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착한 편입니다.
화를 벌컥 내거나 큰 소리 내는 일도 거의 없죠.
술 안 해서인지 인간관계가 넓은 것도 아니지만
절친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뭐하자 하면 제 의견도 잘 따라줍니다.
그런데,
그래서그런지 우유부단한 면이 많아요.
취미 생활 뭘 하나 시작해도 하다마는..
자격증 공부한다고 사이트 등록하고 책 사다놓고는 흐지부지
귀도 얇은 편이고
컴퓨터 쪽 물건도 싸다싸다 해서 사놓고 후회하고.
전 좀 좋게 말해서 시원시원하고
나쁘게 말하면 화통한(?) ㅎㅎ 그런 편입니다.
조금 성격이 급한 대신 추진력도 있고
한 번 하자 하면 끝까지 밀어부치는..
직장동료도 아니고 같이 사업이나 영업하는 게 아니니
아직까진 별 무리가 없이 살았는데
사춘기 들어선 아들에게서
아빠의 저 모습이 보이니 ....미치겠네요.ㅠㅠ
가을 무슨 발표회 한다고
곡 하나 고르는데... 그 이유로 며칠 째 공부는 딴 전이고
오늘 낮엔 TV는 있는 대로 틀어놓고
한 손으로는 탭으로 노래 찾는다고 어수선..
입으로 배 고프다고 난리.
기껏 악보 찾아서는 한 줄 해보고 포기. 그리고 포기..
집중 좀 하지. 자꾸 찾고 하지말고
쉬운 거 한 두곡은 끝까지 한 번 해봐야지..ㅎㅎ 웃으면서 말했는데
내가 할 꺼니까 냅두려고 ...큰 소리 뻥뻥 쳐서
에라잇..그래 맘대로 해라......그랬는데.
결국 그 정신머리로
눈으로 TV 쳐다보고 한 손엔 악기, 한 손엔 탭 들고 돌아다니다가
거실 테이블에 얌전하게 있던 유리잔을 박살 내서
온 거실이 유리 천지..ㅠㅠ
와..이젠 성질 나대요.
당장 TV 꺼! 거봐라....집중 좀 하라니까~~~!!!!
서둘러 유리 치우고 나니까.
이내 풀 죽은 얼굴로
공부방에 들어가더니 ...뭐하나 봤더니 이제 공부한대요.
곡은? 곡은 안 찾을꺼야??
고새 기가 팍 다 죽어서
알았어..이따가..ㅠㅠ
아놔 ..진짜.
갑자기
뭐뭐 숱한 자격증 1차만 붙고 2차 준비하다 때려치고
바리스타? 그거 좋대
주택관리사..그거 할까?
누구누구 공인중개사 땄다는데 ....
수년 째 그러기를 반복만 하다가 결국 하나도 한 건 없는,
그러는 아이 아빠가 오버랩 되면서 더 화가 치미더라구요.
쭉 저런 모습 닮는 건가 싶기도 하고
착하고 선한 사람에게 악착같은 모습 기대하면 안되나 싶기도 하고
....
날 닮지...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