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의 뒷모습
올해 팔순이 되셔서 여러가지로 몸도 불편하실텐데
이젠 더이상 어디 아프다고 두런두런 불평도 안하시고
그저 시간을 보내는 일이 힘드신듯 하여
다락의 서재와 거실을 뒤져 책을 몇권 골랐습니다.
허삼관 매혈기
황석영의 맛기행
김산의 아리랑
골라 드리면서도 눈도 아프시고 마음도 복잡하신데
잘 읽으실까 싶었지요.
식사하신 후, 특히 저녁을 드시고는 바로 주무시던 분이
교환학생 가있느라 비어있는 딸아이 방 책상에 밤늦도록 스텐드를 켜고 책만 보시더군요. 아빠 재밌어요? 간식을 드리며 물으면 고개를 끄덕하시곤 다시 책을 보십니다.
뒤늦게 책에 빠지신 아버지의 뒷모습.
저분이 만일 좋은 시대에 태어나 공부를 하셨다면...
독립운동 하느라 가산을 다 바친 집안에서 태어나 겨우 선산만 건지신 아버지.
오늘. 당신이 책장을 서성거려 직접 고르신 책은
놀랍게도 레닌 평전. 두께가 걱정되서 저는 가볍게 보시라고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골라 드렸네요.
책을 읽는게 아니어도
아버지의 뒷모습은 항상 마음을 휑하게 만듭니다.
1. dddd
'17.10.12 8:21 PM (218.150.xxx.219)8순 되시는 분이 레닌 평전을 읽을 정도라면......독립군 후손 답군요.
대단합니다.2. Deepforest
'17.10.12 8:25 PM (223.62.xxx.162)아뇨. 그냥 제목보고 호기심에 고르신 모양인데.. 아마 다 읽긴 힘드실거에요. 저도 읽다 말았다는... 다 읽으시면 자랑글 올려야 하나 싶네요.ㅎㅎ
3. 일단
'17.10.12 8:32 PM (39.117.xxx.194)감사합니다
두분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4. 아버지
'17.10.12 8:37 PM (1.251.xxx.84)원글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는 결혼하고 사정상 한달간 시댁에 머물게 되어 아버지가 저를 두고 돌아가시면서 손수건으로 황급히 눈물을 훔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소 참 엄하고 무뚝뚝하신 아버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결혼 후 타지방에 살게 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잘있나 그러면 됐다 딱 그 두마디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던..
항상 아버지 생전 그 깊으셨던 마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살아계실때 아버지와 대화 많이 나누시고 함께 많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5. 쓸개코
'17.10.12 8:49 PM (218.148.xxx.130)어디서 좋은글귀보면 수첩에 꼭 메모해두시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애들은 금이야 옥이야 예뻐하시면서 엄마에겐 참 부족한 남편이었는데 지병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가부장적이신 편이었는데 손수 식사를 챙겨드시고 거기다 예쁘게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까지!
정말 아버지랑 대화 많이 나누셔요.
저는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네요. 꿈에서도 말없이 웃기만하셔서..ㅜㅡ6. 햇살가득
'17.10.12 9:02 PM (124.49.xxx.131)저는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으시네요..
매정하신분..
쓸쓸한 가을바람에 아빠생각이 납니다.7. 우리아빠
'17.10.12 9:34 PM (39.118.xxx.143)저를 항상 과대평가해주시고
너무나 많은 사랑해주셨던 아빠를 아는데도
제가 싫어하는 부분이 나오면 넘 싫고 거리두고 싶은데..... 근데 이글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린지...
탐미주의자에 책 좋아아고 낭만과 멋을 어은 우리아빠, 나비심장과 가난으로 평생을 사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8. robles
'17.10.12 11:21 PM (186.136.xxx.137)아버님이 꽤 멋있을 거 같습니다.
9. ...
'17.10.13 12:31 AM (112.163.xxx.240) - 삭제된댓글아버지 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