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부산과 인근 마산에서는 거대한 유신 반대 시위가 일어났어. 이를 텔레비전에서 지켜보던 박 대령의 아내가 "중앙정보부가 저런 일 수습하지 못하나요?"라고 물었다고 해. 그때 박 대령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어.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광기와 탐욕에 사로잡힌 독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 유신헌법을 '비방'만 해도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긴급조치가 시행 중이었고 대통령의 지근거리에는 차지철 경호실장 같은 이가 "캄보디아에선 300만명을 죽였는데 까딱없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가운데 박 대통령 자신도 "서울에서 시위가 일어나면 내가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리겠다"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었지. 10·26은 그런 상황에서 일어났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특히 박 대령을 살리려고 애썼어. 자신의 명령을 따를 뿐이었으며 모범적이고 결백한 사람이니 극형만은 피해달라고. 박 대령이 단지 상관의 '명령' 때문에 그 엄청난 일에 가담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