12 9:02 PM (124.49.xxx.131)

    저는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으시네요..
    매정하신분..
    쓸쓸한 가을바람에 아빠생각이 납니다.

  • 7. 우리아빠
    '17.10.12 9:34 PM (39.118.xxx.143)

    저를 항상 과대평가해주시고
    너무나 많은 사랑해주셨던 아빠를 아는데도
    제가 싫어하는 부분이 나오면 넘 싫고 거리두고 싶은데..... 근데 이글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린지...
    탐미주의자에 책 좋아아고 낭만과 멋을 어은 우리아빠, 나비심장과 가난으로 평생을 사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 8. robles
    '17.10.12 11:21 PM (186.136.xxx.137)

    아버님이 꽤 멋있을 거 같습니다.

  • 9. ...
    '17.10.13 12:31 AM (112.163.xxx.240) - 삭제된댓글

    아버지 오래 건강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37840 겁내 춥습니다. 5 ... 2017/10/13 3,146
737839 Sk폰 장기고객이라고 1~2년간 할인 7 Sk통신사 2017/10/13 1,657
737838 영국사시는분들 16 아리송 2017/10/13 4,893
737837 아이들이 독립하니 너무 좋은 나 ,,비 정상인가요? 14 밥 지옥 2017/10/13 4,753
737836 남편이 이제 들어왔어요 2 아정말 2017/10/13 2,546
737835 비트코인..1억5천정도 투자했는데 3~4일만에 6500정도 수익.. 28 2017/10/13 25,139
737834 수지 성복동 롯데캐슬2차 분양 받아야 할까요??? 5 ㅇㅇ 2017/10/13 4,163
737833 아빠라고 부르다 나이들면 아버지로 부르나요? 6 호칭 2017/10/13 2,064
737832 일본 패션 잡지 관련한 며칠 전 글...기억하시는 분? 5 얼마전 2017/10/13 2,320
737831 안돼요,싫어요,도와주세요.라고 가르치시는 선생님, 부모님들께- .. 37 마우코 2017/10/13 46,364
737830 간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8 대학1학년 2017/10/13 2,713
737829 서울 아파트 지금 구매vs2년뒤 구매 2 ㅇㅍㅌ 2017/10/13 2,148
737828 정말 스필버그영화 마이너러티 리포트처럼 범죄예측시스템이라도 3 000 2017/10/13 1,268
737827 낮에 올렸었는데 퇴사하려고 해요(유부남추근거림) 12 짜증 2017/10/13 6,397
737826 유치원생이랑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는데 ㅠ 7 2017/10/13 4,562
737825 옆집페인트칠 1 .. 2017/10/13 1,265
737824 마흔 살, 무슨 재미로 사시나요? 11 ㅁㅁ 2017/10/13 5,801
737823 스마트폰 뭐로 바꾸셨나요? 8 별바우 2017/10/13 2,135
737822 생각이 많은 밤이에요.. 3 가을 2017/10/13 1,639
737821 정석 푸나요? 아이 가르치게 제가 좀 예습하려고요 2 요새도 2017/10/13 1,471
737820 저만 집이 더운가요?;; 1 ㅇㅇ 2017/10/13 1,200
737819 살다보니 내가 언제 행복했었나 싶어요 8 40후반 2017/10/13 3,331
737818 땅콩 살 찌나요? 3 ... 2017/10/13 2,919
737817 클래식 애호가분들~지금 엠본부 보세요!!! 5 ... 2017/10/13 1,905
737816 바디오일 추천 부탁드려요 4 건조 2017/10/13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