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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직접 대입 원서 내러간 날 기억나세요?

깍뚜기 조회수 : 1,060
작성일 : 2017-09-13 15:41:35
어김없이 입시 시즌은 다가왔고, 
고3 학부모님, 아이들 맘이 초조하고 힘드시겠어요 ㅠ
요즘이야 뭐든 컴퓨터로 접수하니까 
일정이랑 컴퓨터 상태 확인하고, 접속 과부하 걸리지 않게 체크하는

여긴 직접 원서 내러 간 분들이 많으시겠죠? 
저는 특차도 있고, 가나다라군 있던 때라, 
선택지가 많은 것 같으면서도 여기저기 어떻게 써야 하나 머리 아팠죠. 
암튼 수능을 말아 먹고, 방황하던 와중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특차에서 원서를 하나 썼어요. 
이상하게 기억도 안 나는데 원서를 내러 갔고요, 
면접 전날까지 고민고민하다 정시를 질러 보자 포기합니다. 

그 땐 대형서점에서 원서를 팔았던 것 같은데, 
터덜터덜 혼자 영풍문고에서 원서 샀던 기억이 나요. 
콘 아이스크림 빨아 먹다가, 원서 봉투에 흘려서 자국나고...
뭔가 불길한 징조인 것 같아서 휴지에 물 묻혀 빡빡 닦다가 봉투 찢어질 뻔 하고. 

암튼 가,나,다 군을 어찌어찌 결정하고 
한 군데는 여유있게 내고 오고, 
한 군데는 끝까지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몸부림을 치다가, 
간다 안 간다 나뭇잎도 뜯어 보고, 
친구한테, 부모님한테 백번 물어보고, 
어차피 맘대로 할 거면서 
아니다 싶어서 걍 잠이나 자자 하다가 
꼭 닥쳐서 난리치는 애들 있잖아요. 
벌떡 일어나 지하철 타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마감 시간이 6시인가, 5시인가 그랬는데, 
거짓말 안 보태고, 접수처인 체육관을 오르는데 
내가 이걸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온 힘을 다해 달리는데 눈 앞에서 체육관 샤따가 내려가려는 폼인 거예요. 
오른 손은 앞으로 뻗고, 왼손에 원서를 쥐고 오열하면서 
거의 슬라이딩 자세로 입장... 거의 난입 수준이었죠.  
암튼 동춘서커스 한 편 찍고 
겨우겨우 접수를 마감했어요. 
그러고 나니 나머지 한 군데는 그냥 내지 말자 싶더군요. 그곳은 하루의 여유가 있었지만. 

그리고 나오는데 어찌나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정신을 차려 캠퍼스를 도니까 
대학교 나무들은 어찌나 특별해 보이고, 
방학 중이지만 삼삼오오 지나가는 언니 오빠들은 어찌나 있어 보이는지...
그렇게 멍 때리다가 
원서 접수기간을 노리고 헌팅하는 기독교 동아리에게 걸려서 설문조사를 했죠. 
순진하게도 너무나 성실하게, 마치 다시 이 곳으로 와서 만날 사람인 것처럼...  ㅎㅎ

암튼 운 좋게도 다시 그곳으로 가서 
접수날 봤던 나무도 다시 보고;;;
체육관도 다시 들어가 보고;;;
결정적으로  
기독교 동아리 사람도 다시 만나고 ...아 ...이건 말하자면 길고 긴 전도당한 여정이라 패스하고요. 
아, 합격 확인하러 게시판 보러 온 날엔 어리숙한 예비 대학생들을 타켓으로 한 외판원에게 걸려서 
영어 회화 테이프를 한보따리 들고 집으로 오는 참사가 벌어졌죠.... 어찌어찌 다시 돌려줬지만. 

그 때 그냥 집에 있었다면?
지하철을 조금만 늦게 탔다면?
언덕배기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힘껏 뛰지 못했다면? 
자세가 유연하지 못했다면? ㅋㅋ
갖가지 가정을 해봅니다. 

좌우당간 
수험생들 마지막 클릭의 그 순간까지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IP : 222.111.xxx.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3엄마
    '17.9.13 3:49 PM (121.165.xxx.117) - 삭제된댓글

    90학번 선지원 후시험 학력고사봤어요.
    그땐 지원학교에 직접 제출했고 눈치작전 장난아니었죠.
    마감때 우르르 몰려서 북새통..
    아이한테 엄마 원서접수하던 얘기하니까 놀래요 ㅎㅎ
    그래도 그립던 그 시절..

  • 2. 레드
    '17.9.13 3:50 PM (210.90.xxx.193)

    저도 막내아이 수시원서 내야하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선생님들은 6개 모두 무난하다고 하셔서 한군데 정도는 상향하고 싶은데 어제까지 경쟁율 보더니 하나도 안되면 어떡하냐고 난리입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3. 대학생이었던
    '17.9.13 3:54 PM (61.98.xxx.144)

    작은 오빠랑 같이 원서 냈던 기억이..
    뭔 배짱이었는지 마감일전에 냈어요
    결국 떨어지고 2지망으로 엉뚱한 학과에 ㅠㅜ

    그래도 그걸로 밥 벌어먹고 간판이 나쁘지 않은 학교여서
    무난하게 잘 살고 있네요

    근데 고3 막내 원서넣기가 만만치않네요 흑~

  • 4. 깍뚜기
    '17.9.13 3:56 PM (222.111.xxx.6)

    요즘 학생들이 보면 참 생경한 풍경이겠죠.
    전 뭐든 마감 당일날 빠듯하게 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서
    저 날도 큰 일날 뻔 했어요 ㅠㅠ

    고3들 다들 좋은 성과거두면 좋겠어요!

  • 5. 직접
    '17.9.13 4:00 PM (211.108.xxx.4)

    원서내고 선지원 후시험
    눈치작전으로 점수높은과 미달 사태도 나오고 50:1도 있었구요

    학력고사 문이과 만점 늘 인터뷰했고
    등록도 학교직접 돈들고 가서 했어요

  • 6. ㅋㅋ
    '17.9.13 4:03 PM (122.32.xxx.167)

    저도 시사?인가 영어책이랑 카세트테잎 사고 강의까지 꼬심에
    넘어가 들었네요.. 그때당시 영어유창한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ㅎㅎ

  • 7. ....
    '17.9.13 4:23 PM (14.39.xxx.18)

    학력고사 세대라 시내에서 원서 사서 담임하고 원서 작성하고 대학교에 직접 내러 갔었어요. 전기 떨어지면 저는 후기는 물론 재수도 꿈 못꿀 때라 진짜 시험 한 번에 인생이 걸렸었는데 진짜 운좋게 붙었네요. 원서마감때 경쟁율 발표를 독서실에서 보고 안심했던 일, 합격자 확인하려고 ARS 열심히 전화걸다가 합격 확인하고는 눈으로 직접 본다고 대학에 직접가서 기여이 수험번호가 합격자 명단에 있는거 확인하고 왔었어요. 징그럽게도 날씨도 추웠는데... 지금처럼 사진찍는게 쉬운 시절이었다면 그런거 다 찍어놨을 텐데 그냥 기억에만 있네요. 요즘 학생들처럼 여러군데 원서라도 넣을 가능성 있는게 그저 부럽네요.

  • 8. ㅇㅇ
    '17.9.13 4:46 PM (1.232.xxx.25) - 삭제된댓글

    정말 성의없게 입학했네요
    학력고사 두해째 학번
    학교는 엄마가 집에서 가까운데 추천해서 결정했는데
    전공을 못정하고 있는데
    옆반 친한 친구가 자기 쓴데 쓰라고 해서 썼어요
    바보였나봐 둘다 ㅋㅋ
    원서접수 두째날 대학까지 가서 접수하고 왔어요
    지하철역에서 먼거리를 터덜 터덜 걸어갔던 기억
    중간에 길물어봤더니 재학생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주던 기억
    원서 마감날 또다른 친구가
    제가 가고싶어했던 명문대 그과가 지금 미달이라며
    빨리 넣으라고 가르쳐주더군요
    마지막날 남들은 눈치작전 심하게 피는 와중에
    전 이미 원서 다 넣어 버려서 할일도 없어서
    그냥 낮잠 자고 있었죠

  • 9. ...
    '17.9.13 5:13 PM (183.98.xxx.95)

    기차 타고 서울왔어요
    근데 그 기차 에서 초등 동창을 만났고
    같은 대학 왔고 또 나중에 우연히 만났어요
    엄청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10. ...
    '17.9.13 5:17 PM (114.204.xxx.212)

    전날 일찌감치 내고 왔어요 떨어질건 생각도 안해서 떨리지도 않고 ...
    근데 아이 원서접수는 떨리대요
    우리는 과목도 열몇개에 논술에 면접이 처음 생겨서 고생했던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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