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대면 알만한 지식인 왈. "이상호가 어렵게 MBC에 복직했는데 얼마 안 있다 그만두겠다는 거야. 그래서 사측이 또 징계해 더러워 더는 못 있겠다는 심산이야?, 이렇게 물었는데, 아니래.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거야."
생각해보니 그 '해야 할 일'은 영화 '김광석'이었습니다. 아무리 한직이어도 MBC 소속 노동자로서 21년 전 사망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지난한 일이며 설혹 완성한다 한들 또 다른 집요한 탄압의 빌미가 됐을 것입니다. 사실 이상호가 사직하게 된 핵심 목적은 MBC를 사직했을 때에 발생하는 목돈 즉 퇴직금이었을 테지요. 영화 제작비가 필요했으니까요. 고로 이상호는 '김광석'을 위해 MBC를 그만둔 셈입니다. 그는 그리고 90분의 리포트를 영화의 형태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영원히 묻힐 뻔한 사건은 검증의 도마 위에 다시 오르게 됐습니다.
물론 환영 일색은 아닙니다. 이상호의 확증편향을 문제 삼는 즉 그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끝내 엉뚱한 사람의 인권을 파괴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보다 소극적으로 '기자는 팩트만 간결하게 전해야지 자기가 판사 역할까지 다 하려는 것은 오만이자 방종'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설령 서해순이 진짜 범인이어도'라는 전제가 달린.
그러나 훈련된 기자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모든 기득권과 금전을 털 수 있다? 한국에서 이런 기자 몇이나 있습니까? 그런데 독자와 시청취자는 그런 참 기자의 고갈을 염려하고 있지 않나요? 이상호에 대해 덮어놓고 퍼붓는(심지어 그 영화 보지도 않고 떠드는) 편견과 조롱에 제가 분개하는 이유입니다.
"이명박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면 제 목숨을 내놓아도 좋아요." '기자 주진우'가 입버릇처럼 하고 다닙니다. 아마 이 말에도 '품격과 양식있는 기자'들은 비웃을 겁니다. 기자가 그러면 안 된다는 점잖은 충고도 덧붙일 테고요.
이상호 주진우 같은 기자들 함부로 차지 마세요. 언제 그런 기자들처럼 전생애와 전생계를 걸고 올인해본 게 있었나요. 씨팔, 세상에 너희같은 웰빙 기자만 있으면 얼마나 좆같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