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날 완도에 갔었어요.
여름 성수기가 지났지만 9월 평일에 간 완도에서 가까운 명사십리는 정말 해외 해수욕장 같은 느낌이었어요.
모래가 너무나 곱고 아무도 없어서 우리만 있었던 그곳을 즐기고
가까운 곳에 있는 드라마 촬영장 역시 아무도 없어서 평상에 누워서
해신이나 추노, 장보고, 태왕사신기 촬영한 그 바다를 소리로 듣고 보면서 누어 있다가
빙수 한 그릇 먹고 다시 완도에 딸린 그 작은 섬에서 완도로 나와서
그 다음 날 완도 어시장에서 생선사니 회와 매운탕으로 식사.
배에서 바로 잡아온 생선을 회쳐서 주니 너무 신선했고 완도가 전복이
유명한데 진짜 전복이 너무 신선해서 회가 서울 어느 집도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신선도 끝내줬어요.
뒷날에는 혹시나 하고 전복죽도 먹었는데 역시 완도도 전라도라는 걸 잊고 있었어요.
오래 걸려서 가져온 죽을 받고 먼저는 전복죽양에서 놀라고 내장 잘 터트려 만든 그 색깔에 또 한번 놀라고 전복 살이
큼지막하게 들어 있어서 계속 먹으면서 놀라고 마지막으로 더 놀란건 죽하고 같이 내온 밑반찬 수와
그 맛에 더 놀랐어요.
정말 그냥 겉보기에 하나도 화려할 거 없는 동네 식당인데
그래서 전혀 기대 안고 들어 갔더니 동네 맛집인건지 주로 공무원들이
많았고 이야 이런 곳이면 서울이었으면 박터졌겠다 싶은 곳
혹시나 약간 힌트를 드린다면 완도 관광호텔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 있는
한 1분 정도 걸어내려 가면 보이는 바다소나무를 한자로 쓰면 나오는 이름을 쓰는 ㅎㅅ식당이었어요.
역시 그 사이드에 그 식당에 좀 못 미쳐서 있는 완도해초맘 수산물가게, 사실 수산물 가게가
그 동네는 너무 많아서 그 집이 그 집같고 해서 어딜가야 할지 모르고 있다가
수협에서 살 건 사고 그냥 들어간 곳이었는데 수협 여직원 자기 가게가 아니다보니
핸드폰 보고 앉아서 손님인 내가 필요해서 물을 때만 무성의하게 네, 네 해서 더 이상
묻기도 불편하던 그런 여직원만 보다 봐서 그런가 너무 친절했던 곳에서 자연산 미역도 사고
색도 너무 고운 홍새우도 사고 수협에서는 비싸도 유난히 색이 은빛이라
좋아보이던 디포리하고 대멸까지 사게 됐네요.
서울로 오다가 또 무화과 축제도 들르고 곰소 젓갈 축제까지 다 들러서 왔네요.
무화과맛도 집집마다 약간은 다르던데 거기서 좀 더 달콤한 무화과 몇 박스도 사고
젖갈도 이것저것 사니 덤받아서 그게 머라고 사람을 즐겁게 하더라구요.
아마 이 두 축제는 일요일까지 하는 걸로 아는데
집으로 오는 길에 역시 곰소에서 서울로 나오다가 눈에 보여서 들어간 새만금식당 하여튼 거기도
길거리 그냥 그저 그런 백반집 외관이었는데 6000원짜리 순대국에 딸린 반찬이며 맛이 너무 훌륭해서 도저히
카드로 계산을 하기가 미안하단 생각을 하게 만들고 역시 전라도는 식당 어딜 그냥
들어가도 서울식으로 생각하곤 겉모습이 분식점같아서 고르지 않고 기대없이 들어가도
실망 한 적이 없네요.
완도에서 숙박은 관관호텔에 묵었는데 그냥 두 사람 갈거면 모텔이 더 나은 거 같아요.
모텔이 돈도 싸고 시설이 더 좋아요. 어차피 그 안에서 뭘 할 것도 아니고 잘 씻고 자고 나오면 그만이니까
모텔이 평일날, 저희는 항상 평일에 다니는데 평일에 조용하고 저희가 갔던 piano모텔 4만원 밖에 안했어요.
관광호텔은 옆에 붙어 있는 해수탕을 갈 수 있도록 해주는데 물은 정말 좋은 것 같구요
다만 거기 오는 아주머니들이 워낙 거긴 작은 곳이라 서로 서로 다 알아서 그런지
새로 온 사람에게 간섭이 심합니다.
머리 감았냐 안 감고 탕안에 들어간다고 난리 - 전 밤에 자기 전에 감았고
눈뜨자마자 새벽에 거기 내려 간거라 머리 안 감고 머리를 올리고
탕 안에 들어 가서 머리 빼놓고 있었죠. 거기다 샤워 하고 들어 갔는데도
저보고 샤워 정도가 맘에 안드는지 뭐라 하더군요. 그것만 빼면 또 혼자 있다고
서로 와서 등 밀어주겠다고 오고 괜찮다고 해도 와서 밀어주겠다고 오셔서는
결국 박박 제 등을 밀고 가시더군요.
하여튼 그래도 완도 바다와 생선, 회, 전복 다 싱싱하고
오늘 있던 물고기 내일 또 있다는 보장 없고
왜냐면 날씨가 달라지면 배가 못 나가니까 어제 봤던 그 싱싱하고 싼 갈치가 그 다음 날에는 없더군요.
바람이 세게 불어서 배가 못 나갔다고.
어쨋든 국내 여행도 즐겁고 혹시 한 번씩 우울하시면 이런 곳 가보시면 좋다고 추천합니다.
참고로 이번 10월 연휴에 시장이며 가게 여냐고 하니 시장이나 수산물 가게는 연다고 하더군요.
저 밥집은 주로 공무원 상대로 해서 공무원들이 연휴에 쉬니까
식당도 연휴에 안 열 생각인데 또 다른 곳이 다 열면 열 마음이라고 하긴 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절을 좋아해서 이번에는 도선사 갔었는데 도선사보다 도선사 가는 그 길이
무척 아름답더군요.
사람 많을 땐 안되겠지만 우리 같이 평일에 갔을 땐 그 길을 음미하느라 천천히 드라이브 하면서
갔어요. 양쯕으로 토종 한국인인양 아담하면서도 탄탄하게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양쪽에서 안쪽으로 가지를 뻗쳐서 잎을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이어지는데
마치 나그네를 환영하는듯한 느낌도 들고 그 길로 절로 가니 어울린다 싶었어요.
제발 그 주변이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전라도 지역쪽을 여행하고 오면 자연과 음식에서 즐거운 기억을 갖고 오네요.
내년에도 다시 한번 기대하면서 일 년을 살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