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서 박범신의 당신이란 책을 빌려와서 사흘동안 열심히 읽었어요.
성희롱에 관련된일로, 그동안 작은 잡지에 2년넘게 기고했던 글도 접게 되었던게 한달마다 그 책을 기다리면서 읽어왔던 소소한 기쁨도 사라지게 된게 지금도 너무 아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글을 그리도 잘썼는지 단 한권의 장편소설이 아닌 대하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었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새로운 각성.
화르륵화르륵 꽃이 피었다가 사근사근 내려앉는 매화나무꽃 아래 묻힌 남자.
젊은날의 폭풍같은 사랑과 절망과 아픔,분노들을 어쩌면 이렇게 근사하게 풀어낼수 있을까.
매화나무아래 남자를 묻어놓고 딸과 함께 짐짓 그남자의 행방을 찾으러 다니면서 지난날의 추억을
만나게 되는 그 여정을 거치게 되는 모습이 한편 부럽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하고.
어쩌면 이런 광염소나타같은 글을 차분하게 ,혹은 광기어리게 막힘없이 써내려갈수 있는걸까요.
박범신 작가는 책을 다 덮고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것같아요.
가슴두근거려가면서 몰입해가면서 글속의 분위기와 주인공과 혼연일체가 되어서 정신없이 읽어내려가게 하고
시간을 아껴가면서 책을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특히 박범신작가는 결말까지도 독자들의 맘을 절대 내려놓게 하지 않아요.
파킨슨병과 치매에 걸린 남편을 그렇게 애지중지 간병했는데 마침내는 그글의 주인공인 부인마저 똑같은 병에 걸려
쓸쓸하게 남편이 만들어주고 간 의자에 앉아 그가 묻힌 매화나무에 집착을 하며 딸조차 알아보지 못해요.
그를 찾으러갈때 밤기차창문을 보고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랄때의 대목에서도 저도 주인공인냥
같이 놀랐었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음산한 정원이 딸린 집의 정경과 기억을 잃고 늙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책을 덮고 난뒤에도 너무 가슴이 아파요.
책표지의 당신이란 단어가 이렇게 가슴이 아픈 말인가 곱씹어지게 되네요.
이책 읽기전엔 소금이란 책을 읽었는데(역시 박범신) 그 책속에도 염부의 발은 늘 소금에 절여져있다는 대목이 있어요.
그책을 읽고나서 우연히 방송된 순례라는 다큐에서 역시 세네갈의 붉은 호수에 몸을 담그고 소금을 퍼내는 염부의 모습이 나오는데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그 소설책의 문장들이 자꾸 화면에 중첩되고 겹쳐져서 마음이 정말 아파왔네요.
82맘님들도 박범신의 책들 좋아하시나요?
앞으론 또 무슨책을 낼까 너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