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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심란한 밤

... 조회수 : 3,047
작성일 : 2017-10-06 02:10:07
#꿈
요즘 들어 문득 든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꿈에 엄마가 나오면 이런 내용일까? 아마도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나오는 나의 꿈은, 늘 엄가가 나를 때리거나 욕하거나, 아니면 내가 엄마한테 그간의 원망을 푸는 악다구니를 쏟아붓는 거다. 

#학대와 체벌의 사이
학대란 무엇일까. 어렴풋이 어릴 때 그건 학대였다는 판단이 선 건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지금도 엄마는 체벌이라고 한다. 엄마는 기억나는 건 받아쓰기 하나 틀렸다고 저녁을 굶겼던 거 정도라며, 좀 엄했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 정도면 체벌일까. 그러나 난 엄마가 말한 그 장면은 기억도 안 난다. 이유도 없어 시도 때도 없이 아무걸로나 맞았던 기억,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었던 기억들이 더 선명하다. 

#왜였을까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려 했다. 시집살이가 고달퍼서, 배운게 없어서라는게 그 분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의 삶이 아주 끔찍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유없는 학대로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그리 암울하게 만든 것이 용서가 될 수 있을까. 고졸이라는 학력을 못배웠다 할 수 있을까, 더 못 배운 분들도 자식에게 사랑 듬뿍 주며 사는 걸 종종 보면서 씁쓸해진다. 역시 자식을 키워보니 더욱 이해가 안간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내 아이를 그렇게 이성을 잃고 때리고 욕하는 건, 내겐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본 드라마 중에 우울증 때문에 아들도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던 엄마가, 깜짝 놀라며 이런 정신상태로 있다가는 자식한테 해를 입힐 것 같아서 집을 나가버리는 내용이 있다. 차라리 내게는 그 엄마가 더 이해가 간다. 극한 상황에서 자식에게 해를 입힐 거 같은 걸 자각하는 순간, 모성애가 먼저 움직이는, 그런 엄마 되는게 많이 어려운 일이었을까

#끝나지 않은 위선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아빠도 모르셨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손을 대면 이혼할거라 하셨단다. 그래서 더 꽁꽁 숨기셨을까. 매일 매일 제발 아빠가 일찍 들어오셨으면 하고 빌었다. 그럼 절대 혼내거나 때리지 않았다. 주변에는 자식들 공부 잘 시켜 좋은 대학 보낸 배울 점 많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 내셨다. 대학을 잘 간 자식들 덕에 여기저기서 교육에 관한 조언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친인척 간에 나름 자식 작 키운 엄마로서 그렇게 살고싶으셨나보다. 그 위선에 나도 속았던 것 같다. 다른 엄마도 안보이는 집안에서는 이렇게 자식을 때리고 욕하고 산다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일찍 집을 떠나서 여러 가정의 모습을 보며, 떄리지 않고 욕을 하지 않는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가 실제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안 그랬으면, 내 아이도 어릴 적 나같은 경험을 했을까. 아찔하다. 지금도 엄마는 어디에서도 그 위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차별
맞을 짓을 안한다고 유독 안맞는 형제가 한명 있었다. 대학 들어가면서부터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용돈은 물론이고, 내가 돈을 받은 걸 알면 늘 엄마는 이유없이 화를 냈고, 그럴 때마다 집에 돈을 내놓고 살았던 그 시절이 그 형제에게는 없었다. 모자라는 신랑감을 데려온 것도 아닌데, 결혼할 때 무슨 얘기만 나오면 다 남자 집에서 하는 거라고 해서, 정말 자존심 상하게 만들었던 그런 엄마가 그 형제한테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 형제에게 엄마는 시집살이 하며 산 불쌍한 여인이다.

#변하지 않는
어쩌면 평생 이렇게 무겁게 가져가야 하는 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한테도 아이한테도 아무한테도 절대 내 어린 시절을 말하고 싶지 않다. 일찌감치 그 집을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고 끝이라 여겼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빠가 돌아가시는 큰 일을 겪을 때마다 직접 때리지만 않았지 여전히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조금의 여지만 있어도 틈을 파고들어와서 끝내 상처입는 말이나 행동을 하고 마는,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단단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엄마 꿈을 꾸고 나면 슬퍼진다. 우리 아이 꿈에서 나는 다른 모습이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IP : 218.33.xxx.22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휴
    '17.10.6 2:20 AM (58.232.xxx.67)

    글쓴님.
    너무 애쓰셨어요.
    섣부른 조언은 못하겠고 토닥토닥
    가슴에 한이 남지 않도록 현명한 방법 찾으시길 바래요.
    저도 명절인데도 본가에 안부전화도 않고 지냈어요.
    아직도 제가슴은 얼어있어서요.
    갈수륵 늙고 힘없어지는 부모를 보면서도 가슴의 응어리진 서러움과 섭섭함은 풀리지가 않네요.

  • 2. . .
    '17.10.6 2:21 AM (211.209.xxx.234)

    스트레스를 푸는 만만한 대상이셨네요. 지금이라도 대들고 따져 물으시고 한 번 푸는게 어떨까요.

  • 3. candy
    '17.10.6 2:25 AM (223.38.xxx.89) - 삭제된댓글

    토닥토닥 말없이 안아드리고 싶네요

  • 4. ...
    '17.10.6 3:03 AM (118.44.xxx.167)

    늦은 가을 밤, 정말 심란한 글이네요.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그냥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보겠습니다
    솔직히 읽자마자 몇년전에 돌아가신 울 고모 생각이 났네요
    고모는 아들들은 (특히 장남) 덕볼거라고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죠
    쉽게 생각하세요
    부모, 어른을 떠나서, 그냥 성질이 못되먹은겁니다
    애틋한 부모님의 사랑... 그런거 나중이라도 기대하지 말고 사세요
    울 고모 임종 순간까지도 역시 고모 캐릭터 그대로셨습니다
    미안한 맘? 그런거 있었으면 애당초 저러지도 않았습니다
    원래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했네요
    용서, 화해...? 그냥 못된 사람은 이런거 해당사항 없습니다. 할수없는 일같습니다
    못받은 사랑... 속상하시겠지만 어머니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만큼 아이들을 현명하게 잘 살펴주세요
    애증이 교차하는 심란한 맘, 그냥 비우도록 하세요

  • 5. 그럼
    '17.10.6 3:09 AM (125.132.xxx.233) - 삭제된댓글

    그 분의 성정이 그런거예요. 잘 견디고 사셨네요. 국민학교 마친게 교육의 다 였던 친정엄마
    어릴때 저도 매를 맞고 컸지만 주로 아래위
    형제들과 싸운다고 매맞은게 이유라서 지금
    생각하면 사랑의 매였다는 느낌이예요.
    참 가난해서 고생 숱하게 하시다 일찍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나요.
    지금 저희 시어머니는 무학이세요. 80이 훨씬
    넘으셨는데 맏며느리인 저 결혼하기 한두해전에 겨우 한글을 익히신 분이예요
    그런데 자식들이라면 참 끔찍이 위하는 분이세요.
    시아버님이 생활력이 제로이신 분이라
    손수 온갖 궂은일 다 해가며 자식들 넷 키우며
    아주 가난하게 사셨는데
    지금 자식들이 엄마를 어찌나 애틋해하고
    공주처럼 모시는지 모릅니다
    무식한 것과 자식사랑은, 자식 교육법은 별 상관 없는듯 해요. 어머님이 심성이 고우시고 지혜로우셔서 그 가난의 질곡을 견디고 자식들을
    각자의 길에서 제 몫 잘하며 살도록 키우신거 같아요.
    원글님, 친정엄마가 반면교사다 생각하세요.
    나를 이렇게 키우셨지만 그걸 거울이라고 생각하세요. 결혼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내 자식한테는 사랑 듬뿍 주겠다 생각하세요.
    깊은 밤에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원글님
    가까이 계시면 만나서 차라도 함께하고 싶네요.

  • 6. ....
    '17.10.6 5:03 AM (128.3.xxx.44)

    엄마의 위선과 원글님이 아무에게도 어린시절을 말하지 않는 게 어쩌면 거울처럼 닮아있네요.

    엄마의 위선 쩡하고 깨뜨리세요. 왜 그랬냐고 원글님의 선명한 기억 다 얘기하세요. 곪아 있는 상처 터트리고 짜내야 빨리 아뭅니다.

  • 7. 저도
    '17.10.6 7:03 AM (223.38.xxx.69)

    늘 그런 꿈만 꿔요. (실은 엄마 아빠 남동생 모두 폭행가해자에요.그들이 나오는 꿈은 모조리 그런 꿈이에요.)

    오늘도 엄마의 포악,구타,폭행에 시달리다 깼어요.
    한 번씩 이런 생각이 들어요.
    꿈이 현실의 반영인 게 너무 버겁다는 생각.
    한 평생 현실이 고문 학대 가혹행위로 점철돼 있었다고
    꿈마저 똑같이 꾸면 난 도대체 언제 쉬란 말야 하는 생각.

  • 8. 분노없이
    '17.10.6 7:13 AM (120.17.xxx.90)

    차분하게 분석으로 논문처럼 써내려간 글이
    가슴에 져며서 댓글까지 달게되네요
    성정이 차갑고 몸까지 약해 웃음없던 제모친생각이
    나네요 거기에 아들사랑까지
    원글님과 다른게 있다면 결혼후
    멀리떨어져 살면서 아님 나이들면서~?
    달라진건지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맘이 힘듭니다
    옆에 계시면 가만히 안아드리고싶네요
    잊으세요
    아이에게 많은 사랑주시면서 치유하시길
    기도드릴께요

  • 9. ..
    '17.10.6 9:07 AM (49.170.xxx.24)

    토닥토닥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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