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밑에도 같은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는데 저랑은 상황이 달라서 저도 올려봅니다.
전 20명이 채 안되는 외국계 한국법인 회사에 다니고 있구요, 4년 반정도 됐어요.
소위 말하는 경리부 팀장이고 본사가 있는 나라의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예요.
직원 중 대표 빼고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저 포함 3명인데 다 팀장레벨은 아니구요.
그러다보니 뭔가 본사에 보고할 일, 본사에서 지시받을 일 등 영업부나 기획부가 메인이 되어야 할 일인데 경리인 제가 뭔가 총괄처럼(경력나 연봉은 다른팀 팀장보다 낮음) 되어 버려서 서서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어요.
저는 책임감이 강하달까 최적화 된 노예인건지 일의 능력 여부와는 별개로 시키는 일은 곧 잘 해내는 편이었고 점점 부당한? 업무를 맡게 되어도 군말없이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업부가 담당하던 미수금 관리 및 독촉이라던가 툭하면 소송걸라고 하는데 변호사 찾아다니는 일 등, 영업하면서의 스토리는 알지도 못하는데 그 담당하던 직원을 해고하면서 같은 영업팀이 아닌 저한테 일괄한다던가 생산팀 직원들이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하고 퇴사했는데 그에 대한 부자재나 원자재에 관해 저에게 책임을 묻는 다던가...
저희 대표는 본인만의 회사가 아닌지 정말 회사의 실무에는 무관심하고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인데, 본인의 다른 사업채도 있고 해서인지 취미로 그냥 다니는 거 같은 느낌.
이전부터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고 그 탓인지 자가면역질환이 와서 심하게 아파서 올 해 두번, 2주 이상씩 입퇴원을 반복했어요. 입원해서도 계속 일을 했지만요..
회사의 비전도 전혀 보이지 않고 몸까지 성하지 않으니 계속 퇴사 결심을 하는데 제가 맡고 있는 일이 많다보니 몹쓸 책임감과 오만함때문에 그만 두기도 쉽지 않아요. 제가 그만 두려고 주말에 맘 먹고 오면 다른 사람이 퇴사한다고 얘기를 한다거나 갑자기 월요일 회의에 누군가를 해고를 한다거나..항상 타이밍이 좋질 않아서 벙어리 냉가슴앓이 하듯 몸과 마음만 시들해져가면서 회사가 너무 다니기 싫어 가슴도 항상 두근거리거나 답답해서 통증까지 올 정도가 되었어요.
회사 생각해주다가 내가 죽겠다 싶어서 연휴 끝나면 얘기하자, 용기를 내자.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희 팀원이 연휴 전 날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네요..
그래서 지금 현재 이 황금연휴도 전혀 즐겁지가 않아요.
또 이 친구를 먼저 그만 두게 하면 난 언제 그만 두나..싶기도 하고 내가 그만 두는게 뭐가 이리 어려운건가 싶은데
용기를 못내는 내가 너무 밉고, 병신같고, 자존감도 자꾸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이 그만 둔다고 하면 회사도 어려운데 옳다구나 싶어 쿨하게 내보내던데...저한테는 지금 얽혀있는 일에 대해 다 책임을 물을 거 같고..막연히 너무너무 두려워요.
제가 너무 멍청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이런건지 저 같은 상황이 오면 다들 이렇게 되는건지..
죽어야 회사를 그만 둘 수 있을 거 같은 생각까지 들어요.
연휴 끝나고 저랑 팀원...둘 다 어떻게 그만 둔다고 말을 꺼내야할지..
물론 제가 그만 둔다고 회사가 망하지는 않는데 솔직히 지금 회사가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나몰라라 하고 나간다고 하는 것도 죄책감이 들어요.
내 인생 내꺼니깐 내가 단호하게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알고는 있는데 인생 경험, 사회 경험 많이 하신 분들..
저랑 저희 팀원이랑 같이 그만 두겠다고 얘기해도 되는 걸까요?
저도 제가 너무 답답하고 속이 터져 미치겠어요.
지금도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제가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