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에 딸 셋에, 작은 집이었던 우리 집에 내리 딸 셋,
그중에 셋째 딸이었던 저. 그리고 제 아래 딸이 한 명 더 있었는데,
조기출산 됐는데 딸이라서 인큐베이터에 안 넣어서 죽었다고 제가 중2 때 저를 노려보면서 엄마가 말하더군요.
너 역시 죽었어야 했다는 뜻을 가득 담아서요.
죽은 네 번째 딸 이후 마침내 태어난 아들이 제 남동생이죠.
여기까지 말하면 여자분들 대부분 어릴 때 힘들었겠다고 눈치 채시더군요.
맞고 머리 끄들리고 그 폭력의 이유마저 제 탓으로 돌려지면서 자랐습니다.
다른 형제들과 차별도 심각했고요.
결혼도 안하고 오랜 시간 우울증과 알콜중독에 시달렸습니다.
엄마의 총애를 받은 제 바로 위 언니는 어릴 때부터 제게 "넌 살 가치가 없다 내가 너였으면 자살했다"며 엄마보다 더한 태도로 저를 대하고, 아빠는 강 건너 불구경 수준으로, 때로는 엄마에게 동조하며 방치했죠.
제가 엄마에게 맞아서 혹시 죽는 일이라도 생겼으면 아빠는 엄마가 시키는대로 제 시체를 어딘가 암매장했을 거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폭력적이었던 엄마의 뜻을 거스리면 자기가 피곤해질 테니까, 그것보단 차라리 자기 한 몸 편하기 위해서 복종을 선택할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형제들은 언제나처럼 모른 척하고 웃으며 살았을 거예요.
집에서 쓰레기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내가 자살하지 않고 사는 것조차 이기적인 일인 것처럼
늘 존재 자체가 죄인인 기분으로 살았습니다.
마지막 몇 년 동안 폐인처럼 집안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놓고 지냈어요.
그게 제가 태어나서 그때까지 살아온 마음속 풍경이더라구요.
손 하나 까딱할 의욕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3~4년 전 새출발했는데요,
죽으려니 너무 억울한 거예요. 그동안 제 자신을 너무 학대하면서 지냈던 거, 자존감 바닥 상태에서 스스로를 멸시하며 인생을 망치고 살았던 거 다요. 저는 돈 벌기는 힘들지만 누가 들어도 그럴 듯한 직업이 있고, 이룬 성취도 있고 재능도 인정 받고 어디가서든 총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는 사람인데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만 하지 하는 물음이요.
술 끊고 우울증도 좀 진정되면서 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오고 제 인생 스토리가 스스로 명료해지면서 가족과 연을 끊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쓰레기 중에 가장 더러운 쓰레기, 가장 유독한 쓰레기가 바로 가족이더군요.
그걸 버리고 나니, 인생이 심플해지더군요.
어릴 때 받은 학대의 기억은 비유하자면 방 한가운데 너무 큰 더러운 쓰레기가 쌓여 있어서
뭔가를 꿈꾸고 실행하고 싶은데 그걸 못하게 방해하는 것과 같아요.
저는 가족을 버리고 제 인생을 찾았습니다.
그게 세상에 태어나서 제가 가장 잘한 일이에요.