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이 지나면 새벽3시에 출발합니다.
오래 운전하기 싫어하는 남편때문에
새벽에 출발하네요. 추석은 월요일인데.. 일요일 아침에 도착해서 음식 준비해도 될텐데,
아무리 거리가 멀다지만. 새벽3시에 출발하여 도착하면 어떤때는 7시, 8시.. 밀리면 9시쯤인데
그때 형님네 식구들은 저희가 거의 다 왔다고 연락을 몇번해도.
일어나지도 않고 이불도 개키지 않은 상태로 맞으십니다.
매년 그래왔기에.. 중간중간 쉬었다 가자고 해도
남편은 집에가기가 그리 좋은지 휴게소도 못들리게 하면서(휴게소에 들르면 시간지체되고 그만큼 밀린다고)
가서 쉬자면서 밟아댑니다.
가면.. 지가 쉬는 거지요. 제가 쉬나요.
저희 시댁은 어머님이 안계세요.
남편 스무살때 돌아가셨어요. 아버님은 이제 84세시구요.
아버님은 혼자사시는데, 남편보다 4살많은 아주버님댁에서 차례를 지내요.
시어머님도 없는 시댁. 손위 형님과 지내는 명절. 정말 지옥입디다.
형님도 형님들 나름이겠지만. 우리 시아주버님과 형님은 정말 듣보잡이네요.
남편 약품회사 다니는데, 일단, 남편한테 약을 주문하십니다.
18~20만원정도? 그걸 남편이 명절에 가져가면,
주변 사람들한테 팝니다. 그러면서 저희한테는 차례지내는데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아나?
차례비용으로 약값 퉁치자.
안그래도 남의편인데, 시댁에가면 아예 그집식구가 되어버리는 남편이
무슨 차례비용이 40만원드냐고, 반씩 내야지 그러면
과일 사는데만 15만원 들었다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십니다.
그러면 남편도 깨갱. 아버님은 그냥.. 큰아들위주로 그래라. 그래라. 하셔서.
온 식구들이 아주버님 날뛰는데 깨갱하고 맙니다.
형님은.. 저희가 가면 아침을 먹어야하는데, 기다렸다가 찜닭집이 문을 열면
찜닭 좋아하는 시동생(저희 남편)한테 찜닭시킬까예? 물어봅니다.
남편이 좋~다고 시키면 돈은 남편이 냅니다.
그걸로 저는 나중에 국물, 감자밖에 못먹고,
저희 남편, 아버님, 그집 식구들 다 달려들어 먹습니다.
설거지 당연히 제가 하죠.
그러고나면 시장보고.. 저녁에 아버님과 저희 남편 같이 앉아서 형님이 술을 마십니다.
아주버님은 일땜에 조금 늦으시구요. 명절날 당일만 쉬나봅니다.
술을 마시기 전에.. 저희 남편한테 또 물어보십니다.
회 한사라 시킬까예?? 굳이 그냥 있는 반찬에 먹자고해도. 아버님 술안주가 없다면서 시키십니다.
회가 배달되어 오면 형님은 주방으로 들어가 계속 저희 남편이 계산합니다.
저희 아들, 형님에 애 셋, 저녁, 뒷치닥거리 다 제 차지..
저희 아들 씻기려면 형님이 막내 딸래미한테.. 숙모한테 가서 씻겨달라케라!
그럼 애 둘 씻기고.. 재우고.. 술 다 마시면 또 설거지..
다음날 아침해먹고 설거지.. 그러고 나면 차례음식 준비 하다 말고.
전부치기 시작하면 형님이 미나리 한단, 김치통하나.. 이정도 들고, 잠깐 이것 좀 갖다주고 올께.
나가서 5시간을 안들어옵니다.
남편은 이미 남의편이고. 이런 문제로 형님은 어디가셨냐, 왜 나혼자하냐. 했다가
그럴수도 있지 라며 오히려 그식구 편드는것보고 없던정이 또 떨어지는 신기한 현상을 느끼며
그래. 가까이 안사는게 다행이지.. 일년에 두번인데 뭐.. 라며 그 전을 다 부치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가려면 늦둥이 딸래미나 데려가지.. 애들까지 보다가.. 애들 낮잠 재워놓고
지쳐 앉아있으면 전화가 옵니다.
'동서~ 찌짐 다 부칫나? 설거지는 다 했나? 나 친구네 집에 잠깐 이바구 중이라. 금방가께. 아는? 자나? 알았다'
시어머니들도 저러시나요?
저는 시어머님 얼굴도 못뵈어서요.
시어머니보다 더 한것 같아서요.
형님네 아들은 중3, 초6이런데.. 딸래미는 이제 6살이에요.
제작년까지는 내려갈때 원피스라도 한 사갔었는데,
저희 아들 양말한짝 안사주는거 보고 저도 접었구요.
정말.. 아버님에 형님 아주버님. 남편까지 다 그고장 사람이고.
남편이랑 형님은 고등학교 동창이라. 자기끼리 떠들고 얘기하는데,
저는 동떨어진 사람인양.. 말도 안시키는데 옆에 앉아있기도 민망할지경.
그렇다고 방에 들어가서 눕자니 아버님도 계시는데 그럴수도 없고..
차례지낸 명절날에는 또 저희 친정에 가려고해도. 길막혀서 새벽에 가야한다고
굳이 하루를 더 있네요.
온갖 짜증 다 부려도. 짜증을 부리던 말던. 인상을 쓰던 말던입니다.
그러면 아버님은 차례지내고 큰집가시고.
형님네는 하물며 친정에 간적도 있었답니다. 빈집에서 남편은 퍼자고.. 저와 아이는 할일도 없고
나가봐야 놀이터하나 없는 동네..
그러다 형님이 돌아와서 마트에 가자고 합니다. 명절날에 열려있는 마트는 홈플러스뿐.
홈플러스가서.. 아주버님은 둘째아들 구슬려서 삼촌한테(작은아빠지 언제까지 삼촌이라고 가르치는지..)
이거 사달라고 해라. 시키고.. 막내 딸래미는 장난감 사달라고하고..
어쩌다 만나는 조카라면서 맨날 만나는 자기 자식 장난감 하나 사준적 없으면서
장난감을 고르고 있노라면 저도 제 아이 장난감 고르죠.
그러고나면 형님은 페브리즈, 스프레이, 휴지, 치약.. 막 고릅니다.
계산할때 모르는척.. 아니 대놓고 같이 올려놓죠.
제가 따로 계산하려고 형님꺼 따로 꺼내놔도 은근슬쩍 밀어놓는 형님
그러면 남편이 그걸 다 계산합니다.
형님은 갈때마다 아이 옷 고르고..
첨엔 남편이 사줬는데. 차마.. 이제는 옷은 안사주더군요.
그러면 형님이고 아주버님이고 둘이 콤비로.
집에 실컷 들어와서. 저희 아들 운동화 사주려고 했는데 명절이라 문닫았더라.
르꼬끄로 사주려고 했는데.
안그래도 마트에서 옷사주려고 했는데 맞는 옷이 없대? 부부가 쿵짝이 맞아서..
집에 올라올때 부침개 하나 싸준적 없구요.
말로는 김치 좀 싸주까? 이거 가져갈래? 이거 좀 갖다무라. 이러면서
저희 올라올때 절대 안싸줍니다.
말로만.. 저번에는 쌀을 가져가라길래.
저희 새벽에 출발하는데 일어나보지도 않고 주무시길래.
얄미워서 쌀을 싣고왔었습니다.
집도.. 정말..
300에 50짜리 방두칸에 거실 조금 있는 집.
방 하나는 난방도 안돌리고 아예 창고로 쓰고.
저번 설날에는 집에 물이 떨어져서
아버님은 아버님댁에서 주무시고.
저희는 형님네서 거실에서 다같이 잤네요.
그 끔찍한 밤을 두번이나 보냈는데..
제가 이번에도 가면 잘곳도 없고,
모텔잡아 잘것도 아니고 형님네서 쪽잠잘거면 머하러 하루 일찍 가냐니까
막무가내네요.
하루 늦게가면 길막혀서 안된다나요.
이 모든 문제는 저희 남편이 최고 문제거리지만.
남편을 구슬리는것도..
남편과 싸우는것도 포기..
어차피 가야하는거.
가야하니까.. 며칠전부터 생각 안하려고 해도 자꾸만 몸이 아프더니.
어제는 밤새도록 머리가 아프고 목도아프고.. 잠을 못잤네요.
아이도 감기가 심한데 오전에가서 병원 예약하고 왔는데.
시간은 흘러가는데 짐싸기도 싫고 큰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