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맏며느리인데요,
제가 요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괴롭습니다.
최근 시어머니께 안 좋은 일이 많았어요.
아직 딱이 어디 아프신 건 없지만 나이드신 분이 힘든 일 겪으시는걸 보니 안되어보여서
제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실질적으로 도와드렸고
진심으로 위로드리고 기운 내시기를 바랬어요.
어머니도 제게 전화하시면서 고맙다고 여러번 울먹이기도 하셨구요.
앞으로도 제가 어머니께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을 드려야 하는 입장입니다.
저는 결혼한지 30여년 되었는데
저는 저희 친정부모님의 치명적인 단점을 익히 잘 알고 있지만
남들이 보기엔 친정이 명문가에, 아버지는 저명인사이기에
일반적으로 집안이 좋다는 점에서는 거의 최고인 배경이었고
저 또한 공부 열심히 해서(남들 보기엔 좋은 집안에서 잘 밀어줘서 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 혼자 노력한 것임)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서 일하는 상황이어서
우리 시부모님은 어디서 그런 며느리를 얻었느냐고 부러움을 받았다고 해요.
하지만 집안에서는 제게 신혼때부터 말도 안되는 억지쓰고 온갖 쌍욕에
시부모의 막장 악다구니에 제 멘탈이 너덜거릴 정도로 힘들었고
제가 남편에게 심각하게 이혼하자고 여러번 했습니다.
남편과 저 사이는 좋기에 부부싸움을 한 것이 아니고, 제가 시부모때문에 당신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이었죠.
당시에 저는 시부모님이 제게 열등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봤어요.
열등감이 있는 상대에게는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다 그게 꼬투리가 됩니다.
일어서서 왔다갔다 하면 왔다갔다 한다고, 앉으면 앉는다고.. 그냥 서 있으면 서 있다고..
하여간에 제 존재 자체가 미웠나봐요.
남편은 제게 정말로 미안해하면서 자기 부모가 이거밖에 안되는 사람인줄 몰랐다면서
제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고
또 남편 나름대로 저를 시댁으로부터 보호하느라 할만큼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남편 하나만 보고 결혼을 결정한 제가 바보였고
애초에 시댁이 이런 분들인줄 알았다면 절대로 남편과는 결혼하지 않았을거고
차라리 신혼에라도 이혼했다면 더 좋았을거다 싶어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우는 결혼이었거든요. 제 조건이 남편에 비해 월등하게.
제 결혼 당시에 사람들이 모두들 제가 너무 아깝다고 했어요.
친정부모님도 저를 여러번 말리고 청첩장이 나간 상태에서도 파혼하자고 여러번 말씀하셨는데
제가 우겨서 밀고나간 결혼이었어요.
그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제 인생이 너무도 힘들었어요.
지금와서 보면 그때 이혼할 수 있었는데도 결혼을 유지한건 제가 너무 잘 참아서 그런건데
제 결혼이 유지된 건 오로지 저의 희생과 헌신 때문이었다 싶어요.
그런 미덕이란건 천하에 없는 바보짓이다 싶습니다. 정말 뭣이 중한디..
어쨌든 제가 맏며느리 노릇을 20년간 나름대로 했고 시댁도 제게 도움을 받으면서도
시부께서 막장중에 최막장, 옥상옥으로 극한의 막장짓을 제게 해서
제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이제 시댁에 가지 않겠다고 남편에게 선언했어요.
그게 아니라면 이혼하자 했어요.
남편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때부터는 남편 혼자만 시댁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최근 5년 전 부터는 제가 노쇠한 시부모가 안되보여서 어버이 날에만 함께 식사를 하고
명절과 제사에는 제가 여전히 안 갔어요.어쩌다가 일이 있을 때만 한두번 갔었네요.
그래도 남편에게 중요한 시조부 성묘는 시댁에 가지 않던 기간에도 빼놓지 않고 했습니다.
이제 긴 세월이 흘렀고
요새 시어머니 상황이 안 좋으셔서 제가 솔직히 시어머니가 불쌍해서 많이 도와드렸는데
며칠 전부터 머리 속으로 시부모가 제게 몇 십년동안 지르던 쌍욕과 온갖 모략질이 기억의 표면에 떠오르네요.
가만이 있는 사람에게 중상모략과 권모술수로 뒤통수 치는 일이 다반사였고
그냥 화를 내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교묘하게 저를 엮어서 싸이코패스처럼 보이도록 몰아세웁니다.
그러면서 제게 내밷던 온갖 욕과 악다구니.. 정말 살이 떨립니다.
제게 잘못이 있다면 시댁에 발길을 끊기까지 너무도 오래 참았다는 것이 문제에요.
그렇게 오래 참을 일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래야 되는 걸로 생각했어요.
제가 평생 남편보다 훨씬 더 벌이가 좋고
시댁으로부터는 일원 한 푼 받은 것 없을 뿐만 아니라
시부모가 우리 부부 등에 빨대를 꽂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시부모님은 당신들이 과거에 잘못한 것은 전혀 기억에 없나봐요.
저는 지금 시어르신이 불쌍해서 도와드리고 싶은데
다 잊었다 싶었던 기억때문에 당황스럽고 힘듭니다.
내게 못된 행동을 한 상대는 자기 행동을 잊은 것 같고 절대로 내게 사과를 할 일은 없다고 봐요.
그런데 당한 나는 그게 새록새록 생각이 나고
시부모가 사람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내게 그렇게까지 악랄하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괴롭네요.
지금도 제가 일하는데, 이렇게 힘들게 벌은 돈을 내게 못된 짓을 한 사람에게 써야한다니 어처구니 없고
상대는 미안하다 할 일 없는데 나는 속상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